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예술가: 호주의 봄, 우리 가곡으로 물든다…'한국 가곡의 밤' 여는 테너 김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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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한국어 프로그램 이달의 예술가 인터뷰 호주 한인 동포 성악가 테너 김재우 Credit: SBS Korean/Justin Sungi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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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오스트레일리아 한인 최초 주역 단원이자 영국국립오페라 동양인 최초 주역으로 활약한 테너 김재우 성악가가 9월 14일 시드니 콘서바토리움에서 '한국가곡의 밤'을 선보입니다.


Key Points
  • 호주 한인동포 테너 김재우 '한국가곡의 밤' 개최 9월 14일 시드니 콘서바토리움 버부르겐 홀
  •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한인 최초 주역 단원, 영국 국립오페라 동양인 최초 주역으로 활약
  • 가곡의 밤 반주에는 20년 넘게 음악활동 함께 해온 동포 피아니스트 변은정 시드니음대 교수
  • 김재우, "음악은 사람과 사람 사이, 그리고 다른 문화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좋은 도구"
'이달의 예술가 (Artist of the month)' 다문화 사회 호주에서 예술을 통해 한국 문화의 가치를 드높이는 호주 한인 예술가를 조명합니다.

유화정 PD: 정겨움과 고향에 대한 향수 우리 겨레의 깊은 정서가 담긴 한국 가곡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무대가 마련됩니다. 오는 14일 시드니에서 한국 가곡의 밤을 펼치는 호주 동포 성악가 테너 김재우 님 오늘 스튜디오에 모셨는데요. 안녕하세요?

김재우 테너: 네 안녕하세요. 유화정 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유화정 PD: 네 정말 오랜만에 뵙죠. 근 12년이 되나요? 2013년 영국에서 귀국 후 독창회 이후

김재우 테너: 네 바로 귀국한 지 한 3~4개월 만에 제가 독창회를 한번 열었었죠.

유화정 PD: 그러면서 인터뷰 가졌었고요. 정말 오랜만에 뵙지만 그동안 활발한 활동을 해오셔서 자주 뵌 듯한 느낌입니다. 최근엔 연주 활동 외에도 교육에 많은 힘을 쏟고 계시다고요? 어떤 활동들을 하고 계신지 잠시 소개를 좀 주시죠.

김재우 테너: 아무래도 저희들이 어려운 팬데믹을 겪었기 때문에 많은 성악가들이 공연에 대한 부담감도 굉장히 많았고요. 취소도 많았는데 저는 팬데믹을 지나면서부터는 제자 양성에 주력을 하고 있습니다. 엑세스 칼리지에서 학사 과정에 있는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또 고든에서 저의 이름을 건 J KIM Vocal Studio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시드니음대 석사 과정에 유일하게 붙은 학생을 배출하기도 했죠.
유화정 PD: 그래요? 이번에 준비하시는 한국 가곡의 밤이 바로 시드니 음대 시드니 컨서바토리움에서 열리죠?

김재우 테너: 네 그렇습니다. 거기에 있는 큰 홀인 버부르겐홀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여기 시드니 음대 교수로 계시는 변은정 님과 함께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공연장에서 공연한 경험이 몇 번 있었는데 가곡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이곳만큼 적당한 곳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변은정 교수님이 계신 곳이라서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화정 PD: 변은정 피아니스트 한국 가곡 100년 사를 다룬 논문으로 시드니음대 반주학 박사 1호라는 기록을 가지고 계신데요.

김재우 테너: 변은정 님은 저랑 제가 영국 가기 전 20년 전부터 20년 이상 같이 음악을 했고 오랜동안 함께 이 길을 걸어온 분입니다. 지금은 제 호흡 소리만 들어도 언제 피아노가 들어갈지 알아차릴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됐죠. 그래서 누구보다도 편하게 제가 노래할 수 있게 도와준 분입니다. 몇 달 전에 이달의 예술인으로도 인터뷰한 걸 들었습니다.

유화정 PD: 네 저희 프로그램에서. 20년 지기 동지세요? 호흡만으로도 감지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음악적 교감을 나누고 계시다니 이번 공연이 더욱 기대가 되는데요. 어떤 곡들을 선보이시게 되나요?

김재우 테너: 네 이번에는 한국 가곡의 밤답게 제가 여러분들이 많이 알고 계시는 그런 곡들로 10곡을 준비했습니다. '그네'를 시작으로 해서 '동심초', '청산에 살리라'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네'는 우리가 한국에서 중학생 때 배웠던 걸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느리면서 서정적인데 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네 아낙네들의 그네 타는 모습을 우리의 삶에 비유하며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유화정 PD: 세모시 옥색 치마 금박 물린 저 댕기가

김재우 테너: 네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한 '동심초'는 많은 분들이 무슨 풀의 종류인가 하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같은 이름을 가진 풀도 있지만 여기서의 동심초는 헤어져 만날 수 없는 연인의 마음을 표현한 '접어놓은 편지'라는 뜻으로 당나라의 기생이자 여류 시인이었던 설도의 한시를 한국말로 번역하여 김성태 작곡가가 곡을 붙인 겁니다. 1967년에 동심초라는 영화가 나왔는데 그 영화의 ost로도 사용되면서 더 유명해진 곡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어서 '가고파' '청산에 살리라' 등 많은 분들이 두고 온 고국을 그리며 향수에 젖을 수 있는 곡들로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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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한국 가곡 발표회에서 노래하는 테너 김재우, 반주에 피아니스트 변은정(시드니 음대 교수)
유화정 PD: 갑자기 궁금해지는데요. 성악은 일반적으로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이렇게 구분이 되지 않습니까? 물론 더 세밀하게도 구분이 되겠지만요. 어떤가요, 각 음역대별로 부르기 좋은 가곡들이 나뉘나요?

김재우 테너: 가곡의 특성은 사실은 그 조를 옮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오페라 아리아 같은 거는 조를 옮기는 게 아니고 그 정해져 있는 조로만 불러야 되거든요. 그게 불문율이긴 하죠. 근데 가곡 같은 경우는 이조를 할 수가 있는데 내 소리에 맞춰서 이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가곡이 주는 그 색깔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이조를 해도 그 색깔을 나타내지 못한다면 그 작곡가가 원하는 만큼의 그런 표현을 하기는 어렵게 된다고 생각이 됩니다.

유화정 PD: 제가 궁금했던 것이 소프라노도 부르고 메조소프라노도 불렀던 곡인데 테너도 부를 수 있나 싶어서 여쭤봤습니다. 말씀 주신 곡들 외에 '남촌' '나물 캐는 처녀' '님이 오시는지' '진달래꽃' 등도 선을 보이시게 되는데요. 호주의 새 봄을 알리는 전령사처럼 설렘과 그 포근한 봄기운을 안겨줄 것 같습니다. 귀에 익숙한 우리 전통 고전 가곡뿐만 아니라 현대 가곡들도 소개가 된다고요?

김재우 테너: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것들을 염두에 두고 선정을 했는데요. 특히 음악회의 마지막 부분에는 요즘 한국에서 인기 있는 두 작곡가님의 작품을 소개할 겁니다. 한 분은 첫사랑 등을 작곡한 김효근 님의 '눈'이라는 곡입니다. 그리고 김효근 작곡가는 현대 가곡의 중요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은 '마중'으로 유명한 윤학준 님입니다. 이분의 곡 '잔향'을 준비했습니다. 이 곡을 들으시면 한국 가곡의 흐름이 요즘 세대에 어떻게 맞춰가고 있는지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당연히 앵콜곡도 준비했습니다.

유화정 PD: 그건 미리 밝히시면 안 되는 건데요. (웃음)

김재우 테너: 혹시나 부탁 안 하실까 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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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우 테너
유화정 PD: 김효근 님의 '눈'요. 저도 참 좋아요. 그게 1981년인가요? 제1회 대학가곡제 대상 수상곡이죠.

김재우 테너: MBC 대학가곡제 일 겁니다. 아마

유화정 PD: 그때 당시 서울대 경제학과 학생이었나 그랬어요. 김효근 님이 그리고 서울대음대 조미경 양이 노래를 불렀고요. 그리고 윤학준 곡의 '마중'은 호주를 방문했던 박지민 테너가 또 불러서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인데, 이분의 '잔향' 아직 들어보지 못한 곡이라 저도 많이 궁금합니다.

김재우 테너: 기대하셔도 좋을 정도로 정말 잔잔한 감동을 주는 좋은 곡입니다.

유화정 PD: 네 전체의 짜임이 아주 주옥같다는 표현을 아니 쓸 수 없는데요. 이렇게 근현대를 아우르는 순수 우리 가곡만으로 꾸며지는 공식적인 무대 호주에서 처음 아닌가 싶은데요?

김재우 테너: 네 유화정 님께서 한인사회의 대소사를 많이 알고 계시니까 말씀하신 것이 맞을 것 같네요. 저도 이번 음악회를 한국 가곡으로만 꾸민 이유가 전에 이런 것들이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한인 음악인으로서 호주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해왔지만 막상 한인 사회에는 이렇다 할 일들을 많이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 한인분들을 위한 기획을 하게 되었고 저도 참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화정 PD: 마침 이번 공연에는 여러 예술 분야와의 접목을 시도하는 다채로운 찬조 출연진의 무대도 준비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김재우 테너: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저의 공연에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시는데요. 제 공연이 저 한 사람만의 공연이 아니고 여기에 계신 많은 한인 예술인들이 같이 있기에 하나의 완성품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특히 이분들께 부탁하며 중점을 둔 것은 다양성입니다. 그래서 악기만으로 구성된 앙상블 팀이 하나 있고요. 제 공연 다음 날 창단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남성 합창단이 또 있습니다. 거기에 발레리나의 무대도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소개를 해드리자면 먼저 앙상블 팀은 제가 단장으로 있는 시드니 노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고 초대 지휘자인 이성원 씨와 함께 제가 이번에 창단한 오케스트라입니다. 창단과 더불어 창단 공연은 아니지만 첫 공연을 제 무대에 같이 서게 되어서 참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화정 PD: 시드니 한인 남성합창단이 있었나요?

김재우 테너: 아닙니다. 이분들도 창단하신 지는 거의 1년이 다 돼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곳곳에 많이 공연도 하셨지만 이번에 창단 공연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제 공연 다음 주인 9월 21일에 창단 공연을 준비하고 있고요. 또한 이 합창단은 강신성 님이 단장님으로 계시고 또 지휘자로는 조요셉 님이 계십니다. 그리고 발레리나도 제가 언급을 했는데요. 이분은 나윤주 님으로 킹스 엔젤스의 대표이신데 제가 다른 공연에서 그분의 공연을 보고 반해서 출연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제자들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고 하셔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유화정 PD: 청취자 여러분들께서 다 많이들 알고 계실 거예요. 나윤주 님도 저희 방송에서 소개를 드렸었고요. 우리 김재우 님은 일찍이 호주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영국 등 세계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약해 온 정상급 오페라 가수로 이름을 알리셨는데요. 오페라 무대에서의 드라마틱한 연기와 노래, 그리고 성악적 발성에 더 중점을 두는 가곡의 무대 이 둘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김재우 테너: 네 주로 오페라 가수 그러면 가곡은 등한시하지 않나라는 생각들을 하고 계시는데, 오페라 가수라는 건 오페라라는 장르를 노래한다는 얘기지 그것에 국한되어서만 활동한다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오페라를 하기에 앞서 예술가곡을 배우고 거기서 더 나아가 오페라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쉽게 말씀드리자면 가곡 즉 예술가곡은 성악의 기초가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렇다고 예술가곡이 쉽다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예술가곡은 주로 시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시를 얼마만큼 표현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저의 경우를 본다면 젊은 시절에 불렀던 가곡과 지금의 가곡은 연륜에서 묻어나는 서정적인 표현에서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젊었을 때는 패기와 힘으로 많이 불렀다면 지금은 그 힘을 빼고 가사의 표현에 더 중점을 두고 음악을 더 맛깔지게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까 말씀드렸던 음대 교수이자 저의 오랜 음악적 동반자이신 변은정 님과 함께 여러 가지 곡을 발표하고 싶고 독일 가곡 송스 사이클이라고 그러죠. '연가곡'이라고 그러는데 그런 것도 발표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유화정 PD: 성악은 어린 나이에 시작하는 악기와 달리 보통 변성이 이루어진 이후에 시작된다고 알고 있어요. 특히 남자들의 경우. 김재우 님은 언제부터 성악에 관심을 갖고 성악가의 꿈을 키우셨나요?

김재우 테너: 저는 사실 서울예술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성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말씀하신 대로 변성기가 지난 후겠죠. 저는 사실 부모님 두 분께서 연세대학교와 숙명여대에서 성악을 전공하셨는데 두 분 모두 성악가의 길을 가시지는 못했습니다. 그때가 60년대니까 사실 어려운 길이었겠죠. 지금의 저는 아마도 부모님의 뒤를 이어 부모님의 꿈을 대신 이루어드린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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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정 PD: 효도하셨네요. 그런데 어떻게 그러면 부모님의 그 특별한 유전적인 음악적 재능을 일찍부터 발휘하셨나요?

김재우 테너: 지금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 어렸을 때 노래를 잘한다는 소리는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중학교 때 제가 휘문중학교를 나왔습니다. 중학교 때 음악 선생님께서 한국에서는 성악 시험이 한 번씩 꼭 있습니다. 그래서 노래 시험이 있는데

유화정 PD: 아 음악 시간에 맞아요.

김재우 테너: 네 음악 시간에. 그래서 곡을 한 곡씩 불러야 되는데 그때 곡을 하나 불렀는데 그때 저를 알아보시고 저한테 계속 지원을 해주시고 음악 성악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라고 용기를 많이 주셔서 그때 마음을 많이 먹었습니다.

유화정 PD: 선생님의 역할이 참 이렇게 중요합니다. 그럼 예고 졸업 후에는 당연히 음대 진학을 하셨을 것 아닙니까? 호주에는 어떻게 오시게 됐나요?

김재우 테너: 네 저는 1990년도에 그리피스 대학산하 퀸즐랜드 컨서바토리움의 음대 학장님께서 한국에서 오디션을 하셨는데 우연치 않게 그 오디션을 봤는데 그곳에서 장학금 제의를 받고 브리즈번이 어딘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게 됐었습니다.

유화정 PD: 그러면 혼자 오신 거예요?

김재우 테너: 네 그때 혼자 왔습니다. 그리고 그때 거기서 퀸즐랜드 콘서바토리움에서 공부를 했고요. 그리고 3년 3학년이 끝날 무렵쯤 담당 교수님께서 호주 국립대학으로 우리말로 하면 전근을 가셨습니다. 캔버라 ANU로 전근을 가셨는데 그분만큼 좋은 선생님이 없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서 어머니와 상의 끝에 저도 학교를 옮기게 돼요.

유화정 PD: 그렇군요. 일찍이 호주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의 한국인 최초 주역단원으로 발탁되셨어요. 당시 어떤 경쟁을 뚫고 이런 행운의 기회를 거머쥐셨을까요. 그때 오디션을 돌아본다면 어떤 기억들이 있으세요? 유학생으로 오셔서

김재우 테너: 그렇습니다. 그때는 학생 신분이었고요. 유학생 신분이었고요. 사실은 지금 같아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일 것 같습니다. 90년대였고요. 제가 캔버라에서 학사를 마치고 그다음 해에 포스트 그레듀에이트 디플로마를 하고 있었는데 그해 4월에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합창단원 한 명을 뽑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 분이 나가셨고 그 자리가 비었기 때문에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한 분을 뽑았는데 지금은 작고하신 호주 음악계의 큰 영향력이 있으셨던 Richard Gill 선생님께서 저를 오디션을 하셨습니다. 직접 반주를 하시면서 저를 테스트하셨는데 첫 곡을 부르고 나니 또 한 곡을 또 요청을 하셔서 불렀습니다. "잘하는군 내가 바로 선발할게" 하면서 그 자리에서 받아주셨고 바로 저희 성악 선생님께 전화를 거셔서 당신한테 "보석이 있었군요" 하시면서 "I'll look after him" 이제부터 제가 돌보겠습니다라고 딱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오디션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바로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 소식을 알렸죠. 어머니는 제가 그 해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올 거라 기대하셨는데 이제는 호주에 정착한다는 소식으로 만감이 교차하셨을 겁니다. 그래서 한국을 떠나고 지금까지 해외에서 34년을 살아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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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짜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테너 김재우(왼쪽)
유화정 PD: 네 그러시네요.

김재우 테너: 그리고 또 저는 입단 2년 후 오페라단 내에서 실시한 오디션에서 영 아티스트로 발탁되었고 그 이듬해에 주역 단원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인 최초로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의 주역 단원이 그렇게 된 거죠. 그리고 그 이후 오페라에서 테너 주연을 맡아 활동을 하다가 2006년에 '라크메'라는 오페라를 끝으로 영국으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유화정 PD: 호주에서의 이렇게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계셨는데 영국으로, 물론 서른 중반의 도전은 이해가 됩니다만 그러니까 유럽의 더 넓은 무대로의 진출을 시도하신 건가요?

김재우 테너: 영국으로 가게 된 계기는 제가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한 가지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건 내가 지금 30대 중반의 주역을 맡아서 성악가로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데 앞으로 20년 후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는 고민이었습니다. 어쩌면 같은 일을 한 장소에서 반복하면서 앞으로 20년을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저에게는 도전이 필요했고 그때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하는 오페라의 주연을 도맡아서 하고 있었기에 더 이상의 챌린지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2007년 3월에 아내와 함께 그 당시 15개월 된 저희 첫째 딸을 데리고 지금 네 식구지만 그때는 3명이서 영국으로 가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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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e feeder 세계 초연 작품으로 뉴질랜드 공연에서 테너 김재우(오른쪽)
유화정 PD: 큰 도전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는데 어땠습니까? 영국 이주 후에 새로운 환경에서의 첫 시작은 순조로웠습니까?

김재우 테너: 기대는 잔뜩 가지고 갔었는데 처음에는 많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호주에서는 잘 나가던 오페라 가수였지만 역시 국제무대는 쉽게 열리지 않았죠. 많은 에이전트와 또 오페라단에 이메일을 보냈지만 회신조차 오지 않았고요. 아마도 수많은 성악가들의 문의가 있어서 거의 다 무시했던 것 같습니다. 호주의 최고 에이전트인 아트 매니지먼트 소속의 저였지만 제 에이전트의 소개글에도 그들은 반응하지 않았고, 또 세계적인 소프라노인 잘 아시는 존 서덜랜드 그분의 남편이자 세계적인 지휘자 리차드 보닝의 추천서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유화정 PD: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죠?

김재우 테너: 제가 보기에는 아마 그분들이 워낙에 많은 이메일이 오기 때문에 이런 오디션 리퀘스트에 대한 이메일은 아예 열어보지도 않았던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영국의 권위 있는 서머 페스티벌 중 하나인 롱보로우 페스티벌에서 '춘희'라고 알려져 있는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 알프레도를 뽑는 오디션에 가게 되었고 그때 발탁이 되었죠. 그것을 계기로 연극 음악계에 알려지게 되고 그 이후로 최소한 오디션의 기회는 주어졌었어요.

유화정 PD: 예전에 2013년 인터뷰에서 영국 국립오페라단에서 동양인 최초로 도니제티 오페라죠. 람메르무어 루치아의 남자 주인공을 맡아 성공적으로 데뷔했다는 그때 당시의 특별한 경험을 말씀해 주셨던 기억이 있는데요.

김재우 테너: 맞습니다. 제가 좀 전에 말씀드렸던 그 라 트라비아타의 공연을 시작으로 여러 공연들을 했지만 특히 주목받았던 거는 말씀하신 영국 국립오페라단에서 에드가르도 역을 맡아서 했던 오페라 루치아 공연이었습니다. 정식명은 '루치아 디 람메르무어' 람메르무어라는 곳의 루치아라는 뜻인데 거기에도 사연이 있는데 100년이 훨씬 넘은 영국 오페라단의 모든 공연을 영어로 바꿔서 하고 있었어요.

유화정 PD: 그래요? 이탈리아어가 아니고요?

김재우 테너: 이탈리아어, 독일어 원어가 아닌 영어로 바꿔서 굉장히 보수적인 단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저는 오디션을 했는데 저의 억양을 문제 삼아서 역할을 주지 않으려고 했었어요.

유화정 PD: 호주 Aussie 억양 (웃음)
김재우 테너
SBS 한국어 프로그램 이달의 예술가 인터뷰 테너 김재우(왼쪽), 진행 유화정 프로듀서
김재우 테너: 오지 억양도 아니고 아마 한국 억양도 있고 이렇게 해서 여러 가지. 그런데 제가 들었을 때는 그때는 그쪽 네덜란드 사람, 독일 사람, 프랑스 사람 이런 사람들도 다 그들만의 억양이 있었거든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는데 저의 문제 삼았던 것을 나중에 그 내부 인사에게 들어보니 아마도 너무 보수적이어서 동양인에게 역할을 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카스팅 디렉터에게 가서 내가 억양을 고치고 다시 오디션을 보러 오겠다 고 얘기하고 한 3개월가량 영국 분과 함께 노력하고 또 고친 끝에 다시 오디션을 보고 당당하게 루치아의 남자 주인공으로 발탁되었습니다.

유화정 PD: 네 이 말씀은 이전 때 인터뷰에서도 해주셨던 것 같아요.

김재우 테너: 그래서 그때 제가 영국 국립오페라단의 최초로 동양인으로 주역을 따게 된 계기가 된 거죠.

유화정 PD: 네 이런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성악을 공부하며 오페라 가수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김재우 님의 이런 경험이 큰 영감을 줄 수 있으리라 보는데요. 앞서 길을 개척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세요?

김재우 테너: 오페라 가수 성악가로 성장하려는 후배들뿐만 아니라 음악을 하는 모든 후배들에게 이렇게 얘기해 드리고 싶습니다. 음악은 나 혼자만 좋아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같이 공유했을 때 배가 된다는 것을 아시길 부탁드립니다. 따라서 그들과 공유하려면 우리가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음악을 잘하는 기술자 즉 테크니션이 아니라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야 합니다. 최고의 음악은 내면의 정서와 정확한 음악적 해석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탄생하고요. 이를 위해 단순히 테크닉을 연마하는 음악가가 아닌 음악을 마음으로 이해하는 훈련을 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끝으로 겸손했으면 좋겠습니다. 음악으로 높은 위치에 갔을 때 자만과 교만은 자기 자신을 진정한 음악인으로 오래 세울 수 없음을 인지하고 더욱더 겸손한 사람, 겸손한 음악인이 되시길 부탁드리고요. 그랬을 때 많은 분들이 우리 음악에 더 귀를 기울여 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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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라크메 공연에서 테너 김재우(왼쪽에서 두 번째), 지휘자 리차드 보닝(가운데)
유화정 PD: '최고의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겸손한 리더가 돼라' 새겨듣겠습니다. 음악을 통해 호주와 한인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신지요? 끝으로 여쭤봅니다.

김재우 테너: 저는 호주 사회에 오페라 가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을 통해 많은 분들을 만났고 음악으로 인해 그래도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은 사람과 사람 사이, 또 국가와 국가 사이 그리고 다른 문화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호주에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처음으로 드는 생각은 음악으로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으고 그 자리에서 한국인의 뛰어남을 나타낼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겠다는 거였습니다. 그의 일환으로는 제 꿈이자 또 저의 목표인데 음악 학교를 차리는 게 있습니다. 음악학교를 통해서 한국인의 뛰어남을 호주 사회에 알리고 제가 이루었던 음악적 지식과 기술들을 호주 사회에 흘려보내길 기대해 봅니다. 이러기 위해서 많은 영향력 있는 분들이 저와 함께 또 동참해 주시길 이 자리를 통해 기대해 봅니다.

유화정 PD: 음악이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를 연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오늘 대담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호주와 한국을 잇는 예술 가교로서 김재우 님의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순간들로 채워지길 기대합니다. 가곡의 밤도 큰 성황 이루시고요.

김재우 테너: 감사합니다.

유화정 PD: 이달의 예술가, 오는 14일 한국 가곡의 밤을 펼치는 동포 테너 김재우 님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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