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같이 또 따로 '수면 이혼' 확산…한국은 이미 '각방' 대유행?

Should you try a 'sleep divorce' in the heat?

Generic stock photo of a couple sharing a bed during summer. See PA Feature WELLBEING Sleep Divorce. Credit: Alamy/PA/AAP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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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살지만 잠은 분리된 침대·침실에서 자는 '수면 이혼(sleep divorce)'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부부들이 수면의 질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면 이혼을 선택하고 있다.


Key Points
  • WSJ…미국 성인 3명 중 1명 꼴로 수면의 질 극대화 위해 수면 이혼 택해
  • 코골이, 다른 수면 패턴, 잠귀 밝다면…따로 자면 더 행복하고 건강에 좋아
  • 한국식 표현으로 '각방'…한국 밀레니얼 결혼 10∼19년 차 63% "각방 쓴다"
  • 수면 이혼은 부부간 동등한 합의가 우선 돼야...취침 전후의 의식도 중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미국에서 '수면 이혼'을 선택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관련 현상을 집중 조명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수면이혼(sleep divorce)'이 화제입니다.

미국수면의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35%가 '수면 이혼'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2020년 기준 영국 부부 6쌍 중 1쌍이 수면 이혼을 선택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결혼 10~19년 차의 밀레니얼 세대에서 63%가 각방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수면 이혼이 늘고 있는 이유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나혜인 PD (이하 진행자): '수면 이혼' 오늘 다뤄볼 내용인데요. 이혼이라는 단어가 붙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사실 수면 이혼은 혼인관계의 파탄과는 거리가 멀죠?

유화정 PD: '수면 이혼(sleep divorce)'은 부부간의 파경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는 부부가 서로 다른 생활패턴이나 코골이 등의 수면장애 요인을 사전에 예방하는데 목적을 두고, 잠만 서로 다른 공간에서 자는 경우를 말합니다.

미국에서 시작한 용어로 이 키워드가 유행한 지는 몇 년 됐는데,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에 관해 집중 보도하면서 다시 한번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름이 생소할 뿐 한국에서도 익숙한 개념입니다. 한국에선 수면 이혼 대신 '각방'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죠.

진행자: 네 각방 쓰기, 부부 싸움을 해도 잠은 한 자리에서 자야 한다고 어른들은 가르쳤는데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건 이제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얘기가 되는가 봅니다. 미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미국인의 '수면 이혼'이 점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조명했는데 이 내용 좀 더 자세히 살펴보죠.

유화정 PD: 월스트리트 저널이 인용 보도한 미국 수면 의학회(AASM) 연구에 따르면 2000명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미국 내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자 가끔 또는 정기적으로 파트너와 각자 다른 방에서 잠을 청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경향은 특히 밀레니얼 세대 대략 28세~42세 사이에서 두드러졌는데요. 이들 중 43%가 파트너와 침실을 분리해서 쓰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연령대 별로 살펴보면 43~ 58세 사이의 X세대가 33%, 18~26세에 해당하는 Z세대가 28%, 1946~1964년도 생으로 현 나이 59세~76세의 베이비붐 세대 22%가 각방을 쓴다고 답했습니다. 성별로는 미국 남성 45%가 수면 이혼을 선택했고 여성의 경우 훨씬 낮은 25%가 수면 이혼을 선택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진행자: 수면 이혼을 선택한 성별 비율에서 남성이 2배 가까이 높다는 것이 좀 의외네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참을성이 높은 것 아닐까요?

유화정 PD: 여성이 남성에 비해 참을성이 높은지에 대한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전통적으로 여성은 양육과 돌봄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러한 역할에서 오는 인내심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인내심을 발달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앞서의 조사의 내용을 좀 더 부연하자면 응답자들은 대부분 상대방이 코를 골거나 뒤척임이 심할 때 수면이혼을 선택한다고 답했는데요. 미국 남성의 55%가 항상 혹은 자주 푹 잤다고 느낀다고 답했지만, 여성은 30%만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또 31%의 여성들은 다음 날 아침 기상할 때 피곤하다고 답했는데, 이유로 전날 밤 배우자의 코골이 등을 꼽았습니다.

진행자: 최근 50세를 넘은 나이에 둘째를 출산하면서 부부금슬을 자랑한 캐머런 디아즈는 지난해 팟캐스트 '립스틱 온 더 림'에 출연해 돈독한 부부 관계의 비법으로 수면 이혼을 적극 추천한 바 있는데요, 수면의학적으로 바람직한 선택이라는 학자들의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고요?

유화정 PD: 미국의 수면 전문가이자 '더 나은 수면을 위한 커플을 위한 가이드'의 저자 웬디 트록셀 박사는 WSJ 인터뷰에서 "수 세기 동안 부부는 따로 잤으나, 1960년대부터 부부가 따로 잠을 자는 것이 사랑이 없는 결합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낙인이 생겨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부가 따로 잠을 잔다고 부부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며 "좋은 수면은 좋은 관계와 건강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커플은 수면 방식에 대해 개방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an unable to sleep while wife sleeps comfortably unaware
Credit: PhotoAlto/Frederic Cirou/Getty Images
미국 맥린 병원의 정신과 의사 스테파니 콜리에는 "보통 처음엔 일시적으로 수면 이혼을 한다. 그러다 실제로 혼자 잘 때 더 깊이 잘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는데요.

콜리에 박사는 "보통은 건강 관련 이유가 가장 크다… 코를 골거나, 다리를 계속 움직이거나, 자다가 일어나거나, 의학적인 이유 등으로 화장실에 자주 가야 해서 움직이고, 뒤척이기에 파트너를 괴롭힌다"면서 수면 이혼은 확실히 점점 더 흔해지는 추세라고 부연했습니다.

진행자: '더 나은 수면을 위한 커플을 위한 가이드'의 저자 트록셀 박사가 지적한 것처럼 실제 19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부부의 각방 취침은 일반적이었다면서요?

유화정 PD: 일부 역사학자에 따르면 '부부용 침대(혹은 더블침대)'는 현대적 개념으로, 사람들이 인구 밀집 지역에 몰려 살기 시작한 산업 혁명과 더불어 한 침대에서 자는 커플이 늘어났다고 보고 있습니다.

칠레 가톨릭 의과대학의 수면 전문의 파블로 브록만 박사는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부부간 침실 분리가 더욱 흔했다"면서 "왕족들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수면 이혼은 영국 왕실의 오랜 전통이기도 합니다. 1947년에 결혼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공 역시 수면 이혼 덕분에 오랜 세월 잉꼬부부 생활을 지속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수면 이혼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유화정 PD: 수면 이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사실 각양각색입니다. 가령 배우자가 땅이 꺼질 듯 심하게 코를 골거나, 몸에 열이 많거나, 혼자서 이불을 끌어당겨서 덮거나, 자면서 발차기를 하거나,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가는 경우 등이 그렇습니다. 아니면 한쪽이 불면증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가운데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부부 사이에 놓인 가장 중요한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63%가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 이혼율도 더 높았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심한 코골이가 분노와 원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진행자: 수면 이혼을 선택하는 이유를 들어보니 서로 떨어져서 자다가 부부 사이가 소원해지는 것보다 같이 자면서 부부 사이가 망가지는 게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겠네요. 잠자는 시간이 전쟁 시간이 되기도 하겠어요.

유화정 PD: 호주처럼 겨울이 은근히 추운 경우 침실 온도 역시 부부가 각방을 사용하게 되는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일 수 있는데요. 누구는 따뜻한 침실 온도를 선호하는 반면, 또 누구는 보다 낮은 온도를 원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경우 각자 원하는 분위기의 침실에서 잠을 자는 게 현명할 수 있습니다. 자면서 끊임없이 뒤척이거나 얕은 잠을 자는 일명 '잠귀가 밝은' 경우에도 서로를 위해 각방 사용하는 것이 좋겠고요.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수면 패턴이 서로 다른 경우에도 수면 이혼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한쪽이 저녁형인 올빼미족인 반면, 다른 쪽은 아침형이라면 서로의 수면 패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한쪽이 잠들기 전 꼭 TV를 봐야 하거나 아니면 스마트폰을 봐야지만 잠이 드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Senior couple sleeping ,senior woman having sleeping problem
Senior couple sleeping Credit: Nastasic/Getty Images
진행자: "수면 이혼 우리가 먼저 아닌가. 우리가 먼저 아닌가. 한국에선 이미 대유행이다" 최근 온라인뉴스를 달군 수면 이혼에 대한 한국의 한 누리꾼의 반응인데요. 실제 한국의 현황은 어떤가요?  

유화정 PD: 가장 최근의 국내 설문조사로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지난 2월 기혼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혼자 5명 중 1명이 각방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보다 적은 것 같지만, 응답자 연령이 2030으로 젊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수면 형태를 묻는 질문에서는 '한 방에서 침대 1개' (66.4%), '각방' (20.2%), '한 방에서 침대 2개'(12%)로 순으로 응답했습니다. 더 넓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2021년 조선닷컴의 조사에서는 결혼 10~19년 차 63%가 각방을 쓴다고 응답했고 결혼 30년 차 이상에서는 한방을 쓰는 비율이 55%를 차지했습니다.

진행자: 점점 더 많은 부부들이 수면의 질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면 이혼을 선택하고 있는데, 수면 이혼의 단점도 있지 않을까요? 우선 가장 명백한 단점은 침대가 하나 더 필요하고, 보통 방도 하나 더 필요하기에 아예 시도조차 불가능한 커플들도 있을 수 있고요.

유화정 PD: 가능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몇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무엇보다 친밀감 저해를 꼽았는데, 온종일 일하고 돌아온 이들에게 파트너와 가장 큰 교감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잠자리에 들 때이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전문의 콜리에 박사는 "한 사람은 원하지만 다른 파트너가 원하지 않을 때는 원망이나 응어리로 이어질 수 있기에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혼자 자고 싶지 않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기에 파트너가 수면 이혼을 제안하면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 수면 이혼은 파트너가 함께 동등하게 합의해 두 사람이 모두 인정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신혼 때는 함께 자는 데서 오는 불편함을 자각하지 못하지만 오래지 않아 서로에 대해 더 깊이 파악하게 되면서 불편한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수면 이혼은 부부간의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 잘 생각해야겠습니다.

유화정 PD: 더불어 부부의 합의하에 수면 이혼을 시도하기로 했다 하더라도 원만한 수면 이혼을 위해서는 취침 전후 의식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특히 자기 전, 부부가 일과를 돌이켜보고 꼭 안아주고 각자 잠을 청하는 등 친밀감을 높여줄 의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진행자: 최근 밀레니얼 세대에서 늘어나는 '수면 이혼 (sleep divorce)'은 무엇이고 왜 필요하며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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