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인종차별 우려 목소리도 커져”

치명적인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한 공포와 염려가 인종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Chinese-Australians say they have seen an increase in online and in-person hostility since the coronavirus outbreak began.

Chinese-Australians say they have seen an increase in online and in-person hostility since the coronavirus outbreak began. Source: SBS News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중국인에 대한 적대감이 증가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소셜 미디어에는 반중 감정을 표현하는 게시물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에서 확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8,100명을 넘어섰고 최소 170명이 사망했다. 호주에서는 목요일 저녁 9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계 말레이시아 가족을 지닌 호주 시민권자 판(27) 씨는 멜버른 트램에서 경험한 일을 언급하며 자신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불안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램에 앉아 있는데 백인 남성이 와서 내 옆에 앉았다”라며 “중국인들이 어떻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사방에 퍼뜨리고 있는지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나는 그에게 인종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지만 그는 자신이 뉴스에서 읽고 본 것을 말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아시아 여성인 내게 공공구역은 이미 걱정스러운 곳”이라며 “이 공간들이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Pan said she thinks negative media coverage is feeding into a larger attitude of sinophobia, which makes her feel unsafe.
Pan said she thinks negative media coverage is feeding into a larger attitude of sinophobia, which makes her feel unsafe. Source: SBS News/Supplied
골드코스트에서 외과 의사로 일하는 레아 량 씨는 바이러스 감염이 우려되니 악수를 하지 말라고 한 환자의 이야기를 트위터에 올렸다.

량 씨는 트위터에 “나는 호주를 떠난 적이 없다”라며 “이것은 분별력 있는 의료 예방책이 아니다. 이건 인종차별이다(this is #racism)”라고 적었다.

한편 판 씨는 특정 언론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뉴스를 보도하는 방식을 비판하며, “비판적 사고의 부족에 가장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헤럴드 선과 텔레그라프 지의 보도에 사과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에는 5만 명가량이 서명을 했다.

판 씨는 “언론 매체와 온라인에 실린 잘못된 정보와 인종차별적 관점이 영향을 받는 소수민족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보면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라며 “일부 기회주의자들이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적인 언사를 퍼뜨리는 데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두려움, 상실감, 고립감”

중국계 호주인인 그레이스(22) 씨는 인종차별적인 글들이 소셜 미디어에 퍼지는 것을 보고 관련 게시물과 댓글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녀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기사가 가득하고 이에 대한 댓글들이 사람들의 동의와 호감을 얻고 있다”라며 “두려움, 상실감, 고립감을 느끼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Grace said anti-Asian discrimination has “certainly gotten worse" as the coronavirus saga has developed
Grace said anti-Asian discrimination has “certainly gotten worse" as the coronavirus saga has developed Source: SBS News/Supplied
인종 차별의 대상이 된 것은 처음이 아니라고 말한 그레이스 씨는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커지며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지난 몇 년 동안 대중교통에서 여러번 인종 학대를 당했고, ‘이 나라에서 꺼져(f***k off from this country)라는 말도 들었다”라며 “대중교통을 탈 때마다 경계를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런 말이 더욱 늘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두렵다”라고 덧붙였다.
Grace has been collecting screenshots of anti-Asian online comments
Grace has been collecting screenshots of anti-Asian online comments Source: SBS News/Supplied
그레이스 씨는 일부 호주인들이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산불 위기 때와는 사뭇 다르다고 말했다.

그녀는 “화재가 나고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글을 보면 인간과 동물에 대한 사랑과 아픔에 대한 태도를 볼 수 있지만, 최근 올라오는 게시물과 댓글들을 보면 나 같은 사람의 고통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식”이라며 “이 사람들에게 나는 동물보다도 가치가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심지어 나 같은 사람의 고통을 축하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Prime Minister Scott Morrison at the National Incident Room of the Department of Health in Canberra
Prime Minister Scott Morrison at the National Incident Room of the Department of Health in Canberra Source: AAP
“용납할 수 없는 일”

이런 가운데 호주소수민족위원회(Federation of Ethnic Communities Councils of Australia /FECCA)는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후 인종 차별주의와 반중 감정을 실은 글들이 늘고 있다”라며 이 같은 내용을 보면 엄중하게 꾸짖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주 소수민족 위원회의 메리 페테소스 위원장은 “이 같은 말과 행동은 사람들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도록 하며, 이런 일이 일상화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라며 “인종 차별적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용해 호주 내 중국 사회를 비방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우리의 지도자들과 모든 호주인들이 언제 어디서라도 중국 혐오를 볼 경우 이를 엄중하게 꾸짖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호주 밖에서도 반중 감정이 고조되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의 한 지역 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 ‘황색경보(Yellow Alert)’를 언급하며 인종 차별적 표현을 해 논란이 일었다. 프랑스에 있는 아시안들은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JeNeSuisPasUnVirus/ I'm not a virus)라는 해시테그를 사용하며 인종 차별에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에 있는 식당과 상점에는 “중국인은 출입할 수 없다”라는 팻말이 내걸리는가 하면, 한국과 싱가포르에서는 정부가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시키라는 청원 운동이 펼쳐지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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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31 January 2020 2:13pm
Updated 31 January 2020 3:21pm
By Evan Young
Presented by Justin Sungil Park
Source: SB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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