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한국 등 이민자 그룹, 호주 현지인보다 만성질환 유병률 낮아

Heart disease research

A patient has their blood pressure taken during a heart health check. Credit: Anthony Devlin/PA/Ala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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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포함 해외이민자 그룹이 호주 현지인들보다 만성질환 유병률이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해외 출생 이민자가 호주에 오래 거주할수록 만성질환 발생률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Key Points
  • 이민자 그룹에 비해 호주 현지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만성질환 가능성 높아
  • 한인 이민자의 만성질환 유병률 16%...호주 현지인들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36%
  • 이민자들의 건강 수준이 높은 이유는 건강을 우선시하는 호주 이민 정책 효과
  • 호주 오래 거주할수록 이민자 만성질환 발생률 증가 경향… 정착 주거지 중요
최근 한국에서는 "건강한 백세시대, 만성질환 관리로!"라는 슬로건 아래 대국민 만성질환 관리 예방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만성질환의 관리와 예방이 국민건강의 가장 중요한 과제임은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호주 역시 만성질환은 주요 건강 도전 과제로 인식되고 있는데요.

호주 보건 복지 연구원(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 해외이민자 그룹이 호주 현지인들보다 만성질환 유병률이 현저히 낮게 나타났습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이하 진행자): 호주에서도 만성질환을 가장 큰 건강 도전 과제로 지목하고 있는데, 먼저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가요?

유화정 PD: 만성질환은 호주에서 가장 흔하며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조기 사망률과 전체 질병 부담이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36%는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장기적인 건강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가장 흔한 만성질환으로는 관절염, 천식, 당뇨병, 심장병, 암, 정신건강 문제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만성질환은 75세 미만 조기사망률의 83% 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질병 부담의 66%에 해당합니다.

진행자: 2021년 인구 조사에서 최초로 호주인들의 건강 상태를 알리는 만성질환에 관한 데이터가 조사된 바 있죠. 이 데이터를 토대로 최근 흥미로운 분석들이 나왔다고요?

유화정 PD: 정부 보건 관련 기관인 호주 보건복지연구원(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 AIHW)은 호주에 거주하는 해외 출신 성인 600만 명을 대상으로 출생 국가, 호주 도착 이후의 거주 기간, 그리고 언어 별로 만성질환의 유병률에 대한 데이터를 구축했습니다.

동연구원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현지에서 태어난 이들은 해외에서 유입된 이민자 인구에 비해 만성 질환으로 고통을 받을 확률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호주로 이주한 외국인들의 건강 수준이 현지인보다 좋다는 조사 결과입니다. 더욱이 주목되는 점은 한국 출신 이민자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16%로, 중국, 네팔과 더불어 가장 낮은 그룹에 속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호주 현지인들의 유병률은 36%였습니다.

진행자: 한국 이민자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호주 현지인들의 유병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군요. 이민자 그룹이 호주 현지인들보다 더 건강 상태가 양호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유화정 PD: 호주 ABC방송은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이민자 그룹이 호주 현지인들보다 만성질환에 걸리는 비율이 낮았다며, 문화적 요인이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 보도했습니다.

호주 이민자들의 만성 질환 유병률이 현지인보다 적은 이유는 다양한 요소에 기인하는데, 먼저 이민자들의 건강 수준이 현지인보다 높은 현상은 '건강한 이민자 효과(healthy migrant effect)'로 불립니다.

비자를 받기 전에 엄격한 건강 심사를 거치고 호주에 정착하기 때문에 더 높은 교육 수준과 건강에 대한 이민자들의 우선순위가 이러한 현상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에 대해 호주 보건복지연구원의 클레어 스파크(Clare Sparke) 대변인은 “많은 이민자들은 호주가 요구하는 엄격한 자격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이 호주의 기술이민 시스템을 통해 호주에 도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호주 이민 정책은 건강 상태를 고려해 이민 신청자를 선별하기 때문에, 이민자들 중에는 이미 건강하고 만성 질환이 없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네요.

유화정 PD: 다음으로는 이민자들의 건강과 복지에 대한 높은 관심도입니다. 이민자들은 새로운 환경과 생활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더욱 건강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데요.

호주의 건강 관리 시스템과 서비스를 십분 활용해 규칙적인 건강 검진과 예방적인 건강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등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한 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이민자들의 문화적 배경과 관련해 건강에 대한 다른 태도와 생활 방식을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이민자들은 건강한 식단, 활동적인 생활, 사회적 지원 체계 등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경향을 나타냅니다.

마지막으로 이민자들은 자신과 같은 이민자 커뮤니티 내에서 사회적 지원 및 정보 교류를 통해 건강 관리에 대한 인식과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네트워크는 이민자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건강한 생활 방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유를 조목조목 열거해 보니 수긍이 됩니다. 그런데 한편, 만성질환 유병률에 있어 이민자 출신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면서요?

유화정 PD: 한국 16%, 그리고 중국과 네팔이 각각 15%로 상대적으로 낮은 만성질환 유병률을 보인 반면 이라크 출신이 29%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였고, 레바논이 26%, 스리랑카가 25%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보고서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호주가 수용하는 해외 출신자들은 더 나쁜 건강 결과를 경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인종별로 만성질환의 유형이 다르다는 것도 발견됐는데요. 호주에서 태어난 사람들과 다른 영어권 국가, 그리고 유럽에서 온 이민자들은 일반적으로 관절염, 천식, 암, 폐 질환과 정신건강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더 높았습니다.

반면 폴리네시아, 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태어난 호주 이민자들의 경우 치매,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신장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았습니다.

진행자: 식습관이 요인일까요, 인종별로 만성질환의 유형이 다르다는 점도 흥미롭네요. 이민자들의 가장 큰 장벽이 바로 언어인데요. 영어 구사력과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유화정 PD: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영어 실력이 낮거나 높은 사람들의 건강 상태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를 언어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지역사회와 의료계의 공으로 돌렸는데요.

실제로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의사와 의료 전문가들이 많이 활동하는 것도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진행자: 만성질환 유병률 데이터 분석에서 호주 내 이민자 그룹이 호주 현지인들보다 건강 양호 표적을 보였지만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불편한 진실이 있다고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호주 보건의학 전문가들은 만성질환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이민자들이 오랫동안 호주에서 생활하면서 만성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아 경고하고 있습니다.

실제 보고서에서도 만성질환의 발생은 연령을 조정해 분석한 후에도 대부분의 해외 출생 이민자가 호주에 오래 거주할수록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사람들이 호주의 어디에, 어떻게 살고 정착했는지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고밀도 주거지 또한 만성질환에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한편 호주 정부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 그룹에 더욱 개별화된 건강관리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를 반겼습니다.

진행자: 만성질환의 관리와 예방이 국민건강의 가장 중요한 과제임은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다문화사회 호주의 만성질환 발병률의 실태, 컬처 IN에서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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