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브리핑: ‘기술이민 프로그램 개선안’ 어떤 내용 담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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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stralian immigration passport with passport and visa Source: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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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탄 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임시 기술이민 개혁: 호주를 위한 더 나은 정책’에 대해 자세히 살펴봅니다.


박성일 PD (이하 진행자): 호주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서 많은 분들이 기술이민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요, 갈수록 기술이민을 통한 영주권 취득 문이 좁아지면서 기술이민 프로그램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 경제브리핑에서는 호주의 대표적인 씽크탱크 그라탄 연구소가 최근에 발표한 기술이민 프로그램 개선안에 대해 알아봅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연결돼 있습니다. 최근 보고서에서 기술 이민 프로그램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새로 발표된 그라탄 연구소(Grattan Institute)의 보고서에서는 호주인의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이민정책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요, 호주인들의 생활수준을 높이고,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며, 이민노동자들의 착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산을 늘리고, 임시 기술 이민 프로그램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11개의 권고안이 담겨있습니다.

'임시 기술이민 개혁: 호주를 위한 더 나은 정책()’이라는 제목의 이번 보고서는 현재의 기술이민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인기가 없고, 임시적인 기술 이민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인 이익의 많은 부분을 낭비하고 있으며, 부도덕한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을 착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보고서의 주요 저자이자 그라탄 연구소의 경제 정책 프로그램 책임자인 브랜든 코트 씨는 “호주는 임시 기술 이민 정책에 있어서 고용주와 이주 노동자 양쪽 모두에게 최악”이라고 평가하면서 "호주가 간절히 필요로 하는 고급 기술을 가진 이민자들을 보다 쉽게 후원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재설계하고 이민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많은 이민자들이 기술이민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개혁이 필요하다는 부분은 구체적으로 어떤 비자를 말하는 건가요?

PD: 비판의 중심이 되고 있는 이민 프로그램의 임시 취업비자라고 할 수 있는 TSS 비자, 즉 고용주 후원 임시 취업비자(482 비자)인데요, 현재의 임시 기술 부족(TSS) 비자 프로그램은 고용주들이 "기술이 거의 없는 저임금 노동자들"을 후원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보고서는 임시 후원이 어떤 직업에서든 근로자들을 후원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새로운 임시 기술 노동자들(TSW) 비자와 함께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저기술, 저임금 임시 기술 이민자 지원을 중단하자는 것인데, 이는 고용주가 고도의 기술을 가진, 고임금 임시 기술 이민자를 더 많이 후원할 수 있도록 이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고용주는 '부족 직업군'으로 분류되는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후원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연방정부가 호주 근로시장 내 기술 부족군을 시기적절하게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현재의 접근법은 또한 고용주들이 많은 저임금 근로자들을 후원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에 많은 저임금 이민자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현재 고용주후원 이민자의 50% 이상이 호주 정규직 노동자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으며 이는 2005년의 38% 수준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진행자: 지금의 고용주 후원 기술부족 임시 비자 프로그램(TSS)의 경우2년 또는 4년동안 호주에 거주하면서 후원 고용주와 3년 이상 일을 하면 영주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있죠?

PD: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든 TSS비자가 영주권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고 직업군에 따라 중장기부족직업군(MLTSSL)과 지방지역에 한해 영주권으로 전환 자격이 주어집니다. 2013년 중반 이후 TSS 비자의 최저 임금 기준은 53,900 달러로 동결되어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48,510달러의 최저 임금 고용협정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고용주가 같은 일을 하는 호주인들이 받는 임금보다 적은 금액을 제공하면서 이주 노동자들들을 후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경고했습니다.

또 "후원 이민자에 대한 노동 착취가 넘쳐나며 이는 이민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린다"며 "연방정부가 기술 부족을 시기적절하게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데이터 공유 협정과 적극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 정부 감사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의 저임금 행태가 수년간 입증되어 왔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보고서가 제안하고 있는 대체 비자는 어떤 내용인가요?

PD: 보고서는 임시 기술 부족 비자를 사용하는 것이 "비용이 많이 들고 확실성이 낮아졌다"고 지적하면서 고용주 후원비자는 광업 붐 이후인 2014년 11만 명에서 2021년 6만 명으로 감소해 전체 근로자 200명 중 1명꼴로 줄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미래에는 임시 기술이민 프로그램이 고임금 일자리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장인데요 고도의 기술을 가진 이민자들은 또한 더 많은 지식과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그들은 공공 서비스와 혜택에서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되므로 기존의 임시 기술 부족 비자를 대체할 새로운 '고임금 임시 기술 노동자' 비자를 제안했습니다.

또 고용주는 임시 기술이민 비자를 활용하여 모든 직업군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후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단, 그 직업군에 대해서는 연간 7만 달러 이상(현재의 기준치인 53,900달러보다 상당히 높음)의 연봉을 지불하고 그 근로자는 적어도 같은 일을 하는 호주인과 같은 수준의 급여를 받아야 하며 또 근로자들이 고용주를 선택해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렇게 할 때 임시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정규직 일자리의 수는 44%에서 약 66%로 줄어들지 않고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고임금 이민자들을 목표로 하는 것이 호주의 기술 부족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된 골자입니다.

진행자: 현재 비자는 후원하는 고용주에게 묶여 있기 때문에 임시 기술 이민 근로자들은 특히 착취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죠. 또 만약 후원 고용주와 함께 일하는 것을 그만둔다면 60일 이내에 호주를 떠나야하는 조건이 있죠.

PD: 맞습니다. 현재의 비자 하에서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되면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60일 간의 시간이 주어지는데요, 이번 개혁안에서는 이를 90일로 늘리고, 또 7만 달러 이상의 수입에 해당하는 어떤 직업군으로도 바꿀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을 통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일부 고용주들의 착취 행태가 뿌리 뽑힐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보고서는 또한 저임금 일자리에 대한 후원을 허용하는 고용협정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내무부가 노동자들을 학대하는 악덕 고용주들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고 더 많은 무작위 감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보고서의 저자 코츠 연구원은 "2022년 연방선거를 앞두고 양당 모두 보다 목표 지향적이고 능률적인 임시 취업 비자에 전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하지만 실상은 저임금 직업 분야에서 고용주 후원이 필요한 많은 이민자들이 실제 이 비자를 통해 영주권의 길을 모색하고 있지않습니까?

PD: 그렇습니다. 실제로 저임금 이민자들은 고임금의 전문기술 노동자들 만을 대상으로 비자 프로그램을 '재설정'하자는 보고서 발표에 실망하고 있습니다. 임시 기술 부족 비자가 노동자들의 착취를 막기 위해 고도의 기술을 가진 이민자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보고서에 이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요, 36세의 셰프로 근무 중인 자비에라 씨는NSW 북부의 한 카페에서 아침과 점심 요리를 담당하며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있습니다. 2016년 네덜란드에서 유학생으로 입국해 2021년 4월 요리사 자격으로 고용주 후원 임시 기술 부족 비자를 취득했습니다. 그는 하루에 150인 분의 식사를 만드는데 화장실에 가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자비에라 씨는 이번 정책이 자신과 같은 요리사들을 제외시킬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요리사 직업군은 호주에서 절실히 필요한 분야지만 연간 7만 달러를 벌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모든 카페나 식당이 그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자비에라 씨는 요식업계에서 더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에게도 고용주 후원 비자를 여전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요식업계 이외에도 차일드케어나, 에이지드 케어 등의 분야에도 기술인력이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요?

PD: 그렇습니다. 난민 및 이주자 정착 지원 센터인 AMES Australia의 홍보 담당 매니저 로리 노웰 씨는 호주는 '고도의 기술자'로 간주되지 않을 수 있는 '중요 인력' 직업군에도 인력 수급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노웰 씨는 SBS 뉴스에서 "헬스케어, 에이지드케어, 차일드 케어 분야에 필요한 빈자리를 채울만한 충분한 인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우리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 요식업 및 농업 종사자의 필요성과 이러한 근로자들이 호주 경제를 얼마나 더 많이 지탱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21년 8월에 발표된 호주 경제 개발 위원회(CEDA)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호주에서 필요한 노인 간병인 인력을 최소 17,000명이 더 필요하며 2050년까지 호주는 40만 명의 노년층 간병인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호주 고령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채워져야 하는 심각한 부족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노인요양인력의 30%가 이민자이며, 이는 호주에서 더 많은 저숙련 분야의 인력 수급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직 더 많은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은 그라탄 연구소가 발표한 임시 기술이민 프로그램 개혁안에 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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