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입국을 애타게 기다리는 해외 유학생들, 정신건강 '적신호'

International students

Passengers wearing facemasks wave to waiting family as they arrive at Sydney International Airport. Source: James D. Morgan/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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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국으로 돌아간 후 호주로 돌아오지 못한 상태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이어가고 있는 해외 유학생들이 불안과 우울증세 등을 비롯한 크고 작은 정신건강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행자: 국경이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재의 중론이죠. 더욱 연장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 거고요. 이런 상황에서 호주 유학산업이 위기다 이런 말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어쨌든 호주에 입국도 못한 채로 학업을 이어가야 할 수밖에 없는 유학생들도 분명 존재하는 상황인데요, 정말 스트레스나 정신건강 문제에 있어 사각지대에 있겠다는 우려가 드네요.

이수민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일부 유학생들 가운데에는 지난 해 가족을 보러 잠시 귀국했다가 아예 호주로 입국하는 길이 막혀 버린 경우도 있고, 지난 해 초에 합격해 등록을 마쳤는데 입국 직전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경우도 많은데요. 이에 유학생들은 호주 땅에 발도 디디지 못한 채 방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이어가며 겪는 스트레스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무래도 대학 수업의 경우 공부량 역시 상당한데, 다른 학생들이나 교수들과의 물리적 소통 없이 홀로 온라인으로 과중한 학업량을 버텨 내며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이같은 문제가 충분히 야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수민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일부 학생들의 경우 집에서 온라인으로 과제를 하며 아예 집에서 나가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했고, 홀로 떨어져 있는 기분이 든다거나 세상에 혼자이며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든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대학 과제 같은 경우 부담도 크고 공부량도 많아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이나 선생님, 주변 사람들과의 정신적 유대관계가 학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버팀목이 되기도 하는데요, 유학생들의 경우 이러한 도움을 온라인을 통해서가 아니면 일절 받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는 환경일 것 같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최근 호주 유학생 협의회에서 해외에서 호주 입국을 기다리고 있는 유학생들의 정신건강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가 있다고요?  

이수민 리포터: 네, 유학생협의회에 따르면, 응답자 약 600명 가운데 93퍼센트의 학생들이 고국에서 온라인으로 홀로 공부를 하는 방식의 학업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불어 10명 가운데 9명의 응답자가 온라인 수업방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답했으며, 3분의 2 이상이 스스로 본인이 불안감과 우울감을 느낀다고 자가진단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또한 4분의 1 이상의 학생들이 스트레스로 자해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까지 대답해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홀로 고립되어 있는 상황 자체가 정신건강에는 악영향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유학생협의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요?

이수민 리포터: 네, 호주유학생협의회는 이번 설문을 바탕으로 호주 정부가 해외에서 입국하지 못하고 학업을 이어가는 유학생들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해 더욱 질 높은 온라인 수업 전달 방식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앞으로 호주에 귀국해 학업을 이어가게 될 유학생들에 대해서도 어떻게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던 그동안의 학습을 다시 대면수업 방식으로 큰 변화 없이 연착륙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온라인 수업 방식도 문제지만 재정적인 문제에서 오는 스트레스 역시 무시못할 것 같아요. 기존에 호주에서 거주하다가 졸지에 고국에서 호주로 다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유학생들의 경우 납부해 오던 건강보험이나, 계약되어 있는 기숙사나 집 역시 계약기간까지는 계속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일텐데요.

이수민 리포터: 네 중요한 지적 해주셨는데요. 유학생협의회 역시 비슷한 부분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협의회는 정부와 관련 산업단체들이 유학생들의 비자연장에 대한 갱신비용을 삭감해주고 유학생들의 건강보험과 집세 미납 등으로 인한 피해 등에 대해서도 구제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유학생협의회의 벨 림 회장은 유학생들의 고국에 학생들이 겪는 피해와 어려움에 대한 지원책이 존재할지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히며, 보통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낙인이 존재하거나 혹은 제대로 된 인프라스트럭쳐가 마련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학생들의 경우 정신건강 상담 등을 온라인 화상연결을 통해 제공받을 수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수요가 많고 온라인이라는 한계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모든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유학생들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유학생들이 등록금을 내는 교육서비스 제공자인 대학이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대학들도 이에 대한 입장이 있나요?

이수민 리포터: 네, 멜버른 대학교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학 측이 호주 정부의 국경봉쇄조치로 인한 유학생들의 정신건강문제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고 밝히며 대학은 유학생들의 안전한 호주 귀국을 위한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를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담가, 심리학자, 그리고 정신건강 전문 의료진을 포함한 정신건강 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교육부 대변은은 ABC를 통해 대학들과 다른 교육기관들이 이미 폭넓은 지원책을 펼쳐왔다고 밝히며, 학생들은 본인과 관련된 교육기관에 문의해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전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도 교육부는 유학생들이 본인의 건강보험업체에 연락해 조언을 얻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결국 정부는 기존에도 그랬듯 유학생 지원에 있어서는 상당히 수세적인 자세를 고수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수민 리포터: 흥미로운 점은 호주내무부에 따르면 호주 국경 봉쇄조치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약 39,400건의 유학생 비자가 2020년 6월에서 2021년 4월 사이에 발급되었다는 사실인데요. 다시말해 국경 봉쇄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곧 호주 귀국이 가능해 질거라고 믿고 비자를 발급받은 채 해외애서 온라인 수업을 이어가는 유학생들이 매우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그렇죠, 뉴스에서도 혹은 소문으로도 곧 국경에 개방된다더라는 얘기나 짐작만이 난무하지만 사실 정확한 정보를 찾는 건 특히 유학생들 입장에서 힘든 일일 테니, 학생들 입장에선 국경이 열리는 때를 대비해 비자 발급 등의 조치를 다 취해놓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되겠어요.

이수민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특히 유학생들의 경우 유학원을 통해 대학에 등록하는 경우 역시 많은데요. 일부 학생들의 경우 지난 해 입학 허가를 받고 유학원에서 호주 국경이 곧 다시 열릴 거라는 말을 듣고 고국에서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이어가고 있는 경우 역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정부가 국경봉쇄와는 별개로 유학생들이 다시 호주로 귀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올해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때까지는 유학생들은 여전히 온라인으로 고국에서 수업을 이어가며 값비싼 등록금을 고스란히 대학에 지불해야 할 수밖에 없겠네요.

이수민 리포터: 네 맞습니다. 현재 올해 말부터 시작해 유학생들을 귀국시킨다는 정부 계획이 있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시행될지는 미정인 상태라 막막한 기다림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유학생의 경우 휴학이나 파트타임 수업도 들을 수가 없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수업 수를 줄이거나 하는 식의 조정 역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대학과 관련당국이 유학생의 복지를 고려한다면 조금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시차 역시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분석되는데요. 예를 들어 인도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경우 호주 수업 시간에 맞추려면 새벽 4시 30분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해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진행자: 네 잘 알겠습니다. 최근 발표된 정부 조사에 따르면 팬더믹 사태로 인해 호주 밖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이 지난 해 납부한 등록금만 무려 33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유학생들을 단순히 등록금 내는 외국인이 아니라, 호주 유학산업의 주체적 소비자라는 관점에서 다시금 유학생들의 복지 문제를 점검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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