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호주로 탈출한 홍콩 시위 학생 ‘호주 망명 희망’

[단독 인터뷰] 폭동 혐의로 징역 10년 형을 앞두고 있는 홍콩 민주화 시위운동가가 SBS 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호주 망명을 호소했다.

*Jay

Jay* fled Hong Kong after being charged with rioting. Source: SBS News

제이(가명) 씨는 20대 학생보다도 훨씬 젊어 보였고 부드러운 어조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종종 표현했다.

그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떠난 그날만큼 엄마와 내가 그렇게까지 울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위해 도착했을 때 제이 씨는 홍콩 시위 현장에서 비공식 유니폼처럼 인식되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호주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상황이기에 신원이 확인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지난 12개월은 제이의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 놓았다.
Hong Kongers Protest Over China Extradition Law
A protester in Hong Kong in June last year. Source: Getty Images
지난해 6월 홍콩에서 대규모 집회가 시작된 이래로 전경들과의 충돌은 한층 더 격렬해졌고, 제이는 어느새 홍콩 민주화 시위의 최전선에 서 있는 정기적인 시위자가 되어 버렸다.

그는 홍콩이 지닌 특수한 자유를 높이 평가해 왔고 홍콩이 빼앗기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시위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알고 자란 홍콩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있어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제이는 “시위자들이 요구한 5가지 요구 사항 중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보편적인 참정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최대 징역 10년 형을 받을 수 있는 폭동 혐의로 기소된 제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우리는 홍콩에서 폭동을 일으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위대는 중국공산당과 전체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이는 코로나바이러스 여행 금지령이 시작되기 직전에 호주에 입국했으며, 현재는 보호 비자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홍콩을 떠나는 것은 매우 시급한 결정이었다”라며 “비행기가 이륙하기 불과 10시간 전에야 부모님께 사실을 알렸다”라고 말했다.

제이가 탈출한 후 경찰은 그를 찾기 위해 제이의 집에 당도했다.

제이는 홍콩의 사법 제도에서 공정하게 대우를 받을 자신이 없기에 떠날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은 더 이상 ‘일국 양제(한 나라 두 체제)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할 것 같다”라며 “홍콩 정부와 중국 공산당에 의해 법체계가 파괴됐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Hong Kongers Protest Over China Extradition Law
Hong Kong police officers amid protests in June last year. Source: Getty Images
제이는 호주에 보호를 요청한 유일한 홍콩 시위자는 아니지만, 호주 언론에 처음으로 직접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내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 동안 국내(onshore) 보호 비자를 신청한 홍콩 출신자는 최소 6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기간 보호 비자를 신청한 홍콩인의 수는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호주로 도피한 이들을 돕기 위해 함께 집회를 준비해 온 홍콩 민주화 운동 지지자들은 SBS 뉴스 측에 "여행금지령이 시작되기 전 호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홍콩 시위자 최소 12명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호주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7월부터 2020년 3월까지 홍콩 태생 중 866 보호 비자를 통해 호주에서 영주권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시위대 중 수백 명은 대만으로, 수십 명은 캐나다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정부는 탈출을 희망한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대만에는 난민 법이 존재하지 않아 이들이 법적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면 캐나다는 최근 몇 년 동안 난민 정착 부문에서 세계 선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난민 희망자의 역사

홍콩 사람들이 난민 신청을 한다는 것은 비교적 새롭게 나온 현상이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사람들은 홍콩을 떠나기보다는 이곳에 정착하기를 원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상황은 급변했다.

홍콩에서 서점 일을 하던 램 윙기 씨는 현재는 철회된 정부안에 따라 중국 본토로 인도될 것을 우려해 2019년 4월 대만으로 도피했다.

독일은 지난해 2016년 발생한 폭력시위에 연루돼 수배 중이던 운동가 2명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하고 망명을 허가했다. 이는 서방 정부가 박해를 피해 도망친 홍콩 반체제 인사에게 망명을 허락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Unrest In Hong Kong During Anti-Extradition Protests
A protester throws back tear gas fired by riot police during protests in August last year. Source: Getty Images
한편 2019년 6월 9일부터 올해 5월 29일까지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홍콩에서는 8천981명이 체포됐으며, 약 1천700명이 기소됐다. 체포된 대부분의 시위자들은 불법 집회 참석, 폭동, 공격용 무기 소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난민 자문 및 사례 조사 서비스(Refugee Advice and Casework Service :RACS)의 사라 데일 디렉터는 호주가 사람들의 보호 요구를 평가하는 데 매우 엄격한 절차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례별 평가로 지원자의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라 데일 디렉터는 “우리 국내법은 (1951) 난민 협약에 근거하고 있다. 특정 사회단체에 속해 있거나 정치적 의견에 기초하거나, 박해를 받을 수 있는 정치적 의견 때문에 인종, 종교, 국적에 근거해 향후 박해를 받을 위험성이 있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녀는 이어서 “정치적 의견에 따른 정치적 동기의 영향으로 탈출한 사람들이 호주와 같은 나라에서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한 강력한 지지를 얻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아직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데일 디렉터는 또한 국내 보호 비자 신청이 해결되는 데는 종종 3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내무부는 한 사람의 주장을 평가하기 위한 엄청나게 긴 절차를 가지고 있다”라며 “보안 검사와 인성 검사(character assessments)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Protesters face off with police during a rally last year.
Protesters face off with police during a rally last year. Source: AFP/Getty Images
한편 홍콩 출신으로 이민 대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리차드 웡 씨는 호주에서 보호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문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엄청난 박해를 받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신청자가 어떤 확실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내무부는 SBS 뉴스에 "모든 인도적 지원 요청은 사례별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도움의 손길

제이는 호주로 혼자 떠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미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너무나도 그립다”라고 말한 제이는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홍콩을 떠났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혼자 울고 있었고,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마지막으로 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난민 신청을 한 제이는 현재 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브리징 비자를 받아 호주에서 생활하고 있다. 가족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줄 수 없는 제이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캐주얼 일자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Jay*
Jay* misses his family in Hong Kong. Source: SBS News
이런 가운데 호주 내 홍콩 지역 사회 구성원들 역시 제이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의 법률 서비스를 연결해 주고, 숙소를 찾아주는 가하면, 제이의 보호 비자 신청을 위한 법적 비용 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다.

호주 홍콩 커뮤니티의 회원인 제이슨(가명) 씨는 “홍콩에서 이주한 수많은 호주인들은 여전히 연대감을 가지고 있다”라며 “우리는 여전히 홍콩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있으며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에 대한 억압적인 탄압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우리 모두는 이 젊은이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라며 “이들 중 상당수가 매우 합리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라고 강조했다.

제이는 호주에 머물며 언젠가 공부를 재개하고 싶다며, “진정한 자유를 지닌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 호주에 공헌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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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16 June 2020 11:41am
Updated 16 June 2020 1:05pm
By Lin Evlin
Presented by Justin Sungi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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