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첫 한인여성 법정변호사 빅토리아 차 “현대사회, 법리와 증거의 전쟁터죠"

Victoria Cha

Victoria Cha was the first female barrister in Sydney's Korean community. Source: Supplied

Get the SBS Audio app

Other ways to listen

동포사회에 널리 알려진 로펌 H&H Lawyers에 소송 담당 변호사로 합류한 빅토리아 차(차유진) 변호사는 호주 한인 사회의 첫 여성 법정변호사(Barrister)로 법정 현장에서 6년 이상 경험을 축적했다.


나혜인 피디: 차유진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차유진 변호사: 안녕하세요?

나혜인 피디: 먼저 앞서 소개를 해 드린 대로 호주 한인 사회의 첫 여성 배리스터, 법정 변호사로 활동하신 경력이 있습니다. 한인 사회로써는 아주 자랑스러운 일인데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좀 해 주시죠.

차유진 변호사: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어렸을 때 미국에 갔고요. 미국에서 초, 중, 고를 나오고 대학교 및 로스쿨은 시드니에서 나왔습니다.

나혜인 피디: 호주는 한국과는 법적 시스템이 좀 다릅니다. 사무 변호사와 법정 변호사 역할이 분리돼 있는데요. 먼저  변호사님께서 간단히 설명을 좀 해 주신다면요?

차유진 변호사:  아시다시피 한국에서는 솔리시터와 배리스터의 역할이 따로 구분돼 있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라는 명칭 아래 통합돼 있습니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이 두 역할이 별개로 돼 있는데요. 우선 솔리시터와 배리스터에 관해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솔리시터는 법적인 사항과 관련해서 아주 다양한 일을 합니다. 보통 법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처음 찾아가 법률 상담을 하고 조언을 구하기 위해 만나게 되시는 건 솔리시터입니다.  모든 법적 문제에 소송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매매나, 임대차 등 부동산과 관련된 여러 계약서나 절차 진행, 운영하시는 비즈니스 혹은 회사 등과 관련된 각종 계약서 작성 및 검토, 혹은  유언장 작성, 상표 등록 등 대체로 소송 외의 모든 법률 업무는 솔리시터의 업무 영역에 속합니다.

나혜인 피디: 보통 저희가 주로 만나는 변호사도 솔리시터가 되겠죠? 사무 변호사, 일상생활에서…

차유진 변호사: 맞습니다. 또한 어떤 논쟁에 휘말렸을 때 의뢰인을 대신해서 상대방 혹은 상대방 측 변호사와 직접 협상해서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하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다들 알고 계시거나 들어보신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들은 모두 솔리시터들입니다. 반면 배리스터는 법정 전문 변호사로 재판 자체를 담당하고 변론에 특화돼 있는 변호사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소송이 전문인 샘인데요.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은 통상적으로 솔리시터에게 일을 받아서 함께 클라이언트를 대변해 재판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때 일하는 범위나 분야는 솔리시터나 배리스터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일반적으로 클라이언트를 핸들링하거나 재판 준비는 주로 솔리시터가 하게 되고 재판에서 변론을 배리스터가 한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혜인 피디: 저희가 흔히 법정 변호사 생각을 하면 머리에 가발을 쓴 이런 모습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차 변호사님도 과거에 법정에 서 셨을 때 이렇게 가발을 쓰고 활동을 하신 건가요?

차유진 변호사: 맞습니다.

나혜인 피디: 그게 특별히 의미가 있는 거죠? 법정 변호사들은?

차유진 변호사: 그렇죠. 이게 영국에서부터 쭉 내려온 시스템인데요. 요새는 그래도 현대화돼서 특정적인 법원이나 특정적인 사건에만 가발을 쓰는 경우가 있고요. 대신에 많이 보셨던 배리스터들이 입는 로브라고 하죠. 그건 재판할 때 가장 낮은 법원 외에는 입어야 되는 편입니다.

나혜인 피디: 한국에서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 사법 고시를 보고 있는데, 호주에서도 법정 변호사가 되려면 시험을 봐야 하죠?

차유진 변호사: 네. 저희도 법정 변호사가 되려면 별도의 시험을 봐야 합니다. 하지만 누구든 바로 배리스터 시험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일단 솔리시터 자격증이 있어야 합니다. 즉, 배리스터 시험은 변호사들만 볼 수 있는 시험인데요. 크게 증거법, 민사소송법, 변호사 윤리 이렇게 세 과목으로 돼 있는데요. 시험 형태는 서술형이고 여러 법 조항과 판례를 암기해야 됩니다. 제가 시험 봤을 당시에는 지금이랑 시험 시스템이 바뀌었는데요. 가장 큰 차이는 시험 기간인데요. 저는 3일에 걸쳐서 시험을 봤는데 지금은 하루에 다 본다고 합니다.
Victoria Cha
Victoria Cha worked as a barrister for over six years. Source: Supplied
나혜인 피디: 차 변호사님처럼 이렇게 법정 변호사로 활동하다 다시 사무 변호사로 활동하는 경우가 호주에서는 자주 있나요?

차유진 변호사: 호주 전체에 자주 있는지는 제가 알 수 없지만 제 주변에는 몇 분 계시고, 종종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나혜인 피디: 한인 법조인들은 많이 있지만 대부분 솔리시터 업무를 보고 있는데, 이렇게 법정 변호사를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차유진 변호사: 제가 배리스터를 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제가 로스쿨 학생일 때 호주 연방 법원에서 일을 했습니다. 판사와 재판에 같이 들어가면서 판사 분을 도와드리는 역할이었는데요. 그렇게 몇 년간 일하면서 많은 재판을 관람하게 됐고, 재판이 너무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총이나 칼이 아닌 결국 법률 지식과 증거라는 무기로 법정이라는 장소에서 일어나는 현대 사회의 전쟁 같은 느낌이었는데요. 저는 아마 그때부터 항상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면 꼭 배리스터를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나혜인 피디: 배리스터로는 몇 년 정도 활동하신가요?

차유진 변호사:6년 좀 넘게 활동했습니다.

나혜인 피디: 다시 사무 변호사로 돌아오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차유진 변호사: 일단은 법정 변호사로 활동을 충분히 해서 경력이 어느 정도 쌓였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제가 이번에 합류하게 된 로펌이 굉장히 다양한 소송건을 맡고 있어서 주니어들과 함께 더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나서 솔리시터로 다시 합류하게 됐습니다.

나혜인 피디: 한인 사회뿐 아니라 이민자 사회에서 자주 거론되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Bamboo Ceiling 입니다. 대나무 천장, 아시아 출신이 고위직에 올라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죠. 실제로 작년 에 따르면 법과 졸업생의 25%, 그리고 일반 변호사의 20%가 아시아 계인데, 실제로 파트너까지 올라가는 아시아계는 8%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아시아계에 여성이란 변수까지 넣으면 이 비율은 더 떨어질 것 같은데요. 우리 차 변호사님께서는 아시아 계 여성 법정 변호사로 활동하시면서 이런 부분을 직접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차유진 변호사: 네, 저도 말씀하신 기사를 본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제가 NSW 배리스터 협회에서 커미티로 활동하고 있어서, 이 기사를 가지고 논의한 기억이 있는데요. NSW 주 배리스터 업계만 예를 들어 봤을 때 남자 배리스터가 80%, 여자 배리스터가 20% 정도입니다. 차이가 많이 나네요. 그래서 출신 국가나 지역을 떠나서 남자보다 여자의 비율이 낮다 보니까 여자면 다 힘들 수 있다는 주장으로 그래서 먼저 나온 말이 글라스 실링(glass ceiling)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중에서 아시아인은 더욱 극 소수이다 보니까 아시아인들은 글라스 실링보다도 더 위에 뱀부 실링(bamboo ceiling)이 있다는 말이 또 나온 것 같은데요. 근데 아시다시피 호주 대 법원인 하이 코트(High Court)에서 가장 높은 판사이신 치프 저스티스(Chief Justice)도 여자분이시고, 대 법원에 총 일곱 판사분들이 계시는데 그중에 세 분이 또 여자분이시고, NSW 주 슈프림 코트(Supreme Court), NSW주에서 가장 높은 법원이죠. 내부에서 형편법 에퀴티 법원(Equity Court)에서 치프 저지(Cheif Judge)도 여자 판사분이세요. 수프림 코트나, 페더럴 코트(Federal Court)나 높은 법원에서 레지스트라(Registrar) 라고 해서 행정 판사들이 계시는데 그분들도 아시아 계 분들이 꽤 되시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물론 저도 배리스터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데요. 제 경우를 예로 든다면 굳이 소수민족이라서 힘들다기보다는 아무래도 일을 처음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배우는 단계여서 노력을 더 해야만 했던 시기였던 것 같고요. 이건 모든 배리스터들이 처음에 시작할 때 똑같이 겪는 단계입니다. 왜냐면 솔리시터를 오래 했더라도 배리스터는 분야가 좀 더 특화돼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누구나 좀 힘든 시간이 있거든요. 대신에 시간이 지나서 그만큼 경험과 지식이 쌓이고 경력이 늘면서 어려운 부분이 확실히 줄어드는 건 굳이 법 쪽이 아니어도 어디를 가든 누구나 같은 경험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혜인 피디: 변호사님께서 한국어도 하시기 때문에 우리 동포 분들도 고객으로 많이 찾아가실 것 같은데요. 호주에 오래 거주하시고 영어를 잘 하셔도, 법적인 문제가 되면 좀 곤혹스러운 신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한인 고객분들을 만나시면서 드시는  여러 가지 생각도 있을 것 같은데요.

차유진 변호사:  일단 법정을 떠나서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누구에게나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인 건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한인 고객분들 중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거나 법적인 부분을 잘 모르는 바람에 불이익을 당해서 오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러한 불이익을 제가 해소해 드릴 수 있다면 오히려 기쁘게 도와드릴 수 있는 것 같고요. 법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계신 분들을 위해서 제가 열심히 공부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질문하신 내용에 덧붙여서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 경험상 크든, 작든, 누군가와 논쟁이나 어떤 법적인 문제가 생기시면 최대한 빨리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 보시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법적인 권리와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시면 아무래도 상황에 대처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으실 테니까요.

나혜인 피디: 목소리는 너무 젊게 느껴지시거든요. 차 변호사님께서 아직 젊으시기 때문에 법정 변호사 뿐 아니라 법조인으로 더 큰 꿈과 계획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떠신지요?

차유진 변호사: 목소리와 다르게 제가 나이가 좀 있는데요.

나혜인 피디: 목소리만으로는 사실 20대 젊은 변호사님이 아닐까 싶은데요…

차유진 변호사: 2배 정도 곱하기 2 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 제가 그동안 배리스터로 활동하다가 이번에 H&H Lawyers에 소송 담당 솔리시터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H&H Lawyers는 한국, 일본, 중국계 출신 변호사들이 활발히 활동 중인 로펌인데 호주에서는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동북아 계 로펌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의 제 꿈은 저의 로펌이 호주 전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도 사무소를 내고 많은 고객분들에게 편하게 다가가 각종 호주 내 법률문제나 소송, 분쟁 등을 최대한 신속하면서 전문적으로 해결해 드리는 해결사로 자리 잡도록 하는 거고요. 또한 아시아계 로스쿨 학생들에게도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호주 법조계에 더 많은 동양이 진출할 수 있도록 후학을 양성하는 것도 저의 소박하지만 큰 바람입니다.

나혜인 피디: 빅토리아 차, 차유진 변호사님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