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계묘년, 왜 검은 토끼 해일까…'영리한 토끼는 굴을 셋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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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 Source: SBS / picture alliance/dpa/picture alliance via Getty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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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계묘년은 영특한 토끼의 특성과, 지혜를 상징하는 검은색이 조화를 이룬 검은 토끼의 해. 역사·문화 속 토끼와 인류와의 상관관계, 토끼 관련 속담 등을 짚어본다.


Key Points
  • '계묘년' 검은 토끼 해…육십갑자 중 마흔번째 순서로 계는 흑색을 뜻해
  • 토끼 '묘(卯)'자는 대문을 좌우로 열어젖힌 형상…시작과 번창의 의미 커
  • 큰 귀로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아…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할 동물로 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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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3주가 됐습니다.

새해맞이 해돋이를 하고 새해 덕담도 풍성히 오갔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새 기분 새 의욕이 넘치는 건 바로 우리 고유의 설 명절, 음력설(양력 1월 21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로 불리죠. 우리 선조들과 함께 한 역사와 문화 속 토끼의 면모를 살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계묘(癸卯)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흔하게 새해 인사의 앞머리를 장식하는 문장이죠. 이어 "검은 토끼의 해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는 덕담을 덧붙이는데, '계묘년'은 왜 '검은 토끼의 해'라고 불리는 것일까요? 이 궁금증부터 풀어보죠.

유화정 PD: 계묘년은 육십갑자 중 마흔 번째의 순서로 계는 흑색을 , 묘는 토끼를 의미하기에 검은 토끼의 해로 불립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 지역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육십갑자를 이해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진행자: 육십갑자라 하면 갑자, 을축, 병인, 정묘, 무진, 기사 의 순으로 이어지고 다시 처음 갑자로 다시 돌아오는 순서가 순서가 60번째라고 해서 나온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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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계묘년 연하장 Source: Getty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덧붙이자면 과거에는 평균수명이 60세에도 못 미칠 때가 있었기에 만 60세가 되면 갑자(甲子)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장수했다고 해 돌아올 환, 혹은 돌아올 회자를 써서 환갑, 회갑 잔치를 해드리곤 했죠.

진행자: 근래에 들어서는 칠순잔치도 하는 사람이 드물 정돕니다. 요즘에는 100세 시대, 나아가 120세 시대도 곧 도래할 것 같은데요. 다시 본론으로 가보죠.

유화정 PD: 앞서 갑자 · 을축… 이렇게 짚으신 것처럼 육십갑자는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가 결합한 60개의 간지를 의미합니다. 하늘의 기운을 뜻하는 천간은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로 10개의 수에 맞춰 십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각각의 천간은 음양 · 오행 · 색 · 방위 · 숫자 등의 고유한 속성을 갖습니다.

그 가운데 색을 보면 갑과 을은 푸른색, 병과 정은 붉은색, 무와 기는 노란색, 경과 신은 하얀색, 임과 계는 검은색을 상징합니다.

진행자: 아, 임 · 계가 검은색을 상징하는군요. 지난해가 임인년 흑호랑이 해로 불렸는데, 이제 이해가 됩니다.

유화정 PD: 십간에 이어 땅의 기운을 상징하는 12개의 지지는 흔히 십이지라고 불리는데, 학창 시절 줄줄이 외던 기억 있으시죠.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로 구성돼 있습니다.

주로 '띠'로 불리는 동물인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가 십이지를 상징하는데요. 십이지 띠 동물 중 네 번째 토끼가 검은색을 상징하는 계와 만나 계묘년, 흑토끼의 해가 됐습니다.

진행자: 토끼 하면 예부터 온순하면서 재치가 넘치는 동물로 사랑을 받았는데, ‘별주부전’과 같은 고전 소설 속의 토끼는 영민함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지혜의 상징적인 존재로 그리고 있죠?

유화정 PD: 판소리 '수궁가'와 조선 후기 한글 소설 '별주부전'의 토끼는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토끼가 등장합니다. 자라는 토끼의 간을 먹어야 병이 낫는 용왕을 위해 육지로 나가 토끼에게 접근하는데, 토끼는 바닷속 용궁으로 가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자라의 꾐에 속아 용궁으로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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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자라의 등을 타고 바닷속 용왕을 만나러 가는 모습. Credit: 국립민속박물관
용왕이 간을 꺼내기 위해 토끼의 배를 가르려고 하자 토끼는 자기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는 말로 기지를 발휘해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실제로 토끼의 지능은 50으로 꽤 높은 편인데요. 호랑이가 45, 거북이의 지능은 20입니다.

진행자: 아이들을 위한 동화에서도 토끼는 '꾀쟁이'로 자주 등장하죠.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라든가, 전래동화 ‘토끼와 호랑이’에서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뻔하지만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는 캐릭터인데요.

유화정 PD: 현실의 토끼는 귀엽고 자그마한 초식동물로 육식동물을 피해 다니는 나약한 존재지만 덩치는 크지만 우둔한 동물을 속이는 꾀 많은 동물로 묘사되는데요. 때론 이런 대목이 토끼는 힘없는 민중을 대변해 권력자를 호기롭게 골탕 먹이는 민중의 승리자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토끼는 시력이 좋지 않지만 두 눈이 양옆을 향해 있어 360도를 모두 볼 수 있을 정도로 시야각이 넓고, 빛에 대한 감도는 사람보다 8배 높아서 어두운 곳에서도 잘 본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토끼는 소리를 내지 못하는 대신 큰 귀로 주변에서 들려오는 조그만 소리도 놓치지 않고 다 들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종종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할 동물로 회자되기도 합니다.
진행자: 정치에서 종종 인용되는 토사구팽이란 고사성어도 있죠. 토끼의 여러 특징을 살펴봤고요. 상징적 의미에 대해서도 짚어보죠.

유화정 PD: 토끼는 한 번 임신을 하면 보통 4~5마리를 출산하고 일 년이면 평균 60마리를 출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새끼를 많이 낳는 동물이라 하여 다산과 풍요, 행운 등을 상징하고요.

같은 맥락에서 토끼의 한자 '묘(卯)' 자가 자세히 보면 대문을 좌우로 열어젖힌 형상을 하고 있는데요. 이는 만물이 땅을 밀치고 나오는 것으로 풀이돼 번창 · 풍요 · 생장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토끼는 달과 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부터 조선시대 한시·민화·구비문학 등에서 달과 관련된 토끼가 등장하는데,  옛사람들은 실제 토끼가 달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유화정 PD: 문헌 등에 따르면 옛사람들은 달 표면을 보고 연상한 방아 찧는 토끼가 달의 정령·무병장수·장생불사를 상징한다고 믿었습니다.

우리 민족은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며 계수나무 아래서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다고 하죠.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 ‘반달’에서도 옥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는 모습이 묘사되고 있는데요.

달에 토끼와 계수나무가 산다는 설화는 중국과 일본에도 있습니다. 중국 고대 신화에서는 서왕모의 불로장생약을 몰래 먹은 항아가 그 벌로 달에 머무르며 토끼의 모습으로 약방아를 찧는다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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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나무 밑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 모습이 새겨진 판. Credit: 국립민속박물관
진행자: ‘떡방아’와 ‘약방아’ 표현은 달리했지만 토끼가 장수와 건강을 의미한다는 해석은 같아 보입니다.

유화정 PD: 불로장생의 상징인 토끼는 동쪽을 수호하는 방위신으로 낮에는 태양의 양기를, 밤에는 달에서 장생약인 음기를 받아먹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조선 후기 세시풍속집인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새해 들어 처음 맞는 토끼날에는 가족들의 안녕과 장수를 빌었는데요. ‘새해 첫 토끼날 ‘남녀 할 것 없이 명주실을 청색으로 물들여 팔이나 옷고름 또는 문 돌쩌귀에 걸어두면 명이 길어진다’고 믿었습니다.

진행자: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토끼, 과연 언제부터 인류와 연관 지어졌을까요?

유화정 PD: 5만 년 전부터라는 추정이 있습니다. 인류의 번창으로 숲을 벌채하면서 토끼의 서식처로 초원이 형성되었고 그에 따라 개체 수가 늘면서 인류의 사냥감으로 단백질 공급원이 됐습니다. 토끼털은 토시, 모자, 배자 등 방한용 의복 재료와 함께 고급 붓을 제작하는 데도 활용됐습니다.

1,600년 전 고구려 고분 벽화, 통일신라시대 수막새, 고려시대 구리거울에서도 토끼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창덕궁 대조전 굴뚝과 경복궁 교태전 뒤뜰의 석련지 같은 왕실 건축물에도 토끼 형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민화에서는 한 쌍을 이룬 토끼 두 마리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들은 금실 좋은 부부처럼 다정하고 화목한 관계를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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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청자투각 칠보무늬향로 (고려 12세기), 십이지 토끼상 (통일 신라 8-9세기) Credit: 국립중앙박물관
진행자: "계묘년 건강과 행복,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라고 다들 새해 덕담을 나누는데, 원래 속담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가 아니라 반대의  의미라면서요?

유화정 PD: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했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죠. 원래 속담은 ‘가는 토끼 잡으려다 잡은 토끼 놓친다’ 입니다.

욕심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려다 한 가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도리어 이미 이루어 놓은 일까지 망치는 경우를 두고 이르는 말이었던 것이, 멀티타스크 시대에 맞춰 긍정적 의미로 변형돼 쓰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요즘엔 신조어가 하루가 다르게 탄생하고 있는데, 예부터 전해지는 우리 속담에는 지혜와 교훈이 담겨 있어요. 토끼와 관련한 속담 또 어떤 것이 있을까요?

유화정 PD: '눈 먹던 토끼 얼음 먹던 토끼 제각각' 사람은 자기가 겪어온 환경에 따라서 그 능력이 다르고 생각이 다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속담이고요.

영민한 지혜로 위기에 대비해 미리 대책을 세운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교토삼굴'에서 유래된 '영리한 토끼는 굴을 셋 판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계묘년 올해의 토끼는 건강과 풍요의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루고 지혜와 민첩함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존재로 기대를 모읍니다.

진행자: 계묘년 새해 (음력) 설 명절을 맞아 역사와 문화 속 토끼의 상징성을 다각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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