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전통열풍 주도하는 MZ세대…'궁캉스' 이어 '국궁'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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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대학생국궁대회 145미터 정규사 경기에 출전한 박다정 (중앙대학교 쏜살) Credit: 국궁신문 Korean Traditional Archer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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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문화에서 역설적으로 신선함을 찾는 MZ세대의 힙 트레디션(hip tradition) 열풍이 최근 전통 활쏘기 '국궁'으로 확산돼 열기를 더하고 있다.


Key Points
  • 클럽 대신 궁궐, 명품대신 박물관 문화 상품 수집하는 MZ 세대 전통 열풍
  • 할매니얼 트렌드로 전통 먹거리 부상, 로컬 감성 자극하는 전통 시장
  • PC게임도 끊게 만드는 국궁의 매력…MZ세대는 왜 전통활쏘기에 꽂혔을까
  • 차별화를 원하는 MZ 세대에게 국궁은 아직까지 '소수의 문화'라는 점 큰 매력
'궁캉스' 들어보셨나요? 궁궐에서 즐기는 바캉스를 말합니다. 뮤지엄과 굿즈를 합성한 '뮷즈'도 있습니다.

요즘 MZ세대들은 클럽 대신 궁궐을 찾고, 명품 대신 박물관 문화 상품 수집에 열을 올립니다. 전통이 새로운 ‘트렌디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죠.

MZ세대들은 궁궐과 박물관에서 이번엔 전통활쏘기, 국궁장으로 진출 영역을 넓혔습니다.

오래된 옛 문화에서 역설적으로 신선함을 느끼는 MZ세대의 전통 레트로 열풍, 그 바람을 쫓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이하 진행자): 궁궐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MZ 세대. 매칭이 잘 되시나요? 놀랍게도 최근 젊은 층을 대변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이 열풍을 가리켜 힙 트레이션이라고 부른다고요?

유화정 PD: 요즘 MZ세대는 궁궐 문화 체험을 하기 위해 티켓팅을 하고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전통시장을 방문합니다. 또한 약과나 개성주악 같은 우리의 전통 먹거리를 디저트로 즐겨 먹고, 전통박물관에서 전통 문화재 굿즈를 구매해 소장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힙 트레디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는데요.

'힙트레디션'이란 트렌디하고 개성이 강하다는 의미의 '힙(hip)'과 전통을 의미하는 '트레디션(tradition)'이 합쳐진 신조어로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을 젊은 세대가 즐기고 소비하는 트렌드를 뜻합니다.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와 옛것을 재해석해 새롭게 다가온 뉴트로의 유행을 넘어 이제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추구하는 힙트레디션이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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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문화 체험과 궁캉스를 즐기는 MZ 세대가 늘고 있다 Credit: 주시드니한국문화원
진행자: 힙 트레디션에 앞서 예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할매니얼' 트렌드가 유행하면서 특히 전통 먹거리가 젊은 세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젊은 세대가 어르신 감성을 쫓는 '할매니얼'은 '할머니'와 '밀레니얼'을 합친 신조어입니다. 2020년 등장해 유통업계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았는데요. 어르신 감성과 취향이 녹아든 추억의 간식이 재소환됐죠. 유행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할머니 입맛' 트렌드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습니다.

할매니얼의 가장 대표적인 전통먹거리는 약과인데요.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며 핫해진 약과는 다양한 식품업계에서 현대적인 감성에 맞게 출시하면서 지금은 다시 돌아온 국민 간식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유명 약과를 구하려면 인기 공연을 티켓팅하듯 치열한 구매 경쟁을 거쳐야 하는 높아진 약과의 인기로 약켓팅(약과+티켓팅)이라는 신조어도 나왔죠?

유화정 PD: 비슷하게는 '약과 대란', '약과 오픈런'이 있습니다. 약과로 시작된 전통 간식에 대한 관심은 양갱, 유과, 개성주악 등 한과류와 뻥튀기·건빵·강냉이 등 추억의 간식, 여름 간식으로 인기인 찰옥수수까지 이어져 지금은 더욱 다양한 전통 먹거리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할머니 하면 느껴지는 따뜻하고 편안한 감성은 젊은 세대의 패션에 까지 영향을 주었습니다. 일명 할미룩 패션 스타일로 굵은 실로 짠 니트, 긴 기장의 치마나 헐렁한 바지로 대표되는 이미지입니다. 뜨개질로 직접 만든 카디건, 주름이 풍성한 긴치마, 여기에 꽃무늬 패턴과 알록달록한 색상을 더하면 우리네 할머니가 떠오르는 편안한 할미룩이 됩니다. 할미룩은 2030 세대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옛것을 고리타분하게 느끼는 게 아니라 신선함을 느끼고 재해석하는 젊은 층의 문화가 상품 개발에도 지속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옛 것의 향수에 빠진 MZ세대들이 전통 시장을 찾는 발길도 크게 늘고 있다면서요?

유화정 PD: 요즘 전통시장은 레트로 이상의 뉴트로 문화가 떠오르면서 새롭고 핫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장을 보러 가는 곳으로만 알고 있던 전통시장이 이제는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를 즐기는 공간으로 점차 바뀌고 있는데요.

전통시장에 MZ 세대 소비자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MZ세대가 전통시장의 이름난 곳을 찾아가 남기는 인증샷으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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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다과 약과 Credit: 한식진흥원
진행자: 중장년층의 삶의 공간이었던 전통시장이 젊은 층의 핫 플레이스로 주목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뭘까요?

유화정 PD: 코로나 19를 거치며 국내 지역에 대한 관심 증가를 우선 꼽아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여행 제한 등으로 국내 지역 여행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지역 맛집을 넘어서 명소를 찾는 문화와도 결합을 하게 된 것인데요.

우리 주변의 지역, 소위 로컬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매력을 발견해 나가는 움직임이 늘어났고 국내 지역 여행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전통시장이 부각된 겁니다.

진행자: 전통 시장에서는 백화점이나 마트와 같은 정찰제 판매에서는 볼 수 없는 흥정, 덤이 있죠.  인간미가 넘치는 정 문화가 전통시장의 매력이 아닐 수 없는데요.

유화정 PD: 전통시장의 정 문화에는 단골손님도 빼놓을 수 없죠. 오랜 단골은 손님이 아니라 가족과도 같습니다. 전통 시장의 또 다른 매력은 상품의 다양성입니다. 대형마트에선 구색으로 물건을 갖춰 놓았다면 시장에서는 다양한 가격대에 다양한 품질로 에누리에 덤까지 얹어 구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로 팔리는 제품 위주의 마트보다는 독특하고 구하기 어려운 물건까지도 구매할 수 있다는 유니크한 장점이 있습니다. MZ세대들이 전통시장을 찾는 횟수가 늘자 MZ세대 상인들도 전통시장으로 터전을 옮기는 현상도 빚어졌는데요. 전에 없는 먹을거리나 레스토랑이 전통시장에 등장한 것도 최근의 경향이 반영된 결과물입니다.

진행자: 클럽 대신 궁궐을 찾고 명품 대신 박물관 문화 상품을 수집하는 그리고 전통 먹거리와 전통 시장을 찾는 MZ 세대, 최근에는 전통활쏘기로 그 범위를 확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죠.

유화정 PD: 국가무형문화재 제142호로 지정된 전통활쏘기를 수련하는 젊은 인구가 최근 급격히 늘면서 활터(국궁장)에도 MZ 세대의 전통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습니다.

각 대학 국궁동아리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데요. 서울만 하더라 도광운대 고려대 서울대 서울여대 한양대 등 20여 개 대학에 국궁 동아리가 있어 앞으로 젊은 층의 전통활쏘기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올림픽 양궁 국가대표들이 세계 무대에서 메달을 휩쓸 때마다 '역시 우리는 활의 민족'이라고 자부해 왔는데, 전통활쏘기가 따로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네요.

유화정 PD: 국궁은 심신의 단련을 위한 우리나라 전통 활쏘기로 우리 민족에게 가장 대중화된 무예로 꼽힙니다. 역대 왕조의 임금은 국궁을 즐겼다고 전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양반의 자제들은 반드시 익혀야 할 필수과목이었을 만큼 조상들은 활을 통해 심신을 단련했습니다.

양궁은 영국 등에서 사용되던 전통적인 서양활을 스포츠 용으로 개량한 것으로 1960년대 초 한국에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양궁과 구별하기 위하여 우리나라의 전통궁은 국궁이라고 불리게 됐습니다.

진행자: 전통적인 무예와 문화적 요소가 강조되는 국궁과 스포츠 경기에서 주로 사용되는 양궁, 둘은 또 어떤 차이가 있나요?

유화정 PD: 국궁의 활은 시위를 걸어 당겨 활채를 휘게 했다가 그 복원력으로 화살을 날리는 것이라면, 양궁은 활채의 중심에 손잡이를 만들고, 손잡이의 중심에 구멍을 내 화살이 활채의 중심을 통과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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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궁(전통 활쏘기) 활시위를 가득 당기고 과녁을 응시하는 궁사 Credit: 국궁신문 Korean Traditional Archery News
국궁은 활을 머리 위로 올린 다음 팔을 벌리고 밀어 활을 벌리지만, 양궁은 오른팔로 시위를 당겨 활을 벌립니다. 양궁은 최대 사거리를 90미터로 잡고 조준기를 사용해 화살이 과녁판에 맞는 위치에 따라 점수가 다르게 배정되는 반면, 국궁은 여하한 조준장치를 부착할 수 없고 145 미터 고정사거리에 과녁판의 어디를 맞추어도 명중으로 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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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궁 활쏘기 자세
진행자: 날아간 화살이 과녁을 명중했을 때의 짜릿한 쾌감 때문일까요? MZ 세대들이 국궁에 꽂힌 이유는 뭘까요?

유화정 PD: 국궁에 한 번 빠지면 좀처럼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합니다. 한 20대 궁사는 한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PC게임에 푹 빠져있다가 국궁을 시작한 뒤로는 활 쏘는 시간도 부족해서 자연스레 게임을 끊게 됐다"고 고백했는데요.

그는 "날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하다가 이렇게 자연과 호흡하며 활을 쏘니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해지는 것 같다"라며 국궁의 심신안정 효과를 특히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활쏘기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굉장한 집중력을 요하죠. 심신단련에는 더 없는 좋은 활동이 아닐 수 없는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국궁은 현대 스포츠와 달리 독특하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유니크함이 있습니다. 흔치 않은 경험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기를 원하는 MZ 세대에게 국궁은 아직까지 소수의 문화라는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또한 전통적인 무예인 국궁을 현대적인 환경에서 즐기면서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더할 나위 없는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진행자: 오래된 옛 문화에서 역설적으로 신선함을 찾는 MZ세대의 힙트레디션,  궁캉스에 이어 전통활쏘기 국궁의 매력에 흠뻑 빠진 최근 소식까지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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