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언론 보도, 다양성 결여” 비판 목소리 커져… ‘획일적인 문화적 배경과 피부색’

미국과 호주에서 펼쳐지고 있는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시위 보도와 관련해 호주 언론계의 문화적 다양성 부족에 대한 질책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BLM protest

People hold up placards at a Black Lives Matter protest in Adelaide Source: Getty

지난 주말 ABC 방송의 ‘인사이더스’ 프로그램은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관의 손에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이로 인해 촉발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시위를 집중 분석했다.

하지만 이날 프로그램에 출연한 정치부 기자들이 모두 백인 일색이라는 점에서 온라인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온라인 유저들은 원주민 대표가 이날 방송의 패널에 참여하지 않은 점을 집중적으로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에이미 맥콰이어 기자는 트위터에 “현재 원주민 기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정말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는 글을 올렸다.
호주 언론인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소속된 비영리단체 ‘미디어 다양성 호주(Media Diversity Australia)’의 대변인은 ‘더 피드’와의 인터뷰에서 “일상적으로 인사이더스 프로그램에는 다양성이 부족하지만 호주 전역에서 수만 명의 호주인들이 불평등과 인종차별에 맞선 시위 당일에 특히나 더욱 삭막해 보였다”라고 평가했다.

호주 언론사 정치쇼에 대한 비판은 비단 ABC 방송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주 선라이즈와 더 투데이 쇼 역시 미국에서 열리는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시위 보도와 관련해 다양성이 결여됐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몇 주 전에는 채널 나인의 미국 특파원 알렉시스 데이쉬 기자가 웨스트 헐리우드에서 열린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시위 현장에서 인터뷰를 한 내용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데이쉬 기자는 당시 시위에 참석한 사람에게 “호주 사람들은 이곳에서 벌어진 경찰 살해의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신이 견해를 밝혀줘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널 나인은 이후 두 명의 원주민 기자에게 “왜 호주에서 시위가 퍼지고 있는지?”, “이 시위가 원주민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호주 언론계는 평균적으로 백인 남성이 장악

그렇다면 과연 호주 언론들은 얼마나 다양한 목소리를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있을까?

2016년 PwC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호주 내 최대 언론 시장으로 불리는 시드니 지역에서 평균적인 언론계 종사자는 시드니 시내 서부 지역과 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유행을 좇는 백인 남성들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 35세 이상의 백인 남성이 시드니 언론 집단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디킨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과의 우샤 만찬다 로드리거스 교수는 지난 몇 년 동안 호주 미디어 산업의 다양성 연구에 힘써 왔다.

로드리게스 박사는 ‘ 더 피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텔레비전의 화면이 ‘획일적인 문화 배경과 색깔’을 지닌 진행자와 기자들로 가득 차 있다는 인식이 있어서 사실인지를 시험해 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호주에서 방송되는 모든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들을 2주간 면밀히 검토해 봤다”라며 “우리의 1차 조사 결과는 화면들이 앵글로-켈트와 유럽 배경을 지닌 사람들로  가득 찼다는 일반적인 견해와 일치했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내용은 왈리드 알리 기자가 2016 골드로지 상을 받을 당시 수상 소감으로 미디어 업계 내의 인종차별 문제를 강조한 대목과도 일치한다.

“다문화 배경을 지닌 호주인들이 호주 주류 매체에서 멀어지고 있다”

한편 시위 보도에서의 다양성 부족에 대한 비판은 캔버라 의회 기자단의 다양성 부족과도 연관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로드리게스 박사는 “인사이더스와 의회 기자단은 수십 년 동안의 호주 언론 주류를 반영하고 있다”라며 “소유주와 편집자가 지배 집단의 견해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평점과 이익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로드리게스 박사는 인구 통계학적 변화에 따라 호주는 이제 다문화 국가가 되었다며 더 이상 의회 기자단이 이 같은 전략을 정당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드리게스 박사는 지난 2017년부터 다문화 지역 사회의 뉴스 소비 행태도 살펴보고 있다.

그녀는 “청중 연구를 살펴보면 다문화 배경을 지닌 호주인들이 호주 주류 언론으로부터 점차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라며 “사람들이 텔레비전 화면에서 보는 것은, 시사 프로그램에서 보는 것은 그들의 일상생활 속 경험과 일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박사는 이어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에 대한 대표성 부족이 획일적인 호주 언론사로부터 그들을 밀어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미디어 다양성 호주의 대변인은 “의회 기자단은 중장년층 백인이 장악하고 있는 호주 미디어 환경의 축소판”이라며 “문화적 다양성은 성별 다양성 못지않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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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11 June 2020 10:35am
Updated 11 June 2020 10:40am
By Ahmed Yussuf
Presented by Justin Sungi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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