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드니에 올려진 1인 극 ‘염쟁이 유 씨’의 유순웅 배우 “죽음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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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 올려진 1인 극 ‘염쟁이 유 씨’의 유순웅 배우 Source: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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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모노드라마로 지난 2004년 초연 이후 3000회 이상 공연된 ‘염쟁이 유 씨’가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호주에서 공연됐습니다. 홀로 무대에 서서 15개 이상의 배역을 소화하는 유순웅 배우와 죽음과 삶을 잇는 연극 ‘염쟁이 유 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Key Points
  • 8월 31일, 9월 1일 양일간 뱅스타운 아트 센터에서 공연된 연극 ‘염쟁이 유 씨’
  • 20년이 넘게 ‘염쟁이 유 씨’ 공연을 해 온 유순웅 배우, 시골에서 아버지가 염을 하는 것을 보고 연극 기획
  • 유순웅 배우 “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삶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
나혜인 PD: 지난 주말 뱅스타운 아트 센터에서는 한국의 대표 모노드라마 연극 ‘염쟁이 유 씨’가 공연됐습니다. 염쟁이 유 씨는 유순웅 배우가 2004년 초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여 년 동안 대한민국 전국을 순회하며 이어오고 있는데요. 호주방송협회의 주최로 호주 무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한국에서만 전국적으로 69만 명이 관람한 연극 염쟁이 유 씨에서 홀로 무대 위에 서서 관객들을 웃기고 울린 유순웅 배우, 저희 호주 공영 SBS 한국어 프로그램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유순웅 배우: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배우 유순웅입니다.

나혜인 PD: 네. 반갑습니다. 지난 주말 공연 얘기부터 좀 해보도록 하죠. 호주에서는 첫 공연이었는데요. 어떠셨나요?

유순웅 배우: 저 나름대로 되게 뜻깊은 시간이었고요. 우리 교민들도 너무 좋아해 주셨고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나혜인 PD: 네. 가족 단위로도 많이 오셨다고요?

유순웅 배우: 네.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퇴원하신 분들 온 가족들이 와서 공연 관람하시고 한국말이 서투른데도 충분히 다 이해하시고 재밌고 감동적으로 봤다고 감사 인사 많이들 나누고 그렇게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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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염쟁이 유씨 중 Source: Supplied / DENNIS_CHO
나혜인 PD: 관객분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호주 관객분들 한국과 좀 비슷했나요? 약간의 문화 차이 정서 차이도 있을 것 같은데요.

유순웅 배우: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들은 있지만 특별하게 크게 차이는 없었던 것 같고요. 한국하고 거의 똑같이 웃을 때 웃고…

나혜인 PD: 비슷한 대목에서...

유순웅 배우: 비슷한 때 울고 거의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연극 염쟁이 유씨 한국의 대표적인 모노 드라마입니다. 어떤 내용인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유순웅 배우: 염하면은 낯설게 들리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나혜인 PD: 네. 평소에는 사실 잘 쓸 일이 없는 말이죠.

유순웅 배우: 사람이 죽으면 그 죽으신 분의 시신을 씻어드리고 옷을 입혀서 입관하는 절차를 염이라고 합니다. 그 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삶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그런 연극입니다.

나혜인 PD: 무려 혼자서 15개의 배역을 무대 위에서 해내시는데요. 하지만 20여 년이 넘게 해오셨기 때문에 뭔가 자동으로 움직이게 되실 것 같아요. 염쟁이 유 씨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유순웅 배우: 제가 이제 연극한 지 지금 한 40년 정도 됐는데요. 한 20년 전에 한 20년쯤 연극을 했으니까 이제 저만의 연극을 한번 만들어보자 이렇게 해가지고서 이 작품을 기획을 하게 됐고 저희 아버님이 저희 이제 고향에서 마을분들 돌아가시면 영업을 오랫동안 하셨는데 그거를 보고 아 이런 이야기를 하면 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겠구나 이렇게 해서 이제 작가하고 상의해서 한 1년 정도 준비를 해서 무대에 올리게 됐죠.

나혜인 PD: 아버님이 염을 해드렸다는 건 장의사이신 건 아니신가요?

유순웅 배우: 그런 건 아니고요. 이제 교회에 오래 다니셨는데 이제 교회에 다니시다 보니까 마을의 어른이니까 이제 동네분들이 돌아가시고 이러면 다 해드리고 그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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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염쟁이 유 씨 중 Source: Supplied / DENNIS_CHO
나혜인 PD: 그런 염을 직접 보신 기억도 있으세요?

유순웅 배우: 아니요. 저는 사실은 이제 그 염쟁이유씨 하기 전에는 염을 본 적은 없었고요. 이 공연을 하기 위해서 장의사분들하고 연습을 해서 훈련을 받고 이렇게 하기는 했죠. 근데 이제 제가 이제 20년 동안 연극을 하다 보니까 하면서 이제 저희 아버님도 돌아가시고 이러면서 이제 영화를 좀 보기는 했죠.

나혜인 PD: 염에 대해서는 거의 전문가가 되셨을 것 같아요.

유순웅 배우: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요.

나혜인 PD: 실제로 안 해보셨지만 정말 뭔가 해야 되는 상황이 오면 하실 수도 있으실 것 같거든요.

유순웅 배우: 그러니까 이게 사실은 이제 되게 좀 성스럽기도 하고 또 죽음이라는 게 참 무섭고 두려울 것 같은데 이 외하는 거를 보면 굉장히 아름답고 성스러워요. 그래서 그 모습을 다 보여드리고 싶은데 사실 연극에서 그걸 보여드릴 수는 없는 거니까 연극에서는 이제 포인트 포인트 몇 개만 보여드리고 이런이런 이런 이런 죽음들이 있고 우리 이런 죽음들을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될까 이렇게 생각해 보는 그런 연극이 때문에 죽음에 대한 이야기지만 죽음보다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이야기하는 그런 연극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혜인 PD: 그렇네요. 죽음의 직전 정말 삶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정말 듭니다. 20년이 넘는 공연 가운데 그래도 좀 기억에 남는 특별한 공연이 있으실 것 같아요.

유순웅 배우: 한 분은 그 어떤 의사분이 공연을 보러 오셔가지고 공연 끝나고 눈물을 펑펑 흘리시면서 제 손을 꼭 잡고 자기는 평생 이게 의사 생활하면서 많은 죽음을 봤다. 그 죽음을 보면서 죽음에 대해서 무뎌지고 가볍게 여기는 경향들이 좀 생겼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내가 이 죽음을 한 사람의 죽음을 이렇게 가볍게 보는 것에 대해서 반성하고 이러면서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고맙다고 이렇게 하시는 분이 생겨 있었고요. 또 한 번은 우울증이 좀 굉장히 심하게 오신 분이 길을 걷다가 우연히 포스터를 보고 저 연극은 어떤 연극일까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이제 무작정 극장으로 들어와서 연극을 보고 죽음 매일 매일같이 죽음을 생각하다 연극을 보고 나서 내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 내가 왜 맨날 죽음만 생각했는가 이런 후회를 하면서 정말 병이 씻은듯이 난 것 같다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얘기하시면서 고맙다고 이렇게 한 공연 관객분들이 있었어요.

유순웅 배우: 그래서 그런 것들이 좀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나혜인 PD: 결국에는 죽음을 보여주셨지만 삶에 대한 교훈을 다 얻으셨네요.

유순웅 배우: 그런 것 같아요. 저도 그런 거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힘을 얻기도 하고 어떻게 살아야 되겠나 좀 더 잘 살아야 되지 않을까 이런 반성도 하고 그렇게 20년을 보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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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쟁이 유 씨 공연을 위해 호주를 찾은 유순웅 배우 Source: SBS / Korean program/Justin Park

나혜인 PD: 20년 동안 한 작품을 하는 것 정말 너무나 뜻깊은 일이실 것 같기도 하고요. 정말 배우로서 이런 기회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긴 한데요. 한편으로는 20년 동안 똑같은 작품을 계속하시면 좀 힘들지 않으실까 지겹지 않으실까 이런 생각도 좀 들거든요. 어떻게 해오셨어요?

유순웅 배우: 아 예 힘들죠 사실은 이제 한 700회, 800회 정도 될 때 이제 죽어도 못하겠다. 아무리 이 작품이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힘들고 매일매일 고통스러운 일들을 계속해야 되는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이제 그만해야 되겠다 이렇게 강력하게 얘기했는데 우리 기획하시는 분들이 한 800회까지 왔는데 이게 한국 사람들은 이 몇 회 1000회는 채워야 1500회 이런 것들을 되게 특별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천 회는 채워야 된다 이렇게 해가지고서 그걸 듣고 보니까 또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아서 일단 천번을 그렇게 해서 넘기게 됐어요. 넘기게 됐는데 이게 공연이 계속 관객들이 오고 또 지역에서도 계속 공연 요청들이 오고 이게 끊임없이 하다 보니까 어느새 2000회 3000 회 이렇게 넘어가 가지고 처음에는 이제 2000회, 3000 회까지는 숫자도 세고 그러다가 지금은 도대체 숫자 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이냐 이래서 3000 회를 넘겼습니다.

나혜인 PD: 그러셨군요. 근데 배우로서는 약간 새로운 배역에 대한 욕심도 드실 것 같거든요.

유순웅 배우: 네.그래서 한 1500회 2천 회 정도 될 때까지는 이 공연만 하다가 이게 정말 이게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 좀 들어가지고요. 매일 공연을 하다가 그다음부터는 이제 조금 텀을 두고 계절별로 한다든지 뭐 이렇게 하고 다른 작품들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도 좀 하게 됐고 그 이후부터는 그래서 지금은 이제 매일 하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시기마다 하고 이렇게 또 호주에서 또 이렇게 또 초청도 해 주시고요. 이렇게 해서 이런 데도 오고 뭐 이렇게 공연을 하고 있죠.

나혜인 PD: 저희가 잘 아는 영화에도 나오셨죠?

유순웅 배우: 네.네.

나혜인 PD: 명랑인가요?

유순웅 배우: 네. 명량에서 노인 거북선 만드는 장인으로 출연을 했었습니다.

나혜인 PD: 아마 우리 유순웅 배우님 얼굴을 보시면 다들 아라는 생각하실 거예요.

유순웅 배우: 그렇지는 않고요. 얼굴은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이제 드라마나 영화 많이...

나혜인 PD: 익숙하고 친숙하신…

유순웅 배우: 익숙하게… 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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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공영 SBS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인터뷰 중인 유순웅 배우와 나혜인 PD Source: SBS / Korean program/Justin Park
나혜인 PD: 저희가 앞서서도 삶에 대한 얘기를 계속했지 않습니까? 죽음과 삶이 굉장히 많이 맞닿아 있기 때문인데요. 우리 유순웅 배우님은 말씀하셨던 것처럼 40여 년을 연극 한 길만 쭉 걸어오셨는데요.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는 게 좋을까요?

유순웅 배우: 정말 어려운 얘기인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내가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야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고 내가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데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좀 도움이 된다면 참 좋지 않을까 그런 세상 그런 생각으로 저는 좀 살고 있는데 각자 삶은 자기가 책임지고 자기가 사는 거기 때문에 각자의 의미를 가지고 살면 되지 않을까 저는 그래서 이렇게 남에게 좀 피해 끼치지 않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만 그것이 나한테도 행복이 오는 그런 삶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살고 있죠.

나혜인 PD: 끝으로 앞으로 어떤 계획 있으신지도 한 말씀 나누어 주신다면요.

유순웅 배우: 여기서 이제 돌아가면 한국에서 염쟁이 유씨 공연 한 달 정도 준비 계획을 하고 있고요. 그다음에 끝나면 이제 뭐 한두 개의 영화 촬영 계획도 좀 있고 올해는 뭐 그렇게 그런 계획을 갖고 늘 뭐 배우니까 배우로서의 일을 열심히 해야죠.

나혜인 PD: 호주 오시자마자 공연 준비하느라 잘 보셨는지 모르시겠어요? 호주는 좀 보셨어요?

유순웅 배우: 아 네 오자마자 그 준비해서 그 이튿날 바로 공연했고요. 그러시죠? 네 오늘 뭐 좀 시내에 몇 군데 돌아봤습니다.

나혜인 PD: 오페라 하우스는 보셨습니까?

유순웅 배우: 모두 다 그 얘기를 해가지고 안 가면 큰일 날 것 같아서 보고 왔습니다.

나혜인 PD: 그럼요 호주에 오셨는데 오페라하우스는 보고 가셔야죠.

유순웅 배우: 아름다운 도시인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유순웅 배우님 남은 시간 호주에서 좋은 시간 또 좋은 기억 삶에 대한 많은 추억들 쌓으시길 바라겠고요. 언젠가 다시 무대 위에서 뵙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순웅 배우: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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