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비자 신청 사례 격감...호주 대학가 재정 구도 '휘청'

International students

Quarantine capacity could delay Australia’s ability to bring international students to Australia soon. Source: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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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제 3대 수출산업인 교육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해외 유학생의 격감으로 대학가의 재정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호주 외에서 유학생 비자를 신청하는 사례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증가하는 대학 교육 내 예산 블랙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학생 등록금에 대한 대학들의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인데요. 지난 해에 비해 올해 유학 비자를 신청한 학생들의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학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것 아닌지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수민 리포터와 자세한 이야기 함께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팬데믹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국경봉쇄로 호주에 입국하지 못하거나 다시 고국으로 돌아간 유학생들의 수가 상당수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가 감소했나요?

리포터: 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유학 비자를 신청한 학생들의 수는 7만 2천여 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0퍼센트가 감소한 수치입니다.

진행자: 40퍼센트면 엄청난 감소세네요. 그것도 올해 6개월 안에 감소한 게 그정도니까 대학들에 파장이 엄청난 것도 당연한 결과였겠어요.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이러한 감소세는 특히 지난 4월경 두드러졌는데요, 이 당시가 국제적으로 팬데믹으로 인해 국경을 셧다운했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에도 감소세는 여전했는데요, 보통 유학생들이 입국하는 시기가 6월이 가장 성수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월 한달에만 무려 3만 건 정도가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학기를 앞두고 아예 들어오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고, 호주의 경기난을 못버티고 떠난 학생들도 있을텐데요. 가장 타격이 큰 건 일단 대학일텐데, 대학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리포터: 네, 빅토리아 대학교 측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모든 것이 붕괴하고 있다’라고까지 표현을 했는데요.

비단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등록금뿐 아니라 유학생들이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쓰는 생활비나 주거비 등이 모두 호주 경제의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유학생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게 된다면 호주 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네 일리가 있는 지적이네요, 실제로 현재 대학마다 유학생 감소를 이기지 못하고 대규모 교직원 구조조정에 들어가서 논란이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단순히 대학의 문제가 아닌 호주경제 전반의 문제로 보아도 무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유학산업이 호주 수출 분야 가운데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규모인것도 한몫 하겠죠?

리포터: 그렇습니다. 유학생 대상 교육 시장은 지난 해 376억 호주달러의 규모를 차지했는데요, 지속적인 국경 및 주 경계 봉쇄가 이러한 큰 규모의 시장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겁니다. 빅토리아 대학의 자체 연구팀에 따르면 만약 국제적인 경계가 계속 폐쇄되어 자유로운 나라 간 왕래가 어려운 현재의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앞으로 약 190억 달러 규모의 학생 대상 수입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진행자: 심각하네요. 만약 유학생 수가 회복이 안된다면 손실이 계속 지속될텐데, 대학 생태계 자체를 변화시키는 일이 아닐 수없네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전국대학교육연합회는 이미 최소한 12,500개의 일자리가 올해 대학 산업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집계했는데요, 역시 유학생 급감으로 인해 대학 예산에 구멍이 나게 되면서 발생한 구조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연합회는 최선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각각 예측했는데요. 물론 판데믹이 지속되는 것이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또 고려해야 할 점은, 바로 유학생들이 올해 상반기 판데믹 기간동안 호주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자국으로 추방당했다는 사실인데요.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결코 유학생들이나 예비 유학생들의 여론이 호전적이지 않을 것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팬데믹 사태 동안 유학생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인 유학생들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와 정부의 지원 부재 등이 지속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던 게 생각이 나네요.

리포터: 네, 맞습니다. 이로 인해 코비드 19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유학생들의 호주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예전보다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달 5천여 명의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민자 관련 시민단체에 따르면 59퍼센트의 응답자가 호주에서 유학하는 것을 판데믹 이전보다 덜 추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학생 그룹 중에 특히 추천 정도가 하락한 것은 중국 유학생 그룹과 네팔 유학생 그룹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요. 중국 유학생 그룹 가운데에선 무려 76퍼센트가 판데믹 이전에 비해 호주를 유학 대상국으로 추천하지 않는것으로 밝혀져 경보를 울렸습니다.

진행자: 사실 대학을 가면, 특히 시드니나 멜번 등 대도시의 대학들은 과나 전공을 막론하고 유학생들 태반이 중국 출신 학생들인데요. 이렇게 국가 이미지가 좋지 않아지면 현재의 대학 수입 급감 문제가 장기회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드네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회복이 되지 않으면 결국 확대된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고 축소를 하거나 파산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고 그렇다면 호주 고등교육 자체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또 해당 설문에 참여한 유학생들은 판데믹 기간동안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 문제가 심각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응답자 가운데 약 4분의 1 정도가 언어적으로 인종차별적인 말을 들었다고 답했고, 중국인 응답자 가운데에서는 절반 정도가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그렇죠. 인종차별과 더불어 또 판데믹 사태로 인한 경제난 역시 유학생들에게는 고통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리포터: 그렇습니다. 설문에서 또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유학생들 가운데 비싼 등록금을 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함께 하면서 생계를 꾸리는 경우가 많은데, 팬데믹으로 인해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할 때에도 유학생들은 정부 지원보조금인 잡키퍼나 잡시커 등의 지원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말 그대로 학업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점입니다.

진행자: 지난 4월 코비드19 사태가 가장 극심했을 때, 스콧 모리슨 총리가 연설을 통해 더 이상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없는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발언하기도 했었죠. 해당 발언이 당시 엄청나게 논쟁거리가 되었는데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실제로 그 발언 이후에 유학생들 사이에서 분노와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통계적으로 봤을때도 유학생 수가 급감했습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유학생들도 여전히 앞길이 막막막하다는 입장을 표출했는데요. 아까 말씀드린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35퍼센트의 유학생들이 이번 달 정도면 자금이 떨어질 것 같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렇습니다. 유학생들 가운데 빠듯한 형편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도 분명히 있는데, 유학생들을 어떻게 보면 ‘돈줄’로만 생각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네요.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학생들은 부유하다는 편견 때문에 유학생 대상 지원금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측면도 있을 거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유학생들 중 일부만이 부유하고 대다수는 정말 자급자족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학생들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시드니 같은 경우는 생활 물가도 매우 비쌀 뿐더러, 주요 대학들이 주로 도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유학생들이 거주하는 대학 인근 지역들은 집값도 매우 비싼 편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유학생들을 지원대상에서 배제하며 결국은 밖으로 내몰았던 것이 결국은 지금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현재 곳곳에서 판데믹 상황에서의 유학생 대상 정책이 매우 근시안적인 정책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어쨌든 장기적으로는 외국 의존도를 낮추고 더욱 자립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수민 리포터,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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