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라떼는 말이야~'... 글로벌 언어 된 '꼰대 Kkond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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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te is horse: 기성세대가 말하는 '나 때는 말이야'를 영어로 직역하여 만든 유행어 Source: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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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로 상징되는 은어 '꼰대 Kkondae'가 영국 BBC 오늘의 단어(Word Of The Day)에 소개되면서 단어 뜻을 알게 된 해외 SNS 이용자들의 공감 댓글이 폭주했다.


Key Points
  • BBC Two, 오늘의 단어로 한국의 '꼰대 Kkondae' 선정
  • 단어 뜻 알게 된 해외 SNS 이용자들 공감 댓글 폭주
  • 꼰대는 프랑스어로 백작을 지칭하는 콩테(Comte)에서 유래?
  • "라떼는 말이야~"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함부로 충고 말 것
최근 설문 조사에서 한국의 성인남녀 10명 중 6명이 설 연휴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했는데요.

설 명절 스트레스 1위로 꼽힌 잔소리는 ‘앞으로 계획이 뭐니?(29.1%)’ 다음으로 ‘나 때는 말이다(25.8%)’ 이어서는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지(23.8%)’가 차지했습니다.

‘라떼는 말이야’로 상징되는 단어 ‘꼰대’가 영국 BBC 방송의 오늘의 단어(Word Of The Day)에 소개돼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컬처 IN에서 살펴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진행자: 크리스마스에서 설 명절로 이어진 긴 연휴 동안 호주에 계신 동포분들도 가족 단위 혹은 친지들과 여러 모임을 나누셨을 텐데요. ‘나 때는 말이야’ 이 말이 한두 번쯤 안 나왔다곤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유화정 PD: 그렇죠. 직장 공간과 출퇴근 스트레스 등으로부터 벗어나 명절 휴일을 즐기고 싶지만 가족 친지들을 만난 자리에서 또 다른, 이른바 ‘라떼식’ 언어 공격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데요.

특히 학교 졸업 후 직장을 찾고 있는 취업 준비생이나 또는 결혼 적령기가 지났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는 미혼 남녀 등이 자주 공격 대상이 되죠.

사실 잔소리를 할 의도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 자칫 진부한 말을 쏟아내게 되는 것인데요. 어떤 의도든 이 같은 말을 듣는 상대방은 스트레스 내지는 상처를 받게 됩니다.

진행자: "라떼는 말이야~" 기성세대가 자주 쓰는 '나 때는 말이야'를 Caffe Latte를 빌어 기가 막히게 코믹하게 표현한 말인데, 누리꾼들은 이 유행어의 '라떼'와 '말'을 영어로 번역해 'Latte is horse'라고 바꿔 말하기도 한다면서요?

유화정 PD: '나 때는 말이야 '는 꼰대스러움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유행어로, '라떼 이즈 홀스'는 기성세대가 말하는 '나 때는 말이야(Latte is horse)'를 영어로 직역하여 만든 유행어로 각각 2020년 국어 사전에 등재된 신조어입니다.

'나 때는 말이야' 통상 이 말로 시작되는 고리타분한 '일장 연설'에 대한 풍자로 이를 듣기 싫은 젊은 들의 거부감의 통쾌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죠.

‘라떼는 말이야’ 과자를 비롯해 'Latte is horse'라고 적힌 머그컵 안에 말이 들어가 있는 디자인의 휴대폰 케이스도 시판될 만큼 유행했는데요. 기성세대들은 커피숍에 가면 Caffe Latte를 주문하기가 왠지 민망해진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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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 과자 포장
진행자: '라떼는 말이야'라는 제목의 앨범이 등장하기도 했다면서요?

유화정 PD: 가수 PLAIN(플레인)이 부른 이 노래인데요. '너네는 처음부터 잘했냐.. 인생이 처음이라 좀 헤매는데.. 제발 나 좀 내버려 둬'라며 젊은 사람들이 사회생활에서 겪고 있는 고충을 가사에 담았습니다.

사실 'Latte is horse'는 비단 한국의 얘기만이 아닌 것이 뉴질랜드 의회서 한 20대 여성 의원이 던진 "오케이, 부머(OK, boomer)"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Boomer는 베이비부머 세대 즉 지금의 50대 후반에서 60대를 말합니다.

진행자: 한편 ‘라떼는 말이야~’로 상징되는 '꼰대'라는 말이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성행하고 있는데, 꼰대는 예전에는 ‘아버지나 선생님 등 나이 많은 남자’를 비하하며 가리키는 말이었잖습니까?

유화정 PD: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와 특권의식 등을 꼬집어 부르는 은어라고 할 수 있죠.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사용되는 은어이지만 최근 들어서 그 뜻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최근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꼰대가 흔히 사용하는 말들을 엮어 ‘꼰대의 육하원칙’이라는 어록도 생겨났는데요.

가령, Who 내가 누군 줄 알아?, What 니가 뭘 안다고?, Where 어딜 감히?, When 내가 너만 했을 땐 말이야~, How 어떻게 그걸 나한테?, Why 내가 그걸 왜? 이렇게 해석을 하는 겁니다.

진행자: 꼰대라는 단어가 일제 강점기부터 사용됐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유화정 PD: 꼰대의 어원은 대략 두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는 번데기의 영남 사투리인 꼰데기가 어원이라는 것인데, 번데기처럼 주름이 자글자글한 늙은이란 뜻에서 꼰데기라고 부르다가 꼰대가 되었다는 주장이고요.

둘째는 일제강점기부터 사용됐다는 주장입니다.

프랑스어로 백작을 지칭하는 말인 콩테(Comte)의 일본식 발음이 콘데인데 이완용을 비롯한 친일파들이 일제에게 백작 등의 작위를 받고 잘난 척하며 자신을 ‘콘데’라고 자랑스럽게 부르는 것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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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오늘의 단어에 선정된 '꼰대 (Kkondae)'
진행자: 일리가 있네요. 어원이야 어찌 됐든 꼰대란 말은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또는 '나잇값을 못하는 사람'을 비꼬아서 쓰이는 말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말이 해외에서까지 주목을 받았죠?

유화정 PD: 영국 공영방송 TV채널인 BBC Two가 2019년 ‘오늘의 단어’에 우리말 꼰대(KKONDAE)를 선정해 화제가 됐습니다.

BBC Two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당신은 이런 사람을 알고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한국어 발음 그대로 꼰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꼰대’에 대해 를 늘 자신이 옳다고 믿고, 타인은 항상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매체는 한국 사회에서 꼰대라는 단어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속어에서 시작됐지만, 현재는 회사 내에서 아무도 그렇게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유형의 사람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진행자: 이를 본 세계의 네티즌은 국적 불문하고 자신의 주위에도 꼰대들이 많다는 반응이었다면서요?

유화정 PD: 해당 게시물을 본 해외 SNS 이용자들이 여러 반응을 즉각 나타냈는데요.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결혼하던 날부터 내 남편이 그렇다" "시어머니의 별명을 여기서 찾을 줄은 몰랐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그렇다" "아버지의 핸드폰 저장 명을 바꿨다" 등 주로 가족과 관련된 반응이 많았습니다.

한국만의 특수한 문화를 보여주는 이 낱말이 해외까지 수출 돼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유는 문화와 관습의 차이를 넘어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태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하겠습니다.

진행자: 동 서양을 불문하고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과의 관계에서 주로 발생하는군요. 모순적이게도 진짜 꼰대들은 스스로에 대해 ‘나는 꼰대가 아니야’라고 생각한다고 하죠?

유화정 PD: 꼰대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가 꼰대인 줄 모른다는 점입니다. 자칭 다방면의 전문가여서 상대방의 말이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두드러지는 특성입니다.

특히 꼰대들에게 있어 ‘타인으로부터의 존경’은 중요한 가치 중 하나입니다. 자기중심적인 사고 때문에 자기 뜻과 사상이 모두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타인의 의견이나 방식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또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자신은 솔선수범하지 않고 남들에게 시키는 걸 좋아합니다. 더불어 남의 실수는 인정하지 않지만 자신에게는 더없이 관대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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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
진행자: 한 마디로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받아들이고 인정해라 이렇게 맺음이 되는데, 끝으로 꼰대 예방법을 짚어보죠.

유화정 PD: 꼰대가 되지 않는 첫걸음은 자기도 언제든 실수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꼰대를 결정짓는 것은 ‘내가 나를 어찌 바라보는 가’의 관점이 아닌 ‘타인이 나를 어찌 바라보는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꼰대가 되지 않는 첫걸음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또한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다 알고 거리낌 없는 대화를 할 만큼 친하지 않다면 상대방의 사생활을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진행자: 특히 호구조사를 한다거나 취조하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개인의 삶에 지나치게 참견하는 질문들은 친해지기 위해 건네는 질문으로써 부적절하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겠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함부로 충고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선의에서 한 말들이 오히려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죠. ‘살 빼면 더 괜찮을 것 같아’라는 말은 살이 빠지지 않는 당사자에게는 비난이 될 수 있습니다.

상황의 맥락을 모르는 상태에서 짐짓 자신의 판단에만 의존해서 하는 부적절한 충고는 꼰대의 일반적 특징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백발(흰머리)은 연륜이자 관록이지만 절대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집과 편견을 버리고 성찰의 지혜가 필요한 새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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