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 “호주 정부 ‘안전한 안식처 제공’ 환영… 홍콩 시위대 여전히 우려”

호주와 해외에 있는 홍콩인들이 연방 정부의 안전한 피난처 제공 소식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가장 큰 도움이 필요한 현지 홍콩인들이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Hong Kong nationals say Australia can do more to help residents still living in the Chinese territory.

Hong Kong nationals say Australia can do more to help residents still living in the Chinese territory. Source: SBS

연방 정부가 목요일 호주에 와 있는 홍콩인 1만 명가량에게 영주권 취득의 길을 마련해 주고 홍콩과의 범죄인 본국 송환 협정도 유예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숙련 기술 이민자들과 졸업생 비자 소지자 등 호주에 있는 홍콩인 1만여 명의 비자가 5년간 연장되고 이후 영주권까지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뿐만 아니라 스콧 모리슨 연방 정부는 홍콩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들에게 호주로의 이전을 장려했다.

하지만 목요일 연방 정부의 발표에서 특별한 인도주의 비자 발급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스콧 모리슨 연방 총리는 보호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통상적인 절차는 홍콩인들에게도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스콧 모리슨 연방 총리는 중국 정부가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키자 홍콩인들에게 안전한 안식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주 화요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그동안 논란이 이어져온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중국 정부는 전례 없이 홍콩 입법부를 따돌리고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해당 법안을 처음 발표한지 불과 6주 만에 법안을 승인했다.

홍콩 주민 아리엘(가명) 씨는 지난 1년간 홍콩 민주주의를 위해 시위에 참석해 온 수만 명 중 한 명이다.

익명을 요구하며 SBS 뉴스에 출연한 그녀는 논란이 일고 있는 새로운 홍콩 보안법이 통과된 후 수많은 친구들이 현재 이민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거리에서 웃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라며 “자식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민을 계획하거나 시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리엘 씨는 SBS 뉴스에서 자신도 '영국해외시민 여권(BNO 여권)'을 신청했지만 아직 출국 준비는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최근 “중국의 홍콩 보안법 시행은 국제법상 명백하고 심각한 위반 행위”라며, 영국은 현재 홍콩인 약 300만 명에게 영국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아리엘 씨는 호주 역시 홍콩인들의 목적지 중 한곳이 될 수 있다며 일부 홍콩인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려는 연방 정부의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가장 큰 도움이 필요한 시위 관련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지가 궁금하다며 새로운 비자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가 나오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미 호주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혜택이 갈 것이기 때문에 호주 정부에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 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결정이 지금 홍콩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진정으로 정부와 대립했던 사람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연방 정부가 목요일 발표한 홍콩인들에 대한 안식처 제공 계획은 이미 호주에서 공부하고 있는 1만 명가량의 홍콩 유학생들이 5년간 호주에 체류할 수 있도록 자격을 주고 추후 영주권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드니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이자 ‘호주-홍콩 링크’에서 활동하는 데니스 찬 대변인은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방 정부의 비자 발표 소식에 감사하면서도 홍콩에 있는 젊은 시위대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6월 이후 홍콩에서 열린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체포된 사람 5명 중 1명은 18세 미만의 청소년들로 알려졌다.

찬씨는 SBS 뉴스에 "정말로 중요한 점은 이곳에 있는 많은 홍콩 출신 유학생들이 홍콩과의 범죄인 본국 송환 반대 지지 운동을 벌여왔다는 점”이라며 “새롭게 제정된 폭넓은 홍콩 보안법에 따라 만약 이 학생들이 홍콩으로 돌아갈 경우 이들은 체포되거나 기소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홍콩에서의 정치 운동에 참여했던 많은 젊은이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연방 정부의 이번 정책은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정부에 로비를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봅 호크가 아니다”

연방 야당도 정부의 이번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페니 웡 야당 외무 분야 대변인은 천안문 사태 이후 1989년 중국인들에게 제공됐던 비자와 이번 발표 내용은 결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1989년 천안문 사태 직후 호주의 봅 호크 당시 연방총리(노동당)는 호주에 유학 중이던 4만여 명의 중국 학생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며 영주권을 허용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영주권을 받은 학생들이 중국에 있는 가족들을 호주로 데려올 수 있었다.

웡 의원은 “모리슨은 봅 호크가 아니라는 사실을 오늘 확인했다”라며 “그가 홍콩인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에 제대로 미치지 못한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서 “정부 발표에 따르면 홍콩인들에게 어느 정도나 광범위하게 도움이 제공될지가 확실치 않다”라며 “가족 상봉이 불투명하고 제안된 경로에 따르면 부적격자들이 많이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가브리엘라 드수자 경제학자는 연방 정부가 발표한 안석처 비자가 경제적으로나 인도주의적으로나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이민자들은 일을 할 뿐만 아니라 소비도 한다”라며 “때문에 우리의 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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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10 July 2020 10:24am
Updated 12 August 2022 3:14pm
By Naveen Razik, Lin Evlin
Presented by Justin Sungil Park
Source: SB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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