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IN: "화난다고 달리면 더 화나"…새로운 연구가 제시하는 분노 해소법

13-anger.w704.h396.2x.jpg

Anger NACA: H. Armstrong Roberts/Getty Images

Get the SBS Audio app

Other ways to listen

최근 연구에 따르면 화가 날 때 달리기를 통해 화를 달래려는 시도가 오히려 화를 증폭시킬 수 있다. 화를 다스리는 슬기로운 분노 해소법에 대해 알아본다.


Key Points
  • 샌드백 치기 · 달리기 · 계단 오르기 등은 분노 조절 효과 없고 경우에 따라 더 증폭시켜
  • 심호흡 · 명상 · 요가 · 단전호흡 · 점진적 근육 이완(PMR) 훈련 · 쉼을 통해 각성 이완 필요
  • 연구진…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한 발짝 물러나서 1부터 10 또는 100까지 세어 보라"
  • 언쟁 벌인 뒤 바로 잠들면 8시간 동안 잠자지 않고 깨어있는 것보다 나쁜 기억 더 강화돼
건강한 삶을 위한 지혜를 전합니다.
건강 IN은 건강 insight, 한자어 사람 '인(人)'을 써서 '건강한 사람'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건강 IN에서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강 정보와 건강 상식을 통해 일상에서의 우리 몸 관리법과 건강해지는 습관과 건강한 먹거리 등 지혜로운 건강 생활을 위한 정보들을 전해드립니다.

나혜인 PD(이하 진행자): 일상생활 속의 건강한 습관과 과학적으로 검증된 건강 관련 정보를 공유합니다. 건강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유화정 PD: 안녕하세요.

진행자: "1분 화를 낼 때마다 당신은 60초 동안 행복을 잃는 셈이다" 사상가 랄프 에머슨의 말입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화, 분노가 행복을 파괴하는 부정적 감정인 것은 알지만 화가 치미는 상황에서 화를 누르기는 참 힘든데요.

유화정 PD: 정신과 분석에 따르면 인간은 보호본능이 있기 때문에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내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서 화가 납니다.

화를 내면 아이큐가 높은 사람도 그 수치가 현저히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기에, 분노는 일시적으로 사람의 이성을 잃게 하고 순간 판단력을 흐려 충동적 행동도 서슴지 않게 만드는데요.

밖으로 향한 분노는 타인을 향한 육체적 언어적 폭력으로 나타나지만 나를 향한 분노는 무기력증과 우울증으로 표출됩니다. "화가 난다는 건 먼저 자신을 돌보라는 신호"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Man desparing
Anger & Hunger Credit: pexl.com?Nathan Cowley
진행자: "자신을 돌보라는 신호다" 이 말은 결국 화가 났을 때 내 마음을 먼저 챙기라는 것은 내가 지금 당장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것을 찾아 헤맬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유화정 PD: 화가 나는 감정은 단지 기분상의 변화로 그치지 않습니다. 보통 화가 나면 "열받는다"는 표현을 쓰곤 하죠. 이 표현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숨겨져 있는데요.

치솟는 화는 실제로 우리 몸에 다양한 생리적 변화를 일으킵니다. 화가 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많아지면서 이로 인해, 심박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하게 됩니다. 높아진 혈압은 동맥과 심장에 부담을 주게 되는데, 화가 나면 사람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되고, 맥박이 빨라지고 씩씩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화가 나면 혈류가 뇌로 급격히 몰리면서 혀와 입이 마르게 되고, 말을 더듬거나 혀가 일시적으로 굳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몸이 이미 강한 에너지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화가 단순한 감정 변화가 아니라 실제로 심장병, 고혈압, 정신적 스트레스, 심혈관 질환과 같은 심각한 건강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이 돼 왔습니다.

진행자: 화도 에너지였군요. 이렇게 신체적·심리적으로 큰 에너지를 동반하는 감정이다 보니 화를 건강하게  다스리는 방법 등에 대한 연구들도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죠?

유화정 PD: 화가 치밀어 오를 때 그 마음을 관리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 다른 하나는 마음을 터뜨려 버리는 것인데요.

마음을 진정시키는 방법으로는 명상이나 요가, 후자의 사례로는 영화에서 흔히 보듯 샌드백을 친다거나 달리기를 한다거나 등의 각성을 높이는 신체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소개돼 왔습니다.

화가 날 때와 비슷하게 신체의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가 바로 운동할 때인데요. 보통 운동을 하면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도 올라갑니다. 운동을 하면서 공격성은 많이 발산이 되고 스트레스도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평소에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은 화를 덜 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기존의 분노 해소방법을 뒤집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에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고요. 어떤 내용인가요?

유화정 PD: 국제학술지 임상심리학 리뷰에 발표된 연구의 결과를 먼저 보자면,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 터뜨리는 것보다 감정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화가 났을 때 마음을 터뜨리면 후련한 기분이 들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으로, 생리적 각성, 즉 흥분 상태를 가라앉혀야 심리적 공격성도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연구를 이끈 미 오하이오주립대 브래드 부시먼 교수는 화가 날 땐 분노를 터뜨리는 것이 좋은 방법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는 전혀 없다면서 "화가 나면 화를 터뜨려야 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각성을 증가시키는 활동은 분노 조절 효과가 없었으며 일부 활동은 오히려 분노심을 더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각성을 증가시키는 활동이라면 앞서 샌드백 치기나 달리기와 같은 격렬한 운동을 말하는 건가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각성 수준을 높이는 샌드백 치기, 달리기, 수영, 사이클 등의 활동은 대체로 효과가 없었습니다. 특히 달리기와 계단 오르기는 분노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았는데요. 이는 이 활동이 단조로운 동작의 반복이어서 지루함과 좌절감을 유발하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습니다.

또 공격적 운동(샌드백 치기 등)이 비공격적 운동(사이클 등) 보다 분노를 더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다만 체육 시간 활동이나 구기 스포츠 경기는 각성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연구진이 권장하는 화 다스리는 방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유화정 PD: 연구진은 각성을 줄여주는 활동으로 심호흡, 명상, 요가, 단전호흡, 점진적 근육 이완(PMR) 훈련, 쉼 등을 꼽았습니다. 깊은 호흡과 명상은 즉각적으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또 명상보다 각성 상태가 더 높은 요가도 분노를 해소하는 데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아 명상은 저도 해본 적 있는데 확실히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점진적 근육 이완이란 어떤 것을 말하나요?

유화정 PD: 점진적 근육 이완이란 몸의 근육들을 천천히 수축했다 이완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운동입니다.

얼굴을 포함한 신체 각 부분에 차례로 힘을 줬다가 순간 탁 풀어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중추 및 자율 신경계를 이완시켜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루 3번 30분 정도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이번 연구 논문 제1저자인 소피 캬르빅 박사는 "분노를 해소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한 발짝 물러나서 1부터 10 또는 100까지 세어 보라"고 권고했습니다.

진행자: 한국인에게만 있는 질병이 있죠. 바로 '화병'입니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화병(火病)을 한국 발음 그대로 'Hwa-byung'으로 표현해 한국인에게 나타나는 특징적인 질환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는데요. 화는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고 잘 풀어야 합니다. 화를 다스리는 방법 또 어떤 것들이 권고되나요?
Meditation can bring enormous benefits
Credit: common wikimedia
유화정 PD: 화가 났다면 무작정 걸어보기. 아무 생각 말고 거리 풍경에 집중하면서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집니다.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서 따뜻한 차 한잔을 하는 것도 화를 누그러뜨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음악 감상은 자신의 억울함과 슬픔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격해진 감정을 정화하는 데 추천됩니다.

자신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면서 감정을 정리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효과를 꾀하거나 좋아하는 취미 활동에 몰두하면서 분노 감정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정서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 작용에 활용되는 허브 향기도 도움이 되는데 라벤더, 제라늄, 페퍼민트, 샌달우드의 향기를 맡거나 목욕물에 섞어 목욕하는 방법도 권고됩니다.

진행자: 잠은 어떤가요? 화가 났을 때 잠을 자는 것은 도움이 될까요?

유화정 PD: 우리 몸의 치유와 휴식은 편안한 잠자리 숙면에서 이뤄집니다. 그러나 분노의 감정에 사로잡힌 채 잠을 자면 부정적인 감정들을 더 강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수면 의학 전문가들은 수면은 깨어있을 때 얻은 정보를 처리하고 통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언쟁을 벌인 뒤 잠이 들면 8시간 동안 잠자지 않고 깨어있는 것보다 나쁜 기억이 더 강화된다고 합니다.

진행자: 화난 채 잠자리에 들어가지 마라! 명심해야겠네요.

유화정 PD: 화났을 때 술을 드시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화가 난 후에 진정하기 위해 술을 마시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게 됩니다. 알코올은 충동 조절 능력을 제거하기 때문에 분노를 실행에 옮기기 쉽게 만듭니다.

또 화가 났을 때는 소셜미디어 활동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순간의 감정을 실어 갈등 상황을 올리고 전송 버튼을 누른 순간 되돌릴 수 없게 되니까요.

뇌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특정한 감정 프로그램이 활성화됐다가 완전히 멈추는데 90초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90초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화가 나 있다면 그것은 그 회로가 계속해서 돌도록 스스로 의식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화를 스쳐가는 생리현상으로 사라지게 할지 아닐지는 결국 자기가 선택하기 나름인 셈입니다.

진행자: 듣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시간 건강 IN, 오늘은 화났을 때 슬기롭게 대처하는 감정 다루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