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 60년 예술 여정의 '조용한 공명' 호주서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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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서 첫 개인전 개최하는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작가 Credit: SBS Korean/Justin Sungi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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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 작가가 호주 첫 개인전 'Quiet Resonance'를 통해 60년 예술 활동을 집대성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내년 9월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과 호주 현대미술 교류의 새로운 장을 엽니다.


Key Points
  • 이우환 호주 첫 개인전 'Quiet Resonance' 2025년 9월까지 아트 갤러리 오브 뉴사우스웨일스에서 1년간 개최
  • 1976년 제2회 시드니 비엔날레에서 만남의 철학을 표현한 '상황 1'을 통해 한국과 호주 현대미술 교류의 기점 마련
  • '돌'과 '철판'은 산업사회와 자연의 연계를 표현하며 대화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여는 힌트를 주는 소재
  • BTS RM의 전시 방명록 에피소드... 현대미술에 대한 대중 관심을 높이는 계기 돼 고무적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작가의 첫 호주 개인전 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우환 작가는 1976년 제2회 시드니 비엔날레에서 설치 미술 '상황 1'을 선보이며 한국과 호주의 현대미술 교류의 기점을 마련했습니다.

돌과 철판을 사용하여 자연과 인류의 관계를 표현하고, 만남과 여백을 주제로 인간 관계, 나아가 우주와의 관계를 탐구하는 이우환 작가는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은 작품으로 현대미술계에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88세의 이우환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모든 작품을 새롭게 제작하며 창작의 열정을 뜨겁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품을 통한 BTS RM과의 에피소드는 이우환 작가의 작품이 대중과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번 전시가 열리고 있는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에서 이우환 작가를 만났습니다.
2024UFA_001-1-1536x1025 이우환Installation view of Lee Ufan Relatum – to heaven road 2024 as part of the Lee Ufan Quiet Resonance exhibition at the Art Gallery of New South  Lee Ufan, photo  Art Gal.jpg
2024 Lee Ufan Quiet Resonance exhibition at the Art Gallery of New South
유화정 PD: 이우환 작가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직접 뵙게 돼서 너무나 기쁩니다. 시드니 한인 동포사회도 고무적이고 또 선생님의 작품을 시드니에서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돼서 얼마나 영광인지 모릅니다. 호주 방문은 몇 차례 있으신 걸로 아는데요.

이우환 작가: 한 10여년 전에 브리즈번에서 퀸즈랜드 비엔날레라는 전람회가 있을 때 내 섹션이 크게 진열된 그런 전람회가 있었기 때문에 그 때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오스트레일리아에는 너댓 번 온 것 같아요.

유화정 PD: 선생님의 처음 작품이 호주에 소개된 것이 1976년이에요. 거의 반세기 전의 일인데요. 당시 제2회 시드니 비엔날레에서 '상황 1'이라는 작품이 소개됐는데요. 이를 통해 한국과 호주의 현대미술 교류의 기점이 되는 역사를 낳았습니다. 당시 '만남의 철학'이라고 표현됐는데요. 선생님 그때의 작품을 기억하시는지요?

이우환 작가: 물론 기억하죠. 나는 한국에서 56년에 일본으로 갔고 그 이후에 71년부터 유럽이니 미국 쪽으로 돌아다니면서 활동을 하게 됐는데, 그러다 보니까 바깥을 돌고 남과 만나고 하는 그런 상황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니까 나의 주제나 모티브가 '만남'에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공동체를 떠나서 먼 외부성 타자성과 어울리는 그런 표현을 시도하는 것이 앞날의 인류의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그런 발상입니다.
유화정 PD: 이번 아트 갤러리 오브 뉴사우스웨일스의 전시는 현대미술의 살아있는 세계적인 거장이신 우리 이우환 선생님의 호주 첫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호주 미술계에 주는 의미가 아주 큽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서 모든 작품을 새로 준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좀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우환 작가: 미술은 설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은 이 테마가 뭐라 그럴까 조용한 울림 뭐 그런 건데 내가 하는 일은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하거나 많은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니고 가능한 대로 자기를 제한하고 줄이고 자기 아닌 바깥 남과의 대화 혹은 뭐라 그럴까 좀 더 다른 것과의 연결시키는 그러니까 어떤 관계를 맺는 그런 것이 나의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에 여기서 시드니에서 시도한 것도 아주 단순하면서도 생명력이 있는 그런 어떤 만남의 장을 열자 그리고 그것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조용한 울림을 줬으면 좋겠다 그런 느낌에서 제작한 것이 모아진 것입니다.

유화정 PD: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또 말씀하신 '만남' '여백' 이우환 선생님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근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점을 하나 찍음으로 해서 캔버스 전체를 울리게 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선정하는 것이 굉장히 오랜 고민을 담는 작업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의도적인 여백과 또 동시에 공존하는 그 긴장감이랄까요. 이러한 작품에서 관객들이 얻어갈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우환 작가: 그런데 여백이라는 것은 보통은 그냥 그리지 않는 부분을 여백이라고 일반적으로는 그럽니다. 내가 얘기하는 여백은 그것이 아니고 점을 하나 찍거나 돌을 하나 갖다 놓거나 하면 그것으로 인해서 주변에 울려 퍼지는 파장이 있고 주변에 여러 가지 관계에서 생겨나는 어떤 느낌을 주는 힘이 생깁니다. 그것을 두고 여백이라고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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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Lee Ufan: Quiet Resonance’ exhibition at the Art Gallery of New South Credit: Felicity Jenkins
예를 들면 종을 치면 종 치는 사람과 종과 공간이 어울려서 "땡~ 꿍~ "하고 이렇게 울려퍼지는 것이 있듯이 그거는 물론 예상은 하지만 그 공기라든지 그런 여러 가지 물건이라든지 공간이라든지 그런 것에 어떤 어울림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내 생각대로의 것이 아니고 남과의 그 뭐 어쩔 수 없는 아주 생생한 어떤 관계에서 일어나는 그런 어떤 표현이 중요한 것이다 이런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내 생각을 펴는 것이 아니라 남과의 관계에서 표현이 생겨난다는 소리입니다.

유화정 PD: 생존 작가에게는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초대 작가로 동양인 최초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철판과 돌을 이용한 대형 무지개형의 아치로 세계적인 주목을 끌은 바 있는데요. 선생님 작품에 '돌'과 '철판'이 등장하는 이유는 뭐고 또 둘 사이의 접점은 어떤 것인가요?

이우환 작가: 이 '돌'이라는 것은 이 자연의 대표적인 어떤 물질이며 존재입니다. 그런데 그 돌이 가진 역사는 인류 이전부터 이 지구가 있었으니까 지구를 대표하는 지구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돌인데 그 돌에서 축출한 축출해서 공장에서 만들어낸 것이 '철판'이에요. 그러니까 이거는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 같은 그런 것인데 철판은 오늘날 산업사회가 만들어낸 상징적인 물질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산업사회와 자연이 너무나 격리가 되고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는데 철판과 돌을 어울리면 산업사회와 자연이 연계가 되고 그 대화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여는 데 어떤 힌트가 될 수 있는 것이 많이 있지 않을까 이런 데서 나온 겁니다.

유화정 PD: 프랑스 '아를'에 선생님 상설전시관이 있죠. 또 물론 한국과 일본에도 상설 전시관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선생님의 작품이 프랑스의 아주 유명 와인의 레이블에 올라 있다고요?

이우환 작가: '무똥 로칠드(Muton Rothschild)'라는 와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작가들을 택해서 라벨을 그리기를 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피카소를 위시해서 지금까지 많은 화가들이 그렸는데 어쩌다 보니까 저도 2013년에 라벨을 그리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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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정 PD: 선생님 와인도 좋아하세요?

이우환 작가: 나는 뭐 많이는 못 마시지만은 와인은 내가 그리스 신화를 좋아한다거나 바이블이거나 하는 데서 와인에 대한 환상이 깊어져서 마시기도 전부터 와인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지금은 매일 조금씩 와인이 없으면 생활이 되기 힘들 정도로 좋아하고 있어요.

유화정 PD: 네 와인이 건강에 좋다고 그래요. 선생님 조금씩 매일 드시는 거(웃음) 아 몇 년 전에 BTS 선생님 BTS 아세요? 방탄소년단

이우환 작가: 예 BTS

유화정 PD: BTS의 RM이 선생님의 전시장을 방문해서 선생님의 '바람'이라는 작품을 보고 거기 방명록에 글을 남겼어요. "선생님 잘 보고 갑니다. 저는 '바람'을 좋아합니다" 이 글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켜서 아미 팬들, 또 관람객들도 4배 5배 이상 증가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이런 대중의 현상에 대해서 이런 세상적인 일에 대해서도 선생님 관심이 있으신지요. 또 선생님의 작품에 이런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요?

이우환 작가: 글쎄 작품을 한다는 것은 역시 내 스스로만이 아니고 남이 봐주길 바라는 것이 사실인데 다만 남을 위해서 하는가 어쩐가 하는 것은 대단히 애매한 문제고 그 작품을 봄으로 해서 거기서 무언가 일상과는 좀 다른 신선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아티스트의 뭐라 그럴까 원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BTS 같은 아주 인기가 있고 대단히 창의적인 그런 활동을 하는 분들이 내 작품에 대해서 관심 있고 보고 여러 가지 자극도 받고 즐겁게 느낀다 하는 걸 보고 나는 참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내 작품은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히 단순하고 약간 특이하기 때문에 일반성이 그렇게 강한 건 아닌데 그것을 일반성으로 연결을 시켜주는 그런 역할을 해주니까 더더욱이나 감사하고 정말 나한테 많이 고무가 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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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RM이 남긴 방명록의 글 Credit: MEDI
유화정 PD: 네 제가 앞으로 BTS의 RM을 만날 기회가 있으면 선생님의 말씀을 꼭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최근의 작품에서 선생님의 최근 작품에서는 무채색이 아닌 색채감을 조금씩 느낄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예술 작업에서 어떠한 새로운 방향을 추구하고 계신지요?

이우환 작가: 색채를 쓴 것은 초기부터 써오기는 했는데 그 당시는 수채나 다른 극히 일부에 한정이 돼 있고 태반이 무채색이라 그럴까 모노크롬 쪽이 많았는데 근래 오면서 이제 나이도 있고 또 상황도 모노크롬보다는 조금 현실적인 자극이라 그럴까 현실의 느낌에 가까운 그런 표현으로 유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색채를 좀 적극적으로 앞에 앞으로 끌어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내가 쓰는 색채는 색 자체에 대한 관심이라든지 혹은 주변에 있는 나무나 풀이나 그런 데에 대한 것을 직접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그 색채를 봄으로 해서 무언가 느낌이 다가오고 또 이게 뭐라 그럴까 좀 더 어떤 액티비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어떤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데에서 색채를 적극적으로 쓰게 된 거고 그리고 그 색채에 의해서 주변 환경이나 또 다른 것과의 어떤 연결을 시킬 수 있는 그런 요소로서 작용했으면 좋겠다는 것에서 색채를 많이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유화정 PD: 세계적인 전시와 작품 활동 저술 강연 등 여전히 뜨거운 열정을 보이시는 선생님께서 올해 미수의 춘추 여든 여덟을 맞으셨습니다. 나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비결이 있으세요? 너무나 젊어보이셔요.

이우환 작가: (웃음) 솔직히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뛰어온 그런 느낌인데 뛰어오다 보니까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많이 먹은 것 같은데 어쩌면 생물학적으로는 황혼에 접어든 그런 느낌이니까 앞으로 할 일이 좀 더 많은데 조금 더 노력하고 지탱할 수 있게 생각을 다지려고 합니다.

유화정 PD: 선생님 오늘 귀한 시간 이렇게 좋은 말씀 나눌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이번 전시를 통해 선생님의 작품에 담긴 깊은 철학과 예술 세계 저희 한인동포와 호주 애호가들이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앞으로도 영감을 주는 예술 활동 더욱더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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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한국어 프로그램과 인터뷰하는 이우환 작가(오른쪽), Art Gallery of NSW 현장 인터뷰 진행에 유화정 프로듀서
이우환 작가: 네 감사합니다.

유화정 PD: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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