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브리핑] “올해 최저임금 동결될까?”... 전문가 의견 분석

A new study revealed Aussie workers pay levels peak after the age of 45.

Source: AAP Image/Dan Pe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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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호주 최저 임금이 동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각계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분석해 본다.


박성일 PD (이하 박): 호주 생활 경제 쉽고 재미있게 짚어보는 경제 브리핑 시간입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홍태경 PD(이하 홍): 안녕하세요.

: 네 이번 주 경제브리핑은 어떤 내용 알아볼까요?

: 네 오늘은 최저 임금과 관련한 얘기 나눠볼까 합니다. 보통의 경우 5월 말에 최저 임금 인상률이 발표되고 7월 1일부터 시행되는데요. 이번 회계연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아직 인상 여부가 발표되지 않고 있지만 호주의 경제학자들은 팬데믹 이후 호주의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임금 동결을 지지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 그렇군요. 작년까지는 매년 임금이 3% 정도 인상돼 왔지 않습니까?

: 네 그렇습니다. 지난해 최저 임금 인상률은 3%로 2018년도의 3.5% 인상폭보다는 다소 낮긴 했지만 시급 $19.49, 주급 $740.80으로 3% 인상된 바 있죠. 하지만 매년 인상돼 왔던 최저 임금 인상 여부 발표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맞아 늦어지면서 아직까지 공정근로위원회(Fair Work Commission)의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그렇군요. 경제전문가들이 최저 임금 동결을 지지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 네. 아무래도 코로나 여파로 인한 경제적 침체로 인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겁니다. 최저 임금률이 수백만 명의 호주인 근로자들의 임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임금 동결을 통해 기업의 생존력을 유지할 필요성도 있다는 건데요, 연방 정부도 근로자들의 일자리 보존을 우선시하면서 ‘신중한 접근법’을 당부했습니다.

: 지금 실제로 올 2분기 실업률이 1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 네. 그렇습니다. 사실상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서 호주의 실업률이 28년 만에 두자릿 수에 도달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는데요, 호주의 2분기 실업률도 지난 1분기 대비 4.9% 포인트 이상 수직 상승하면서 10%를 뛰어넘을 것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는 거의 140만 명의 실직자가 양산됐다는 의미인데요, 이러한 우려로 인해 연방 정부가 일자리지키기(Jobkeeper) 수당 정책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놓고 있죠.

: 그렇군요. 호주 경제 최악의 실업률은 언제였던 것이죠?

: 호주 최대 실업률은 호주 경제가 최악의 침체에 빠졌던 지난 1992년 11.2%로 기록돼 있습니다. 최근의 최저 임금 동결 사례는 지난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실업이 우려되는 가운데 2009년에 임금 동결이 된 바 있죠.

: 그렇군요. 11년 만에 또 다시 임금 동결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정확한 분석이 뒷받침돼야 할 것 같은데요, 협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된 건가요?

: 호주 경제학회(Economic Society of Australia and The Conversation)는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경제모델링, 공공정책 분야에서 호주의 대표적인 경제학자 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들 중에는 전현직 정부 기관의 고문, 전현직 중앙은행 이사회 위원, 전 호주 공정급여위원회(Australian Fair Pay Commission) 위원장 등이 포함됐는데요, 이들에게 각각 “최저 임금 동결이 호주의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동의 여부를 물었습니다.

: 그렇군요. 설문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 네. 설문 대상자 42명의 경제 전문가 중 절반인 21명이 이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고, 그 중에 7명은 ‘강력하게’ 동의한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19명은 ‘최저 임금 동결이 호주의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고 반대 19명 중 7명은 ‘강하게 반대한다’는 답변을 보였습니다.

: 그렇군요. 전문가들의 의견도 근소한 차이로 나뉜 거네요.

: 네, 전문가들 대부분은 국내외 연구 결과를 비추어볼 때, 통상적으로 최저 임금 인상은 고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는데요, 또 전문가 몇몇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이 나뉜 만큼 코로나 이후 경제 상황을 어떻게 예측하고 있는 지 전문가들의 주장을 들어보고 싶은데요?

: 네, 전문가들의 설문조사 응답과 함께 이유에 대한 설명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지에 자세히 실려있는데요, 우선 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뉴사우스웨일즈대학의 기기 포스터 경제학 교수는 많은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간신히 수익을 내는 수준의 기업 운영을 하고 있으며, 수개월 동안 그런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고, 전직 호주 생산성위원회의 라나 로이 박사는 “자본가들에게 착취당하는 비참함은 전혀 착취당하지 않는 비참함(즉, 실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1962년 현대경제학의 선구자인 조안 로빈슨 박사의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 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가 없어지는 실업 위험이 상존한 상황이라면 노동자의 처지는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군요.

: 그렇습니다. 또 멜버른대학의 존 프리베인 경제학 교수는 임금 동결이 매우 낮은 인플레이션 기대감과 함께 가계나 기업,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불확실한 세계에 확실한 핵심 요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호주 국립대학(ANU)의 로버트 브루닉 교수와 그리피스대학의 토니 메이킨 교수는 물가가 안정적이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최저 임금 동결은 구매력 측면에서 근로자들에게 거의 또는 전혀 손해를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멜버른 대학의 과이 림 조교수를 비롯해 몇몇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인한 경기 부양을 원한다면, 고용주들을 재정적으로 더 힘들게 하지 않는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반대로 임금 인상에 찬성 입장을 보인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떤 건가요?

: 네. 최저 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이를 소비자 신뢰를 강화하고 유난히 취약한 노동자 층의 협상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보는 입장인데요, 코로나 바이러스 타격을 받기 전까지의 역대 임금 인상률도 이미 계속 2%에 근접해 낮은 수준이었는데,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는 공정근로위원회가 고용주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하며 큰 폭으로 인상한 3.5%와 3% 인상률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제임스 몰리 시드니대학 교수는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며 최저 임금 동결이 이미 낮게 깔려있는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그냥 사장시켜버릴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옥스포드 대학의 피터 아벨슨 교수는 근로자들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노동생산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라며, 임금 동결은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사울 에슬레이크 타즈매니아대학의 교수는 임금 인상 결정을 미루는 중간 입장을 제안했는데요, 인플레이션에 보조를 맞춰 임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 코로나 바이러스가 최저 임금 논의에도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임금 동결이냐 고용 보장이냐 어디에 중점을 둬야할 지 전문가들의 견해 차가 극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홍: 네, 공정근로위원회가 이달 말까지 심사를 마치고 최저 임금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하니까 결과는 지켜봐야겠습니다.

박: 그런 가운데 뉴사우스웨일즈 주는 1년간 공공임금을 동결한다고 발표했죠?

홍: 그렇습니다.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NSW주 총리는 지난달 27일 “공공부문 임금 동결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90%에 이르는 민간 고용 창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요, 이에 따라 NSW주는 공무원, 의사, 교사, 간호사 등의 직업군에게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고위 임원 이외에는 정리해고 대상에 포함하지 않을 것을 보장했습니다. 공공부문 근로자 41만 명에 대한 임금 동결로 예상되는 예산 절감액 30억 달러는 건강, 일자리 부문에 지출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면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자리 유지와 창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는데요, NSW주에서만 지난 4월 신규 실업자가 22만 1천명 발생했다는 호주통계청의 발표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박: 노조 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홍: 그렇습니다. NSW주 주정부는 공공부문 임금 동결을 발표하면서 코로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일회성 성과급 1천 달러 보너스 지급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교원 노조는 이를 거부했는데요, 야당과 녹색당 등이 공공부문 임금 동결을 발표에 대해 반발하고 나서자 정부에서 타협안으로 일회성 보너스를 제시한 겁니다. 하지만 교원 노조인 NSW 교사연합은 정부의 제안은 ‘경제적으로 반생산적인 정책이며 거부돼야 마땅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NSW 재무부는 의회 예산안 통과를 위해 노조와의 협상에 주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 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홍태경 프로듀서와 함께 최저 임금 동결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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