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호주 대도시 큰 집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전문가가 지적하는 중요한 ‘주택문제’는?

주정부들은 향후 5년 안에 120만 채의 새 집을 짓는다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결하기 쉽지 않은 한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An aerial view of apartment blocks.

Experts say developers rarely included three-bedroom units in high-rise apartments, focusing mainly on one or two bedrooms as they're more profitable. Source: Getty / Andrew Merry

해외에서 살다가 돌아온 스테이시(가명)와 남편이 호주에서 살 집을 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스테이시(45)는 시드니 도심에서 적당한 거리에 가족이 살 집을 구하려면 200만 달러 이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곧바로 깨달았다.

기대치를 낮춘 스테이시는 방 3개가 있는 유닛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제한된 옵션”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테이시는 SBS 뉴스에 가격에 맞추다 보면 자신의 가족에게 맞는 집을 찾는 것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Parents and two children sit on a sofa in a living room while taking a selfie.
Experts say many apartments are not designed with family life in mind. Source: Getty / Halfpoint Images
초등학생 자녀를 둔 스테이시는 손님을 맞이하거나 가족이 함께 TV를 볼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거실과 합리적인 사이즈의 식사 공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스테이시가 본 집의 침실은 5살 어린이가 쓰기에 너무 비좁았고, 붙박이 옷장은 한 사람의 옷을 보관하기에도 작았다.

스테이시는 “아파트 대부분이 밖에서 주로 생활을 하는 도시 직장인을 위해 설계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가족이 살 집 찾기 어려워”

RMIT 대학교의 도시 계획 전문가인 리암 데이비스(Liam Davies)는 도심과 근교 지역에 사는 가족을 위한 방 3개 혹은 4개짜리 주택을 찾지 못한다면 도시가 “분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스는 개발자들이 짓는 아파트의 경우 방 3개짜리가 별로 없고, 투자자를 겨냥한 방 1개 혹은 2개짜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스는 “방 2개짜리 아파트의 경우 방 3개짜리 아파트보다 사람들이 평방미터당 더 많은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방이 3개인 경우에는 펜트하우스와 같은 고급 사양으로 설계가 되며, 개발자들은 이를 통해 더 비싼 아파트를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데이비스는 “도심과 근교 지역에 가족을 위한 아파트는 지어지지 않고 있다”며, 대형 주택 개발 시 가족 주택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데이비스는 이어서 “중산층 호주인들이 도심 혹은 근교 지역에서 가족을 부양하기 힘들어지면 점점 더 먼 교외 지역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비스는 주정부들이 더 많은 집을 짓기 위해서 노력 중이지만 이 같은 대규모 개발에 가족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며 “아무도 이 일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주택 가격

OH 프라퍼티 그룹의 헨리 스티어(Henny Stier)는 시드니 노스쇼어 지역에서 부동산 업무를 하고 있다. 그녀는 아파트, 타운하우스, 빌라, 복층 건물 모두에서 방 3개짜리 집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어는 “문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라며 “사람들이 차선책으로 타운하우스와 빌라를 보고 있고 이 역시 감당이 어렵다면 아파트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A row of modern townhouses with green plants and trees underneath them.
Townhouse-style buildings are in demand for those who can't afford to buy a house in a central location. Source: Getty / imamember/iStockphoto
스티어는 일반적으로 야외 공간과 ‘미니 하우스’ 느낌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타운하우스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스티어는 방 3개짜리 좋은 집을 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가격 역시 너무 비싸지고 있다고 염려했다.

한편 도메인 그룹 데이터에 따르면 시드니와 멜버른의 방 3개짜리 유닛의 중간 가격은 방 3개짜리 주택 가격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메인 그룹의 연구 및 경제 책임자인 니콜라 파월은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닛들이 도심에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방 3개짜리 유닛의 가격은 방 2개짜리 집값보다 상승세가 더 가파른 것으로 보고됐다.

2024년 3월 기준으로 시드니에 있는 방 3개짜리 유닛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8% 상승했다. 반면 같은 지역의 방 2개짜리 유닛 가격은 7% 상승에 그쳤다.
Table showing the median cost of three-bedroom units in some capital cities
The median cost of a three-bedroom unit increased by 18.1 per cent in Sydney between March 2023 and March 2024. Source: SBS
파월은 투자자들이 방 3개짜리 시장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지만, 방 3개짜리 유닛이 집 사이즈를 줄여서 이사하려는 다운사이저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드니 주택 가격은 여전히 유닛 가격에 비해서 훨씬 높은 편이다.

파월은 “현재 일반적인 시드니 주택 가격은 유닛 가격의 두 배”라고 지적했다.
Table showing the median cost of a three-bedroom house in certain capital cities.
The median cost of a three-bedroom house in Sydney rose by 26.4 per cent between March 2023 and March 2024. Source: SBS

방 3개 달린 유닛

스티어는 다양한 구매자들이 방이 많은 유닛을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보다 저렴한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비싼 집에서 다운사이징을 추구하는 사람, 재택근무를 위해 추가적인 방을 원하는 사람들이 방이 많은 유닛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스티어는 이혼한 부부가 주택을 팔아서 두 채의 아파트를 마련하고 자녀들이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인프라스트럭처 빅토리아는 지난해 3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택을 선호하지만 적절한 상황에 맞춰 다양한 유형의 집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고서를 내놨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약 3분의 1은 교외 지역에 위치한 주택을 방 3개짜리 타운하우스나 도심에서 가까운 아파트로 옮길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타운하우스 스타일의 집에 살고 싶다고 답했으며, 아파트로 이주하겠다고 답한 경우는 15% 미만에 불과했다.

중층 아파트 선호하는 구매자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 도시 미래 연구 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아파트 구매자들은 중층 아파트(medium-rise apartment)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드니 대학교 도시 전문가 로렌스 트로이는 SBS 뉴스에 “아파트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은 더 작은 단지, 계단식 주택, 타운하우스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밀스 오클리의 기획법 전문가인 아론 가디엘은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층 아파트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개발업자들이 토지 소유자들에게 매각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가디엘은 지난해 제안된 개혁안에서 좋은 위치의 경우 최대 6층짜리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개발업자들에게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사우스웨일스 기획부 대변인은 주정부가 올해부터 이러한 변화를 시행하기 위해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고층 아파트, 해결책 될 수 있을까?

데이비스는 빅토리아주의 경우 타운하우스에 대한 계획안 측면에서 이미 상당히 많은 부분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스는 개발업자들이 중형 사이즈의 개발을 하기 위해서 땅을 사는 데만 수십 년이 필요하다며, “필지가 상당히 좁기 때문에 한 필지에 4층짜리 건물 하나만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A for-sale sign placed outside a small block of units
It can take decades for developers to buy up enough properties to develop a medium-density apartment block. Source: AAP / Lukas Coch
이런 가운데 지난해 열린 전국 내각 회의에서는 향후 5년간 주정부들이 120만 채의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는데 동의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는 2029년까지 37만 7,000채의 새집을 지을 계획이고, 빅토리아주는 10년간 80만 채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데이비스는 주정부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멜버른 도클랜드나 시드니 그린 스퀘어와 같은 산업 지구가 주거 지역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데이비스는 방 3개짜리 유닛에 가족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사람들이 더 큰 생활 공간을 갖도록 하려면 더욱 강력한 계획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든다면 개발업자들이 특정 지역에 건물을 짓거나 토지 구역을 변경하는 조건으로 방이 많은 아파트를 몇 개 이상 짓도록 특정하는 방법이 여기에 속할 수 있다.

데이비스는 주정부가 직접 나서서 이 같은 유형의 부동산을 건설할 수도 있다며, 싱가포르와 홍콩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대부분의 주택을 건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스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사람들이 집을 주거를 위한 공간보다 부를 창출해 주는 자산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데이비스는 많은 양의 아파트가 지어져도 가격이 낮아지지 않을 수 있다며 “개발업자들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순간 공급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데이비스는 정부가 나서서 개발업자들을 지원하고 건설을 장려할 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주택 위기가 해결될 가능성은 더욱 낮다고 경고했다.

다층적인 문제

호주 부동산 개발 협회장인 알렉스 황(Alex Huang)은 빅토리아주에 본사를 둔 민간 개발업자로, 중견 개발업체의 건설을 감독해 왔다.

황은 방 2개 혹은 1개짜리 아파트에 비해서 방 3개짜리 아파트의 경우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개발업자에게 방 3개짜리 아파트를 많이 지으라고 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Multicoloured apartment block with dark windows.
Many high-rise apartment blocks don't offer affordable three-bedrooom units for sale. Credit: Bernard Hermant/Unsplash
카운슬 대부분의 경우 방 2개짜리 아파트라면 차 1대의 주차 공간을 요구하지만, 방 3개짜리 아파트라면 차 2대의 주차 공간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설 자재 비용이 높아졌고, 대형 공공 프로젝트와의 인력 경쟁으로 인해 숙련된 기술력이 부족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황은 “이건 다층적인 문제”라며 “미국, 독일, 일보노가 같은 나라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있고, 프리맵과 모듈식 기술을 이용해 주택을 건설하기 때문에 주택을 더 빠르고 비용 효율적인 방법으로 건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은 또한 호주인들이 파리나 바르셀로나처럼 5층과 6층짜리 건물을 지닌 유럽 스타일로 갈 준비가 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황은 “사람들이 자신의 땅을 소유하고 자신의 뒷마당을 갖는 것이 여전히 호주인들의 꿈”이라고 말했다.
 


Share
Published 3 June 2024 11:16am
By Charis Chang
Presented by Justin Sungil Park
Source: SBS


Share this with family and frie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