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요양원, 왜 코로나 사태 최악의 취약지대일까?"

ADF staff arrive at Epping Gardens Aged Care Facility in Epping, Melbourne - AAP

ADF staff arrive at Epping Gardens Aged Care Facility in Epping, Melbourne - AAP Source: A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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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노인 요양원의 취약성이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의 노인 요양원 실태에 관한 로열 커미션 조사를 통해 난맥상이 이미 충분히 예고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시드니 뉴마치 하우스, 빅토리아 주의 에스티아 헬스, 세인트 바실스…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감염지로 지목됐던 노인 요양원들입니다. 현재 재난 사태가 선포된 빅토리아주에서는 최소 40곳의 노인 요양원에 있는 직원과 입주민 등 560여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요, 사망자 수도 계속해서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의 노인 요양원, 왜 이 시설들이 코로나 위기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는지, 또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짚어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전화연결 돼 있습니다.

사실 호주 내 노인 요양원 실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지목되어 오던 것이었죠?

홍태경 PD: 네, 그렇습니다. 노인 요양원 로열 커미션은 지난해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요양원의 실태 조사에 나선 후 노인 요양원 실상에 대해 “끔찍하고, 직면해 있는 혼란스러운 현실”이라고 묘사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있기 전에도 요양원에 입주한 거주자들에게 그 곳은 “잔인하고 유해한 시스템”이었다고 진상 조사단은 밝혔습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노인 요양원은 바이러스 집단 감염지로 또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시드니에 이어 빅토리아 주에서도 노인 요양원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이제는 노인 요양 시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운영자는 누구이며 집단 감염 사태의 책임은 누가 지어야 하는지에 대해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정치권에서도 노인 요양원이 설전의 대상이 되고 있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빅토리아 주 다니엘 앤드류스 총리는 일부 우려되는 노인 요양 시설에 대해 “어머니를 이런 곳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거세게 비난한 데 반해, 연방 보건부 그렉 헌트 장관은 자신의 아버지를 돌봤던 요양원의 간병인들을 가리켜 “훌륭한 사람들이었고, 어떤 비난의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노인 요양원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제 그 논란은 노인 요양원이 대체 어떤 자금을 통해 어떻게 운영되는 것이며 왜 코로나19 위기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노인 요양원은 어떤 자금을 통해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 건가요?

홍태경 PD: 네. 전문가들은 노인 요양 시설 시스템이 다소 복잡하고 거주자들은 그 틈에서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는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현재 연방 정부와 빅토리아 주정부는 각각 자체적인 노인 요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영연방제도가 규제하는 민간 사업 단체들도 존재합니다.
호주내 대부분의 요양원은 개인 소유로, 민간 요양원은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있는 반면 비영리 단체도 있습니다. 영리 목적의 요양원은 민간 가족 회사부터 자파라와 에스티아 같은 상장법인들, 그리고 부파와 같은 대기업까지 다양합니다. 비영리 단체들은 보통 영국 성공회나 유나이팅 케어 같은 교회에 기반을 둔 자선 단체들에 의해 운영되는데, 포크너에 위치한 세인트 바실스의 경우는 호주 내 그리스 대교구이기도 합니다.
민간 기업들은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직원을 고용하고, 예산을 세우고, 마케팅을 진행합니다. 이들은 연방 노인 복지법에 의해 관리되며, 연방정부 산하의 거대 기관인 노인요양 품질안전위원회로부터 인가 및 규제와 검사를 받고 있고 또 이 위원회는 노인 요양원의 불만 사항도 처리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주 사이 연방 노인 복지부 리처드 콜백 장관의 이름이 언론에 연일 오르내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진행자: 스콧 모리슨 연방 총리가 현 정부의 집단 감염 위기 대처 방식을 옹호해온 이유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겠군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연방 정부의 관리 감독 하에 있는 개인 소유의 민간 시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으니까요. 주 정부가 소유한 공공 노인 요양시설의 수는 훨씬 적습니다. 빅토리아 주는 특히 가장 많은 공공 요양 시설을 소유하고 있는 주인데요, 빅토리아 주에 있는 약 5만 개의 요양 시설 침상 중 5400개는 공공 시스템 하에 운영되며 주로 지방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연방 규제 당국은 여전히 이 시설들을 인가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합니다.

진행자: 연방 정부의 관리 감독 하에서 지원금 예산 규모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연방 정부는 지난해 전국 노인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24만 2612명에 대한 지원 자금으로 130억 달러를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호주의료협회 비상위원회 사라 화이트로 박사와 빅토리아 주 요양원 조합의 리사 피츠패트릭 대표는 코로나19와 같은 의료 응급 상황에 대한 대비가 전혀 돼있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화이트로 박사는 “호주의료협회는 인력 배치, 현장 트레이닝, 의료 서비스 제공 등과 관련한 일련의 문제점들을 이미 수년간 연방 정부와 규제 당국에 요구해 온 바 있다. 거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처하면서 지금의 사태에 이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민간 요양 시설은 직원 수가 너무 적고 대다수 직원이 교육을 받은 간호사에 비해 급여 수준이 낮은 서티 3 자격증을 가진 “개인 간병 보조원”이라는 점이 널리 비난받아 왔습니다. 빅토리아 주 정부는 노인 7명 당 간호사 1명이라는 최소 간호사 비율 의무화하고 있는 반면에 연방법에서는 “적합한 숙련된” 직원이 “적절한” 수로 배치돼야 한다고 기술돼 있을 뿐이라서 두가지 조건 모두 명확한 기준이 모호한 상황입니다.

진행자: 그 결과 바이러스에 취약한 노인 요양 시설이 팬데믹 상황에서 심각한 집단 감염지로 떠오르면서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인 것이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빅토리아 주 포크너에 위치한 세인트 바실스 요양원의 경우 7월 29일까지 최소 9명이 사망했고 거주자와 직원을 모두 합쳐 89명의 감염자가 발생했습니다. 요양원 직원들 중에도 확진자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이들이 격리되는 동안 노인들을 돌볼 새로운 인력을 찾아야 했는데요, 충분히 사전 교육을 받지 못한 직원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가족과의 접촉이 차단된 노인들은 가족과 연락조차 할 기회를 잃거나 식사 제공 시간을 파악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이번 팬데믹으로 인해서 노인 요양 시설의 운영을 관리 감독할 중앙 관리 체계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는 것이군요. 연방 정부는 빅토리아주 재난 사태에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나요?

홍태경 PD: 네. 지난 주말 연방 정부와 주정부는 긴급 회의를 갖고 빅토리아 노인 의료 대응 센터를 세우는 데 합의했는데요, 여기에는 연방 및 주 보건부, 노인 복지 규제 기관, 주 및 연방 응급 관리 기관, 그리고 국방부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민간 요양 시설과 주 공공 요양 시설 간에 간호사 인력 활용을 원활히 하기 위해 빅토리아 주는 선택적 수술을 중단하고 일반 병원 병동을 잠정 폐쇄했습니다. 또 연방 정부는 ‘메디컬계의 특수부대’라고 불리는 호주의료지원팀 (AUSMAT)을 빅토리아 주에 투입하고, 호주 방위군 의료진 인력뿐만 아니라 다른 주의 간호사들도 투입됩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떤가요? 많은 유럽 국가들도 노인 요양 시설이 팬데믹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스웨덴, 캐나다, 그리고 영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에서 노인 요양 시설이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사망자 수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스웨덴 요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병원 직원만큼 고도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고, 급여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또 이들이 출퇴근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요양원으로 옮겨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영국에서도 코로나19 전체 사망자 수의 약 40%인 2만여 명이 노인 요양 시설 거주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호주와 스웨덴처럼 요양원의 직원들이 외부에서 바이러스를 옮겨와 요양원 내 노인들에게 감염된 사례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제 노인 요양 시설의 문제점 파악은 된 것 같은데요, 그럼 개선 가능성이 보이나요?

홍태경 PD: 호주의료협회 화이트로 박사는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간의 협동 대응이 좋은 출발이 될 수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합니다. 화이트로 박사는 병원과 요양원으로 충분치 않다면, 위험에 노출돼있는 노인들을 위해 전문의료진으로 구성된 대체 거주 시설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빅토리아 주가 팬데믹 재난 상황에 처해있는 것과 별도로, 노인 요양원에서 고착화됐던 문제점들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개인 소유의 요양원은 법적으로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소유주나 관리자들이 정부의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중앙 관리 시스템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호주 간호사 및 조산사 연맹의 리사 피츠패트릭 대표는 낯선 시설에 투입된 간호사들이 비협조적이거나 관리 부재, 열악한 여건, 부적합한 직원들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진행자: 노인 요양 시설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산적해 있는 문제가 비단 바이러스 위기만이 아닌 것 같네요. 오늘은 팬데믹 바이러스 집단감염지로 지목되고 있는 노인 요양 시설 실태에 대해 홍태경 프로듀서와 정리해 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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