[경제브리핑] 이주 노동자의 배달 근로 계약… “바닥까지 가는 경쟁”

Protesters rally in support of food delivery riders in Sydney.

Protesters rally in support of food delivery riders in Sydney. Source: A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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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를 옹호하는 시민 단체들은 긱 경제에서의 근로자 권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연방 정부가 더 많은 언어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Highlights
  • 시민 단체: 긱 경제에서의 근로자 권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연방 정부가 더 많은 언어로 정보 제공해야
  • 뉴사우스웨일스 상원 질의: 공유 차량, 배달 서비스 업체들 자사 근로자를 직원으로 간주하지 않는 기존 사업모델 옹호
  • 운수 노조(Transport Workers' Union): 노동자 보호 위한 긴급 조치 촉구
박성일 PD (이하 진행자): 경제 브리핑 오늘은 긱 경제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분야죠, 배달 산업 분야와 관련한 소식 알아보죠.

 

배달 근로자들에 대한 열악한 근로환경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요 이주노동자들 옹호 단체들이 또 다른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고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호주 내 긱 경제를 조사한 연구발표에 따르면 불공정한 계약을 제공하는 업체들과 이주 근로자들 간의 고용 사슬이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말그대로 긱 경제라는 것은 산업 분야에서 필요에 따라 근로자와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의 경제 방식이기 때문에 업체와 근로자 간의 계약 조건이나 근무 환경이 열악한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주노동자센터의 대표들은 지난 화요일 상원의 청문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의 근무 조건 등을 지적하며 맹비난했는데요, 청문회에 제출한 제안서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고정적인 근로시간을 부과할 필요가 없는 독립 근로 형태의 컨트랙터(contractors) 고용 계약을 제안받았고, 또 임금 인상률과 최저 임금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긱 경제 시스템이 노동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은 수차례 제기돼고 있는 문제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이번에 상원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근로자에게는 연차휴가, 개인휴가, 퇴직금도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구인 과정에서도 독립 근로자로 계약하기가 더 수월하다는 이유로 ABN을 갖고 있는 구직자들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주노동자센터의 책임자 매트 쿤켈 대표는 "고용 계약시장은 점점 더 최악의 상황이 반복되고 있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옳은 일을 하는 업체를 찾아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상원 청문회에 참석해 발표했습니다. 그는 또 "이러한 업계의 행태은 수년 동안 계속되어 왔고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화려한 앱들은 실제 인건비라는 것을 간과한 채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상원 청문회 이전인 지난 월요일에는 뉴사우스웨일스주 의회에서도 조사 활동이 이어지면서 공유 경제 기업들에 대한 개혁 압박이 대두됐었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월요일 진행된 뉴사우스웨일스 상원 질의에서는 우버, 우버이츠, 올라, 딜리버루 대표들로부터 의견을 들었는데요 우버, 딜리버루 등의 공유 차량, 배달 서비스 업체들은 자사 근로자들을 최저 임금과 상해보상권을 지닌 직원으로 간주하지 않는 기존 사업모델을 옹호했습니다. 하지만 우버(Uber)가 제출한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우버와 우버 이츠(Uber Eats)의 배달 근로자들은 식사 피크 시간 동안 시간당 21.55달러를 벌 수 있다고 제시했는데 이는 캐주얼 근로자의 최저 임금인 24.8달러보다 3달러 이상 낮은 금액입니다.

또 일부 근로자들은 최저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상해보험비를 내고 있는 정황들 역시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버 운전사로 일하는 아사드 만조르크 씨는 상원에 출석해 많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까지 우리는 스스로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만 여겨왔다. 팬데믹이 발생한 후 모두가 우리 서비스에 의존하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시민, 이민자, 노동자, 학생, 다른 모든 사람 등… 근로자들은 우리가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아무도 우리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침을 마련해 주시고 더 나은 근무 조선을 제시해 달라”라고 상원에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근로자 보호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시급해 보이는데요, 업체 측이 주장하는 내용은 뭔가요?

홍태경 PD: 뉴사우스웨일즈 상원에 출석한 우버 대표는 현재 독립 계약자로 분류되어 있는 대부분의 배달 근로자들은 정직원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버 ANZ의 도미닉 테일러 대표는 "배달근로자들에게 고정적인 교대 근무 방식을 원하는지 물었지만 원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추가 수입 수단으로 우버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버 이츠의 총괄매니저 매튜 덴먼 이사는 회사가 승객이나 운전자를 위한 최소한의 지급액을 정하는 것에 대해 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근로자들이 배달 중이거나 운행 중에 있을 때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운전자와 배송 제휴 업체가 우버 플랫폼을 사용하고 일정한 장소에서 고정적인 교대 근무를 해야 한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진행자: 긱 경제의 특성상 고용의 유연성이 확보돼야하기 때문에 고용주와 근로자 간에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부분이겠네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소매업 분야에서 고용주를 대표하는 단체인 호주 소매업 협회는 사람들이 고용 계약을 강요받는다면 근로 유연성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소매업협회 폴 자하라 대표는 "긱 경제는 사람들이 자신이 필요한 시간에 추가로 일을 함으로써 소득을 보충할 수 있게 해준다"라면서 "우리는 사람들이 고용 계약이나 최소 근무 시간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사업장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버 측은 잠재적으로는 배달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하는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면서 동시에 근로자들이 원하는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여러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7만 5천 명의 등록된 운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라이드셰어 플랫폼 올라 역시 업계 내 모두에게 적용된다면 일부 규제를 받아들일 뜻이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올라 호주의 앤 탄 이사는 "우리의 운전자들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떤 정책든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우리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배달 근로자들은 학생이거나 다 나은 일자리 또는 정규직을 찾으면서 '추가 수입원’을 얻고자하는 운전자들”이기때문에 "운전자들과 대화를 통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긴급 조치가 절실하다는 주장은 거센데요.

홍태경 PD: 운수 노조(Transport Workers' Union)의 마이클 케인 사무총장은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긴급 조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케인 사무총장은 배달 운전자들의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집중 지적했는데요, “이건 삶과 죽음의 문제”라며 “만약 다른 산업 분야에서 11주 만에 근로자 5명이 목숨을 잃었다면 이 나라는 이미 멈춰 섰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중단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편 이주 노동자 센터는 연방 정부가 배달 근로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된 근로 권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정부가 노동조합과 지역법률센터에 자금을 지원해 후속 교육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또 쿤켈 대표는 고용주들이 불공정한 계약에서 벗어나려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상원 청문회에서는 대학 측 참석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전국대학연합의 앨리슨 반스 대표는 "만약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사람이라면, 회사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하는 데 더 말을 아끼게 될 것"이라면서 특히 이러한 고용 형태는 "기댈 수는 있지만 쓰고 버려질 수 있는" 노동력과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로 인해 대학생 근로자들은 집세를 낼 수도 없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긱 경제에서 일하는 기업들 간의 경쟁이 이러한 불안정한 고용 여건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긱 경제의 공정한 경쟁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홍태경 프로듀서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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