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톺아보기] "제 연배이신 듯한데 말씀 낮추십시오."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초면에 실례인줄 알면서도 상대방의 나이를 묻는 한국인의 문화적 관례는 상호간의 존중과 예의를 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배·또래·터울 등 올바른 나이 표현법을 알아본다.

King Sejong is holding a book. People in Korean traditional clothes are posing positively. flat design style vector illustration. Source: iStockphoto / MINIWIDE/Getty Images/iStockphoto

Key Points

• 연배
• 동갑/또래/동년배
• 터울

여러분의 우리말은 안녕하십니까?

[바른 우리말 톺아보기]에서는 평소에 자주 쓰지만 알지 못했던 말의 어원부터 올바른 사용법까지 우리말의 틈을 샅샅이 살펴봅니다.

[바른 우리말 톺아보기] SBS 한국어 프로그램이 함께 합니다.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초면에 실례인 걸 알면서도 상대방의 나이를 꼭 묻는 한국인의 서열 문화는 다문화사회 호주에서도 독특하게 받아들여집니다.

대체 왜 한국 사람들에게는 나이가 이렇게 중요한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상대방의 나이에 따라 내가 사용해야 할 언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나이를 파악함으로써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고 이러한 문화적 배경은 상호간의 존중과 예의를 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른 모든 것에 친절을 베풀었더라도 상대방에게 맞지 않는 언어를 사용한다면 결국 무례한 사람이 될 테니까요.

연배

"제 연배이신 듯한데 말씀 낮추십시오."

"저희 보다 연배이시니 한 잔 먼저 올리겠습니다."

동호회나 친목 모임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요. 말을 건넨 이들은 30대 초반. 두 사람의 말을 50대의 상대방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나이와 관련해 주의해 써야 할 말이 바로 이 '연배'입니다.

흔히 선배나 연장자의 뜻으로 알고 있지만 연배를 국어사전은 '나이가 비슷한 사람 또는 서로 비슷한 나이'라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내 연배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또래를 일컫는 것이죠.

그러고 보니 앞서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큰 결례를 범했네요.

"제 연배이신 듯한데 말씀 낮추십시오." 이는 의도와는 달리 "제 나이 또래 같은데~가 되니까요.

만약 아버지뻘 되는 분이 존댓말을 하는 게 불편했다면 "제 아버지 연배이신 듯한데 말씀 낮추십시오."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입니다.

"저희보다 연배이시니 한 잔 먼저 올리겠습니다." 이 경우에도 연배를 '연장자' 또는 '선배'로 고쳐야 어색하지 않습니다.

동갑/또래/동년배

나이가 같거나 비슷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동갑, 또래, 동년배와 같은 여러 표현이 있습니다. '동갑(同甲)'은 육십갑자(六十甲子)가 같다는 뜻으로 같은 나이 또는 나이가 같은 사람을 이릅니다.

'남편과 아내가 동갑이다'라든지 "갑진년 청룡 띠면 나하고 동갑일세!"이렇게 말할 수 있지요.

'또래'는 나이나 수준이 서로 비슷한 무리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내 나이 또래' 또는 '그 아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두세 살은 어려 보인다'와 같이 말하지요.

동갑과 또래의 뜻을 두루 가진 한자어인 '동년배(同年輩)'는 나이가 같은 사람의 무리 또는 그 무리의 사람으로 나이가 꼭 같지 않더라도 비슷한 또래의 사람이나 무리를 이르는 말입니다.

터울

'연배' 만큼 많이 틀리는 말로 '터울'이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 1년 선후배 사이지만 나이는 두 살 터울이야." 이처럼 터울을 단순히 나이 차이란 뜻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터울은 한 어머니의 먼저 낳은 아이와 다음에 낳은 아이의 나이 차이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터울은 엄밀히 친형제 사이에서만 쓸 수 있는 말이지요. 남남 사이는 물론이고 배다른 형제자매 사이에서도 터울을 쓰면 안 되겠습니다. 이때는 그냥 '나이가 몇살 차이야'라고 하는 것이 바른 표현입니다.

오늘은 나이와 관련한 여러 표현들을 살펴봤습니다.

바른 우리말 톺아보기 지금까지 유화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