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징역 10년”… 호주 최초 VIC ‘임금 절도법’, 효과와 향후 전망은?

Protesters in Melbourne against wage theft

Source: AAP Image/Supplied by United V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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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앤드류스 빅토리아 주총리는 ‘새로 발의된 법안에 의하면 고의적으로 임금을 적게 지급하거나 미지급하는 고용주는 10년 이하의 실형에 처해지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법안의 효과와 향후 전망을 짚어 봅니다.


박성일 프로듀서(이하 사회자): 지난 6월, 호주 최초로 빅토리아주에서 노동자의 임금을 가로채는 행위가 형사 범죄로 규정됨에 따라 급여를 떼먹는 고용주들이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직원의 임금을 떼어먹다 적발되면 빅토리아주에서는 개인의 경우 최대 19만 8,264달러, 회사에는 99만 1,320달러의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는데요.  그뿐만 아니라 최대 10년의 징역형도 가능해졌습니다.

오늘은 빅토리아주의 새로운 ‘임금 절도법’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H & H Lawyers의 이슬아 변호사님 함께 자리해 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슬아 변호사(이하 이슬아): 안녕하세요, H & H Lawyers 멜번 사무실의 이슬아 변호사입니다. 반갑습니다.

사회자: 네, 빅토리아주의 임금 절도법, 호주에서 최초이자 굉장히 강력한 법인 것 같은데요.

지난 6월 질 헤네시 빅토리아주 법무 장관은 이 법을 소개하면서 “근로자들의 임금과 수당을 가로채는 고용주들은 법의 완강한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아주 강하게 말했거든요.

이 법에 대해서 아직 자세히 모르는 청취자 여러분들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먼저 빅토리아주의 ‘임금 절도법’이 무엇이고 어떻게 생기게 된 건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이슬아: 네, 임금 절도법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고용주가 그 고용인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임금이나 연금을 포함한 다른 권리를 빼앗아 가는, 다시 말해 훔쳐가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런 고용주들은 개인 사업자나 소규모 회사부터 대기업까지 시장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데요,  기존 호주의 Fair Work Act 즉 “공정노동법”의 위반행위보다는 ‘의도성’, 즉 고용주가 ‘고의적으로’ 빼앗아 갔느냐에 좀 더 초점을 둔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금체불이나 미지급에 관해 현재까지는 민사 제재만 가능했지만, 이제 형사 처벌 또한 가능해지도록 고안된 법입니다.

사회자: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 ‘임금 절도법’에 해당이 되는 경우, 어떤 경우들이 있을까요? 간단히 생각하기로는 최저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 임금 절도에 해당할 것 같은데요. 그 외에도 어떤 경우에 임금 절도에 해당하는지가 궁금하네요.

이슬아: 네, 고용법을 위반하는 행위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데, 그 행위와 아울러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임금 절도’가 성립된다는 것이 특이 사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용법 위반 행위로는, 먼저 말씀하신 대로 최저 임금에 못 미치는 시급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겠고요, 직원의 보통 시급의 9.5%에 해당하는 연금의 미지급이 있습니다. 특히 연금의 경우 풀타임, 파트타임, 특정 경우 캐주얼 직원까지도 법적으로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주말, 공휴일, 연장근무, 야간근무 혹은 이른 아침 근무 관련하여 penalty rates 라고 불리는 추가 수당이 지급되어야 하고요, 이것은 award라고 불리는 업종 별 고용 법규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또 임금이나 각종 수당의 일부를 고용주가 임의로 공제하거나 음식이나 물품 같은 대체품으로 지급받을 수 없습니다. 임금은 반드시 현금, 수표 혹은 계좌이체의 형태로 지급되어야 하고요,  물론 임금을 지급한 후 그 일부를 고용주가 ‘캐시백’ 형태로 돌려받는 행위 또한 불법입니다.

임금 지급사항이 기록된 페이 슬립은 임금 지급 이후 1일 이내에 발행되어야 하는데요, 페이 슬립 발행이나 고용 관련 기록 등을 제대로 작성 및 유지하지 않는 것도 고용법 위반에 해당됩니다. 이런 행위들에 고의성이 있었다는 것이 입증되면 ‘임금 절도’가 성립됩니다.

사회자: 그렇군요. 최저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도 임금 절도 행위가 되는 건데요. 현재 호주에서의 최저 임금이 어느 정도인지? 18살 미만과 성인의 최저임금도 차이가 있는 걸로 아는데 어떻게 다른지 이 부분도 조금 설명을 해 주시죠

이슬아: 호주의 Fair Work Commission, 즉, 공정노동위원회는 매년 최저임금을 업데이트하는데요, 올해 7월 1일부터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1.75% 인상된 시간당 $19.84 로 발표했습니다. 정확히 말씀해주신대로 견습생, 즉 apprentice 나 trainee 의 경우, 21세 이상인지, 아니면 고등학생 신분의 견습생인지에 따라 다르고, trainee 의 경우 시간당 혹은 업무평가에 따라 임금을 받지만 학생 신분의 trainee혹은 파트타임 trainee 의 경우 또다시 지급사항이 달라집니다. 노동법상 junior 로 분류되는 것은 21세 이하 직원이고요, 업종 및 직원의 나이에 따라 성인 임금의 특정 %를 받게됩니다.
H & H Lawyers, Erica Lee (이슬아 변호사)
H & H Lawyers, Erica Lee (이슬아 변호사) Source: SBS Korean
사회자: 그렇군요. 이번 법안이 통과된 후에 루크 힐라카리 빅토리아주 무역 위원회 위원장은 “임금 절도는 범죄다. 임금을 가로챈 고용주가 적절한 처벌을 받아야만 사업 모델로서의 임금 절도 행위가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방송을 듣는 청취자 여러분들 중에는 “사실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고의로 임금을 떼어먹으려는 게 아니라 잘 모르거나 실수로 그런 경우도 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임금 절도’ 라는 표현이 과연 맞나라는 질문을 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슬아: ‘임금 절도법’ 관련하여 아마도 가장 열띤 쟁점이 바로 어느 선에서 그 ‘고의’가 성립될 것인가 하는 부분일 겁니다.

법정 최저임금이 거의 매해 바뀌고 업종 및 직원의 경력에 따라 최저임금이 각기 다르게 책정되는 복잡한 구조로 인해 고용주가 실수로 낮은 임금을 지급한 것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 의도치 않은 상황에까지 필요 이상으로 고의성을 덮어 씌우는 표현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지적이 나오게 된 데에는 종종 언론에서 정치인이나 노조가, 고용주의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임금 절도’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을 무분별하게 끌어다 쓰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빅토리아 주에서 통과된 ‘임금 절도법’에 의해 고용주가 형사 처벌을 받으려면, 형법상의 절도죄의 구성요건 중 하나인 ‘고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월에 실제로 청취자 여러분도 익숙하신 Coles, Target, Bunnings 와 Woolworths 같은 호주를 대표하는 대기업들 또한 이 임금 절도 스캔들에 휘말렸는데요, 지난 수년간 임금 절도를 행해왔다는 질타를 받은 이 기업들은 ‘임금 절도법’이 시행되면 최소한 ‘비용 문제 때문에 급여 지급을 정확히 처리할 전문 인력을 구비하지 못했다’, ‘모르고 그랬다’ 같은 변명은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회자: 네 그렇군요. 빅토리아주의 임금 절도 법안, 지난 6월에 빅토리아주에서 호주 최초로 통과가 됐고, 이제 늦어도 2021년 7월 1일 전에는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임금 절도 법안이 시행되고 나면 그 효과를 어떻게 예측하시는지요?

이슬아: 글쎄요, 강력한 벌금에 형사 처벌까지 곁들인다고 하면, 과연 회사들이 이 임금 절도 행태를 멈추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정부 입장에서 얼마나 열심히 형사 기소를 할지가 관건이 될것 같습니다. 대기업들은 대체로 ‘임금 절도 스캔들’의 이유를 호주의 복잡한 노동법 시스템 탓으로 돌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강력한 처벌’이라는 채찍만으로 고용주가 단숨에 노동법을 준수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입니다. 고용주의 임금 체불 등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당사자 간 비공개로 진행되는 조정 절차를 통한 합의가 근로자 입장에서는 조금 더 간편하고 신속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서 고용주가 법을 준수하게 되기보다는 ‘돈이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중 하나’라고 여기게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자 : 그렇다면 다른 주의 움직임은 어떤가요? 또한 법안 시행과 관련해서 고용주 그리고 노동자 여러분이 꼭 기억하셔야 할 중요 내용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마지막으로 이 부분도 정리해 주시죠.

이슬아: 내년에 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임금을 낮게 지불한 고용주는 ‘잘 몰라서 그랬다’ 혹은 ‘고의는 아니었다’라는 식의 변명만으로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빅토리아 주와 함께 퀸즐랜드에서 이번 달에 ‘임금 절도법’을 통과시켰고요, 뉴사우스 웨일즈나 다른 주에서도 곧 유사한 법안이 발효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임금 미지급 관련 형사 처벌 가능성이 열리면서, 이미 충분히 복잡하고 세밀한 호주의 노동법 시스템이 고용주에게 더욱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가운데, 모든 고용주가 기억해야 할 것은 ‘고의가 있든 없든, 노동법을 어기는 모든 행위에는 그 책임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실제로 직원의 월급을 ‘훔칠’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를 막론하고, 예상하지 못한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운용 중인 임금 지급 시스템을 다시 한 번 검토하시고, 호주 노동법규 전반에 걸쳐 노동법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사회자: 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H&H 로이어스의 이슬아 변호사님과 함께 빅토리아주의 새로운 ‘임금 절도법’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이슬아 변호사님, 오늘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슬아: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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