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민자 돕는 다문화 연락관 요구 목소리 커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이민자와 난민 공동체를 돕기 위해 추가적인 지원 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Pham Nhat Hui Nguyen and Yen Trucry

Pham Nhat Hui Nguyen and Yen Trucry both lost their jobs due to their association with a COVID-19 outbreak. Source: Sam Okely/SBS News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발생한 후 지난달 애들레이드 더바튼 시니어 칼리지(Thebarton Senior College)가 강제로 폐쇄됐을 때 일부 학생들은 혼란스러움을 느꼈고, 또 다른 일부는 감염 사례와 관련됐을 수 있다는 이유로 지역 사회로부터 배척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살 동갑내기 옌 트루크리(Yen Trucry)와 팸 넛 후이 응우옌(Pham Nhat Hui Nguyen)이 남호주 보건 당국으로부터 “같은 칼리지에서 마지막 학년 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동급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라는 연락을 받은 건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호주에 온 지 3년도 채 안 되고 영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는 이들 두 명은 이내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됐다.

이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호주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바이러스가 어떻게 퍼지는지?”, “자가 격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올해 12학년인 옌은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초조하고 또 걱정이 됐다”라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후 학교는 폐쇄됐고, 옌과 팸을 포함한 이 학교 학생 1천100명은 곧바로 자가 격리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 학교 감염 사례의 첫 번째 확진자는 지난달 빅토리아주를 다녀온 20대 남성이었다. 이 남성은 집에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호텔에서의 자가 격리를 선택했지만 남호주 주정부의 자가 격리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남성은 자가 격리 기간 호텔 청소부와 같은 칼리지의 다른 학생을 가까이서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의 에바 카니스 토리 교장은 학교 직원들이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학생과 그들의 가족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이민자에서 난민 출신까지 매우 다양한 배경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에바 교장은 “우리 학교에는 8명의 이중 언어 지원 인력이 있고 이들은 20개 언어를 구사한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가 격리 필요에 대한 지원에서 정확한 정보 제공에 이르기까지 직원들이 문화적, 언어적 다양성을 지닌 지역 사회와 지속적으로 접촉할 수 있었다”라며 “갑작스러운 혼란이 발생했기 때문에 학생들과 그들의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웰빙 욕구에 첫 번째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의 모든 학생들에게 자가 격리 지시가 내려진 가운데 확진자의 근접 접촉자로 파악된 후이(Hui) 씨는 2주간 호텔에서 자가 격리를 취해야 했다. 전화를 받은 지 한 시간 만에 경찰이 후이 씨의 집 문을 두드렸고 격리 호텔로 가기 위해 빨리 짐을 싸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후이 씨는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이다”라며 “노트북, 전화, 옷 두세 벌 등 필요한 모든 걸 싸는데 단 한 시간이 주어졌다. 그게 다였다”라고 말했다.

이 일로 후이 씨는 식당 보조 일을 하던 자신의 직장을 잃게 됐다. 그리고 후이 씨와 함께 자가 격리를 마친 가족 7명에게는 또 다른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수입이 모두 사라지며 “식탁에 올릴 음식을 어떻게 사야 할지?”, “집세는 어떻게 내야 할지?” 등 삶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버렸기 때문이다.

후이 씨는 “어머니와 아내 역시 직장을 잃었고 가족 모두가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다”라며 “자가격리를 준비하기 위해 음식을 사러 나가지도 못했고 준비할 시간도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집에서 자가 격리를 취한 옌 씨 역시 후이 씨처럼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옌 씨는 자신이 일하던 곳의 사장이 코로나19 안전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했고, 자기가 사장의 비즈니스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장은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다문화 배경을 지닌 사람이었다.

옌 씨는 “직장 동료들이 내 상황을 혼란스러워했기 때문에 내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라며 “당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내 상황을 설명해 줄 통역사가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이때 옌 씨와 후이 씨가 손을 뻗은 곳은 비영리 단체인 남호주 다문화 청소년( Multicultural Youth SA)였다.

이 단체는 학교 감염 사례와 관련된 해외 출신 학생들이 자신의 고용주와 심지어 가족들로부터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의 타라마 스튜어드 존스 최고 경영자는 “이들이 전염병을 갖고 있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가족들이 걱정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집에 돌아오는 것을 환영하지 않고 있다.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타라마 최고 경영자는 남호주 주정부가 12개 언어로 팸플렛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지만 지원이 아직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녀는 “젊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정말 다양하다”라며 “정보들이 정확히 번역되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핵심적인 일이지만 영어 사용 능력이 낮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자원을 개발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서 “종이 한 장을 나눠주는 걸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며 “젊은 학생들도 정말 귀 기울여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가 지난 7월 발표한 조사 내용에 따르면 남호주에 사는 이민자와 난민 직장인의 26% 이상이 캐주얼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는 문화적 장벽을 허물고 코로나19 집단 감염지가 일부 지역사회와 연관됐다는 오명을 줄이기 위해 주정부가 ‘문화 연락관(cultural liaison officers)’ 제도를 활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 문화 연락관은 남호주 경찰이 활용하는 성공적인 ‘지역 경찰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담당자들이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 사회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옌 씨는 “직장에서 일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누군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와서 그들에게 설명을 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문화 연락관은 참 좋은 생각인 것 같다”라며 “왜냐하면 내가 설명을 하게 되면 그들이 나를 믿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샘 오클리는 애들레이드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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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9 September 2020 5:23pm
Updated 9 September 2020 5:53pm
By Sam Okely
Presented by Justin Sungi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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