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한국에 빠진 세계 명품들… 한글·태극기 K-패션 열풍

Korean Alphabet Hangul Printing Unique Design fashion

Korean Alphabet Hangul Printing Unique Design fashion Source: A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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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 열풍이 불고 있다. ‘한글’ 레터링과 ‘태극기’ 문양 디자인이 샤넬·에르메네질도 제냐·루이뷔통·나이키 등 세계적 패션 브랜드로 잇달아 출시되며 세계 속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한류 열풍이 패션계에도 불고 있습니다. 프랑스 샤넬(Chanel)·이탈리아 에르메네질도 제냐 (Ermenegildo Zegna)·영국의 프린(Preen) 세계 패션 분야 명품 브랜드들이 한글 패턴과 레터링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루이뷔통·나이키·아디다스는 태극기를 패션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컬처 IN, 세계 글로벌 브랜드 한국이미지를 살펴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 해외 패션 명품 브랜드 속 ‘한글’... 기하학적 무늬 존재감 넘쳐
  • 한글 레터링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로 선호, 아동복에도...
  • '태극기'... 글로벌 패션 기업 루이뷔통·나이키 등에 영감 줘
  • ‘재미있다’에 지갑 여는 글로벌 밀레니얼 세대 공략 디자인 추세

진행자: 세계적인 해외 의류 브랜드가 한글이 쓰인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습니다. 한류가 널리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인데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한글 디자인 사용은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유화정 PD: 패션계에선 2015년 서울에서 열린 '샤넬 크루즈 쇼'에서 한글 레터링 디자인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보고 있습니다. '크루즈 쇼'는 패션쇼가 열리는 해당 지역과 그 나라의 소비자 특성을 살려 디자인하는 것이 통상 관례인데요.  당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Karl Lagerfeld)는 트위드 재킷을 선보이면서 '한국' '서울' '코코' '샤넬' ‘마드모아젤’ 등의 글자를 직조해 새겨 넣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라거펠트는 이듬해 자신의 이름을 단 브랜드 '칼 라거펠트'의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면서 '나는 한국을 사랑합니다'란 문장을 자필로 적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한글로 매장을 꾸미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라거펠트… ‘패션계의 교황’ ‘황제 Karl’로 불린 패션계의 거장이자 전설이죠. 검정 선글라스와 뒤로 묶은 흰머리, 손가락장갑 차림 등은 생전 그가 즐겼던 트레이드 마크로 기억되는데, 한국 아이돌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라거펠트의 무대에 올라 유명세를 타기도 했죠?

유화정 PD: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은 2015년 파리 샤넬 컬렉션에 아시아 스타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았었죠. 패션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렸던 칼 라거펠트는 2019년 향년 85세로 사망하기 직전까지도 파리와 밀라노의 패션 위크를 직접 준비했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는데요. 그가 남긴 명언이 있습니다. “내 비즈니스의 자산은 항상 남들보다 더 많이 일하는 것이다.” “나는 휴가가 싫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3만 권이 넘는 책을 소장하고 타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라거펠트는 평소 “한국의 전통 옷감도 사랑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한글이다” “한글은 글씨를 쓰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이라고 말할 만큼 유독 한글 사랑이 남달랐습니다.
G Dragon with Karl Lagerfeld at Paris fashion week
G Dragon with Karl Lagerfeld at Paris fashion week Source: Getty Images
진행자: 라거펠트의 시도로 시작된 세계 브랜드의 한글 패션은 2018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당시 미국 올림픽 국가대표팀의 유니폼 폴로셔츠에는 한글 '평창'정면 가슴 부분에 큼지막하게 들어가 눈길을 끌었죠?

유화정 PD: 네. 세계적인 미국 패션 브랜드 '랄프 로렌'(Ralph Lauren)이 디자인한 평창올림픽 기념 티셔츠가 화제를 모은 건데요. 랄프 로렌은 오랜 미국 올림픽 국가대표 유니폼 공식 업체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국가대표팀의 유니폼 ‘TEAM USA’ 에디션에 한글 ‘평창’을 넣은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TEAM USA 폴로셔츠'에는 미국 유니폼을 입은 곰이 미국 성조기를 들고 있고 곰 그림 위로 '평창' 두 글자가 선명하게 프린팅 됐었는데요. 당시 이를 본 한국 내 누리꾼 대다수는 “글자 합성인 줄 알고 확인하러 들어갔다가 진짜라서 너무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일부는  "폰트가 너무 정직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솔직히 너무나도 올바른 서체의 ‘평창’ 글자를 티셔츠 정면에 새겨 놓아서 당시 궁서체 아닌 다행이다는 얘기들도 나왔었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미국 사람 눈에는 저 폰트가 예뻐 보일 수도 있다" "일단 한국인들은 잘 안 살 듯"이란 댓글들도 오르면서 연일 화제가 됐는데요. 하지만 올림픽 특별 기념 컬렉션인지라 한글 ‘평창’이 새겨진 폴로셔츠는 미화 145달러를 호가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출시와 동시 매진됐을 만큼 높은 인기를 보였습니다.

진행자: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가 한글을 디자인에 접목한 예는 의류 분야만이 아닌데요. 운동화와 팩에도 한글이 선명한 상품들이 잇달아 나와 눈길을 끌었는데, 특히 특정 지역 이름이 들어가 화제가 됐었죠?

유화정 PD: 크리스찬 디올의 예술 감독을 맡았던 벨기에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는 아디다스운동화와 이스트팩 가방에 ‘자연이 빚은 상주곶감’, ‘삼도 농협’이란 한글이 들어간 포장용 보자기 원단을 포인트로 사용해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는데요. 실제 상주곶감과 라프 시몬스와의 공식적인 교류는 없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라프 시몬스의 패션쇼에서도 모델들이 한국 농부의 작업복처럼 스카프가 달린 모자와 고무장화를 착용해 당시 패션계에선 한국 농촌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 밖에 런던 듀오 디자이너 브랜드인 ‘프린 바이 손튼 브레가치’는 2018년 컬렉션에서 한국 해녀를 ‘독창적인 환경 페미니스트’로 칭하면서 해녀 잠수복과 어망·부표 등 해녀들의 물질 도구를 현대적으로 탈바꿈시켜 크게 화제를 모았습니다.

HANGUL=SPIRIT: INSPIRED BY KOREAN
HANGUL=SPIRIT: INSPIRED BY KOREAN Source: KCCUK


진행자: 세계 패션 무대에 ‘한글 패션’이 등장한 샤넬·제냐 세계 브랜드가 한글 디자인을 선보이기 훨씬 이전인 2005파리 컬렉션으로, 한국 디자이너의 작품이었죠?

유화정 PD: 현재도 한글을 활용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패션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한국의 이상봉 디자이너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문화를 잘 살린 옷을 만들까 고민하고 있던 차, 한 외국 친구의 ‘한글은 가장 한국적이다’란 말을 듣고 2005년 파리의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에 훈민정을 글자를 넣은 옷을 몇 벌 선보였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한글’이 옷에 어울린다는 자신감을 얻자 이듬해인 2006년 한국 프랑스 한불 수교 120년 주년 기념 패션 컬렉션에 국악인 장사익 화가 임옥상의 붓 필이 들어간 옷을 내놓았는데 대성공을 이루면서 한글 옷은 프랑스 미국 러시아 등지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습니다.

진행자: 프레타포르테(Pret-a-porter)영어로 Ready-to-wear, 사서 바로 입을 있는 기성복을 의미하죠?  반대 개념으로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있고요.

유화정 PD: 프레타포르테를 현대에는 기성복 중에서도 유명한 패션 하우스에서 디자인한 고급 기성복을 말합니다. 프레타포르테는 기본적으로 도매에서 대량 주문하고 유통합니다. 

반대로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는 제한된 개인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수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오트 쿠튀르 컬렉션의 의상들을 보면 옷이라기보다는 입기 불편하고 민망할 정도로 과장된 디자인이 많은데요. 판매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시대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콘셉트를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진행자: 최근 스웨덴의 명품 아동복 브랜드 ‘MINI RODINI’가 올봄·여름 시즌 상품을 출시하면서 브랜드 네임을 한글 ‘미니로디니’정면에 새겼는데, 아동복 브랜드로서는 처음이죠?

유화정 PD: 미니로디니 상품은 99 % 자연과 아이들의 건강을 고려한 패브릭 사용으로 엄마들이 선호하는 인기 제품으로  입소문이 나있습니다. 이번 출시된 시즌 상품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탄 미니로디니 - 종착역: 서울'로 명명된 컬렉션으로 호랑이 그림과 함께 브랜드명인 '미니로디니'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고 또박또박한 한글체로 새겨져 있습니다. 특히 호랑이는 한국 민화를 차용한 듯한 느낌을 줘 한국적인 분위기를 더했는데요.

아동복의 경우 일반 브랜드의 트렌드를 반년에서 1년 정도 늦게 따라가는 만큼 이제야 아동복 시장에 한글을 이용한 디자인이 등장한 것으로 패션계는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마다 한국을 모티브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경향이 짙어가고 있는데요. 독일에서는 독일 분데스리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가 한글과 태극기가 들어간 '차붐' 컬렉션을 출시 판매하고 있다고 하죠?

유화정 PD: 프랑크푸르트 공식 온라인 스토어엔 현역 시절 차범근 선수의 슈팅 모습과 얼굴이 프린팅 된 후드티와 티셔츠를 판매 중입니다. 후드티 오른팔엔 한글로 '차범근'이라는 글씨와 함께 프랑크푸르트 앰블럼과 태극기가 새겨져 있습니다. 후드티 등 쪽에는 '차붐(CHA BUM)'과 함께 차범근의 현역 시절 사진을 프린팅해 담았습니다.  

1983년까지 분데스리가 무대를 휘저으며 위엄을 보여줬던 차범근에 대한 변함없는 존경과 애정을 컬렉션에 담아 기념하고 있는 것인데요. 티셔츠에도 후드티와 마찬가지로 한글 '차범근', 태극기와 프랑크푸르트 앰블럼, 차범근의 얼굴 사진이 담겼습니다.

Sandra Oh’ In A “Black Lives Matter” In Korean at 2020 Virtual Emmys
Sandra Oh’ In A “Black Lives Matter” In Korean at 2020 Virtual Emmys Source: NBC


진행자: 지난해 에이미 시상식에 앞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한국계 할리우드 스타 샌드라 오가 패션지 보그(Vogue) 영국판 화보에서 한글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고 적힌 재킷을 입고 등장해 이슈가 됐는데, 재킷에는 한국의 무궁화와 태극기 문양도 수를 놓아 눈길을 끌었죠?

유화정 PD: 한글 레터링과 무궁화와 태극기 속의 건곤감리를 수놓은 리미티드(KORELIMITED)의 디자인인데요. 미국 기반의 패션 브랜드 코어리미티드는 주로 한글이나 태극기 등 한국적인 소재를 이용한 스트리트 패션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어 리미티드에 앞서,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의 경우 2019년 1월 다양한 국기를 사용한 남성복 컬렉션에서 한국의 태극기를 포함시켰는데요. 미국·영국·이탈리아 등 10여 개 나라 중 유일한 아시아 국가였습니다. 셔츠 상단의 어깨와 가슴에 태극 문양과 건곤감리가 프린트 되고 가방 정중앙엔 태극기 그림이 들어간 디자인 등으로 시선을 모았습니다.

진행자: 국기는 종종 패션 디자인의 모티브로 사용되곤 하죠. 대표적으로 미국의 성조기와 영국의 유니언잭 등은 국가 상징물을 넘어 디자인 아이콘으로 다양한 분야에 널리 활용되는데, 한국의 태극기에 패션계가 주목한다는 사실이 놀랍네요.  끝으로 세계 패션계가 한글·태극기 한국적인 것에 주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요?

유화정 PD: 고급 남성 브랜드 제냐, 이탈리아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의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는 한 마디로 “한글은 에너지 넘치는 서울을 닮았다” 고 말합니다. 세계 패션계가 최근 이처럼 ‘한국을 들이는’ 행보가 이어지는 데는 한국은 중국에 비해 매출이 작은 시장임에도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감각 있는 ‘트렌드 세터’ 역할을 한다는 점을 크게 들고 있습니다.

아울러 브랜드 로고나 고유의 슬로건 등을 담은 레터링 패션이 세계적인 런웨이에서 인기를 끄는 데는 한국 문화나 글자가 아직은 글로벌 시장에서 낯선 이미지로 오히려 신선한 매력으로 작용한다는 의견 등이 있고요. 또한 최근의 패션 경향이 ‘예쁜 것’에서 ‘재미있다’에 지갑을 여는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는 디자인이 주가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진행자: 패션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 오늘 컬처 IN글로벌 브랜드 한국의 이미지를 찾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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